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4박 5일 호남 매타버스 마지막 일정으로
이낙연 고향 전남 영광 찾았지만, 만남 불발
"미리 요청 안 드렸고, 선거는 후보가 치뤄" 섭섭함 표시도
굴비 발언, "머리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 '구지가' 연상
"영광 굴비 한 두릅을 샀는데 구워서 맛있게 먹으면서 (전남) 영광을 생각하고 영광군이 낳은 이낙연 전 대표님을 생각하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박 5일 '호남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 버스)' 일정 마지막 날인 29일 오후 전남 영광군 영광터미널시장을 찾았다. 전남은 당내 대선 후보 경선 때 살벌하게 맞붙었던 이 전 대표의 고향이다.
이 후보는 이날 현장 즉석연설에서 "이 전 대표님, 건강하게 잘 계시죠"라고 외친 뒤 "영광이 낳은 대한민국의 정치 거물 이 전 대표님을 제가 잘 모시고 더 유능한 민주당으로, 더 새로운 정부로, 우리 국민들이 희망을 갖고 사는 더 나아진 대한민국을 만들어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거듭 "잘 모시겠다"고 했다. 이 후보가 호남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전남 영광을 택할 정도로 내심 이 전 대표와의 만남을 기대했지만, 결국 '깜짝 만남'이 성사되지 않은 것에 대한 섭섭함과 아쉬움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이 전 대표의 측근인 이개호 의원(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군)이 이 후보의 옆을 지켰다.
일각에선 이 후보의 이날 '영광 굴비' 발언을 두고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잡아서 구워 먹으리"라는 가사의 고대 가요 '구지가(龜旨歌)'를 연상시킨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24일 종로의 한 찻집에서 '원팀 회동' 이후 두문불출하고 있는 이 전 대표를 향해 "모습을 나타내라"고 던지는 메시지로도 보인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영광터미널시장 방문 전 5·18 관계자들과 오찬 직후 취재진과 만나 '이 전 대표와의 깜짝 만남 가능성과 호남 현장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국 순회의 통상적 일정 중 일부였기 때문에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미리 요청을 드리지는 않았다"며 "제가 출발하면서 '광주·전남으로 갑니다'라고 말씀드렸고, 이 전 대표는 '사전에 이미 확정된 일정이 있어서 아쉽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그는 또 "선거는 후보와 선대위가 치르는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선거를 도와주면 좋겠지만, 도움 요청에 목을 매면서까지 이 전 대표에게 의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전 대표는 이 후보가 광주·전남 지역을 순회하는 동안 충청과 경남 일정을 소화했다. 선대위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이 전 대표는 아직까지 이 후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뛰지 않고 있다.
이재명계의 한 의원은 "저쪽 당(국민의힘)의 홍준표 의원이 윤석열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는 모습을 보이면, 이 전 대표도 압박감을 느끼고 좀 움직일 텐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니 이 전 대표도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