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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시장 개방 버틸 명분 잃은 중기부…"연내 결론내야"


입력 2021.12.02 11:36 수정 2021.12.02 11:37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중기부 주관 업계간 협상 또 결렬 …해 넘기면 4년째 직무유기

시민단체 "올해 결론 안 내리면 고발 및 감사청구" 엄포

서울 장안동 중고차 시장 모습(자료사진). ⓒ연합뉴스

3년째 공회전중인 중고차 시장 개방 논의가 또 다시 해를 넘겨 4년째로 이어질 우려가 커졌다. 이해당사자간 협상이 결론을 맺지 못하는 가운데 주무 부처인 중소기업벤처부조차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소비자들의 피해만 커지는 상황이다.


시민단체들은 중기부가 연내 결론을 내지 않을 경우 직무유기로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중소벤처기업부 주관으로 3차에 걸쳐 중고차시장 개방을 위한 중고차매매업계와 완성차업계간 상생협상이 진행 됐으나, 지난달 30일 최종 결렬됐다.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중재로 이뤄진 ‘중고차매매산업발전협의회’에서의 합의 결렬에 이어 이번 협상까지 결렬되면서 업계간 협의를 통해 사안이 해결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중기부가 소상공인생계형적합업종 특별법 절차대로 생계형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어 결론을 내려야 할 상황이다.


권칠승 중기부 장관은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기부는 생계형적합업종 지정을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생계형적합업종심의위원회에 신청하는 것인데, 이를 연말 안에 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민단체들은 중기부가 대선 정국에서 여당의 눈치를 보느라 또 다시 시간을 끌 가능성을 우려해 법적 대응을 거론하며 엄포를 놓고 있다.


6개 교통‧자동차 전문시민단체가 연합한 교통연대는 지난 10월 중고차시장 개방 관련해 중기부의 향후 계획 등에 대한 질의서를 중기부에 전달하면서 중고차시장 개선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중고차시장을 즉시 전면 개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교통연대는 중기부가 중고차시장 개방 사안을 또 다시 해를 넘겨 결정을 미룬다면 감사원 감사청구와 직무유기로 고발조치까지 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임기상 대표는 지난달 8일 비대면으로 개최된 제19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중고차시장개방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3년간의 활동을 설명하면서 중기부는 소비자 권익 관점에서 연내에 조속히 중고차시장을 완전 개방한다고 촉구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역시 지난달 11일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 허용을 올해를 넘겨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문을 발표하며 연내 결정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힘을 더했다.


중기부가 중고차시장 개방 결론을 해를 넘겨 또 다시 미뤘다가는 그동안 불법이 난무해온 중고차 시장에서 피해를 감수해온 소비자들로부터 큰 반발에 직면할 상황이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중고차매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듬해인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55만4564건, 약 2900억원 규모의 중고 자동차 거래 사기 피해가 발생했다.


중기부가 결정을 늦출수록 소비자들은 하루에 217건, 금액으로는 1억1000만원에 달하는 사기 피해를 계속해서 당해야 하는 셈이다. 개중에는 중고차 강매를 당한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도 있다.


중고차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3년씩 2회 지정 후 2019년 2월 보호기간이 만료됐다. 원칙대로라면 이때부터 대기업의 중고차매매업 진출이 허용됐어야 했다.


하지만 중고차 업계에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하며 중고차 시장 개방은 미뤄졌다. ‘소상공인 생계형 접합업종 특별법’에 따르면 소상공인단체가 종사 업종에 대해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신청을 하면 동반성장위원회가 생계형 업종 추천 여부를 담은 의견서를 최대 9개월 안에 중기부에 제출해야 하고, 중기부는 이를 참고해 최대 6개월 내에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한다.


동반성장위는 법정 시한에 맞춰 2019년 11월 7일 중고차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 ‘부적합’으로 중기부에 의견서를 제출했으나, 중기부는 법정 최종 심의 종결일(2020년 5월 7일)이 지나도 결론을 내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


그해 7월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중기부 상생간담회에서 국내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시장 진출 의견을 표명했고, 10월에는 중기부 국감에서 현대차와 기아가 중고차시장 진출 계획을 공식화했으나 중기부는 묵묵부답이었다.


이후 경제단체와 소비자 단체에서 기존 중고차 사업자들의 허위매물, 사기, 협박 등으로 소비자들이 받는 피해를 거론하며 시장 정화 차원에서 완성차 업체의 시장 진입 허용을 촉구했음에도 중기부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결국 법정시한 1년이 넘게 지난 올해 6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중재에 나서 ‘중고차매매산업발전협의회’를 발족시켰으나 중고차 업계에서 중고차 매집 제한과 신차 판매권 양도 등 무리한 요구를 고수하면서 양측간 협의는 최종 결렬됐다.


이번 ‘중고차매매산업발전협의회’까지 결렬되며 중기부로서도 더 이상 시간을 끌 명분이 없어졌다.


지난 4월 소비자주권시민회가 소비자 1000명과 전문가(경영‧경제‧법‧소비자‧자동차학 교수) 254명을 대상으로 중고차시장 개방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중고차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소비자 설문에서 응답자의 79.9%는 현재 중고차시장은 혼탁‧낙후돼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국내 완성차업체의 인증중고차 판매에 대해서는 68.6%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 설문에서도 응답한 대학교수 중 79.9%가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시장진입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했으며, 완성차 제조사의 중고차시장 진출 시 독과점 발생 우려에 대해서는 57.5%가 특정업체가 독식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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