바이든, 브레이너드 대신 파월 선택
금리인상 초읽기, 국내 영향 없어
이변은 없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연준이 사실상 세계의 중앙은행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의장 교체는 국내에서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이 변화 대신 정책의 연속성을 택하면서 국내에서도 연준 의장 교체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2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차기 연준 의장에 파월 현 연준 의장을 지명했다. 이로써 파월 의장은 내년 2월부터 4년간 또 한 번 미국 중앙은행을 이끌어나간다.
당초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금융정책을 무난하게 이끌었다는 평을 받는 제롬 파월 의장의 연임을 점치는 분위기였다. 연준 의장은 과거에도 연임한 적이 많은 데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초유의 인플레이션 사태로 정책의 연속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진보 성향의 민주당원들이 금융 규제를 강화하고, 연준 내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라엘 브레이너드 이사가 후보로 급부상했다. ‘일시적’이라는 예상과 달리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서 파월 의장의 ‘연임 불가론’도 거세졌다. 임명을 앞두고 브레이너드 이사의 면접 시간이 파월 의장보다 길었다는 보도가 나가면서 의장 교체 전망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결국 파월을 선택했다. 파월 의장이 현직이고 공화당 출신이어서 상원 인준도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는 장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공화당 상원의원은 물론 강경론자를 제외한 민주당원들에게까지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연준 의장 청문회 당시 찬성 84표 반대 13표로 무난하게 통과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 시간표는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연준은 이달 말 150억 달러의 채권 매입을 줄이는 한편, 다음달에는 이달 기준으로 150억 달러의 채권 매입을 감소시킬 계획이다. 매달 150억 달러 가정시 테이퍼링은 내년 6월께 종료될 예정이다. 다만 금리인상에는 한층 더 엄격한 조건이 필요하다며 테이퍼링 개시와 선을 그었다. 자산 매입 규모 속도 역시 경제 변화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겨놓았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테이퍼링이 종료되면 내년 하반기 이후 경제상황에 따라 본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설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물가 상승 국면이 장기화되고, 고용시장이 회복되면 6월 이전에도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파월 의장 연임으로 우리나라의 통화 정책도 유효하다. 당장 한은은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조정한다. 한은은 이미 지속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강력하게 시사해왔다. 지난해 8월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0.75%로 인상하며, 한미간 금리 안전거리도 확보했다. 이날 금리 인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기준금리(3월 0.00∼0.25%로 인하)와 격차는 0.5∼0.75%포인트(p) 수준이다.
시장 컨센서스는 올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 0.75%에서 1%까지 올리고, 이후 내년에 1~2차례 정도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것이다.
한편 공화당원인 파월 의장은 68세로 지난 2011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연준에 입성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2018년 연준 의장에 취임했다.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력에도 연준의 독립성을 수호했다는 평가와 신속한 코로나19 충격 대응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