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금감원장 '실무자 문제'로 국한
최종 제재 ‘DLF 항소’ 판결 이후 미뤄
DLF 낙관 전망 우세...우리금융 ‘승소’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 관련 최고경영자(CEO) 징계에 대한 강경 기조를 완화하면서, 하나금융그룹의 법적 리스크 해소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금융감독원은 하나은행에 대한 최종 제재를 ‘DLF 항소건’에 대한 법원 판단이 나온 뒤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같은 이유로 중징계를 예고받았던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이 파생결합상품(DLF)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하나금융 역시 긍정적 결과가 예측되는 상황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여신전문금융 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사모펀드인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 관련 “법 논리도 그렇고 실무자들의 문제였기 때문에 함영주 (당시) 행장까지 지휘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발언했다. 이는 9개 시민단체들이 금감원이 함 부회장을 사모펀드 제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제재 봐주기'라며 비판하자, 정은보 원장이 직접 정면 반박에 나선 것이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7월 15일 제재심의원에 하나은행 종합검사결과 조치안을 첫 상정했다. 하나은행에 ▲라임펀드(871억원)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1100억원) ▲독일해리티지펀드(400억원) ▲디스커버리펀드(240억원) 등의 불완전판매 책임을 물어 하나은행은 ‘기관 경고’, 당시 하나은행장을 지낸 지성규 부회장 등 임직원에게 ‘문책경고’ 이상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함영주 부회장은 DLF 사태로 이미 제재를 받아, 중복 제재라는 이유로 명단에서 제외됐다.
다만 관련 제재안은 지난 2일 열린 2차 회의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금감원은 이날 제재심에서 시장자본법상 불완전판매에 따른 제재 수위만 다루고,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마련 위반 문제는 논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은보 원장은 “불완전 판매 문제에 대해서는 관련 논의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내부 통제 관련 사법 당국의 판단을 법리적으로 검토해 신중한 제재 관련 논의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금감원은 정 원장의 반박 이후에도 별도 설명자료를 배포해 이같은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내부통제 기준 마련은 지배구조법에 근거해 최고 경영진에 있으나, 개별 사모펀드 출시 판매 책임은 내규상 전결 규정과 관련된 임직원의 실질적 행위임을 고려해 판단했다는 논리다. 이는 윤석헌 전 금감원장 시절 금감원이 은행, 증권 등 다수의 CEO에게 사모펀드 판매 책임을 물어 중징계 경고를 예고하던 기조와 뚜렷이 대비되는 행보다.
이같은 금감원의 입장은 먼저 진행된 손태승 회장의 DLF 중징계 행정소송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DLF 판매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손 회장은 지난 8월 금감원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상품 판매 과정에서 회의 결과를 조작하는 등 부정행위는 분명히 있었다고 지적하면서도, 금감원이 제시한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 위반 이유가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금감원은 내부 논의 끝에 지난 9월 항소하기로 하고, 현재 법률 대리인을 지정하고 항소절차를 밟고 있다. 항소를 진행하더라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최고 2~3년은 소요되므로, 그 전까지 손 회장도 사법리스크를 벗어난 셈이다.
이에 따라 같은 이유로 DLF 행정소송을 진행중인 함영주 부회장 역시 유리한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손 회장의 재판결과가 함 부회장의 최종 재판결과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하나은행 종합검사의 최종 제재를 DLF 항소 판결 이후로 미룬 상황이다. 법원 판단을 지켜보면서 하나은행의 내부통제 마련 위반 문제에 대한 3차 제재심을 다시 열겠다는 계획이다.
중징계를 경고받은 하나은행과 지성규 부회장도 최종 징계 수위가 사전통보안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하나은행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배상비율 권고를 전격 수용하고, 피해자 구제에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한·우리·기업은행도 분조위의 방침을 받아들여 제재심에서 당초 통보된 사전징계안보다 경감된 징계를 받은 전례가 있다.
한편 하나은행의 사모펀드 제재 리스크는 하나금융그룹 지배구조 안정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함 부회장과 지 부회장은 유력한 차기 하나금융그룹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내년 3월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용퇴가 기정사실화 되면서다. 금감원 제재심 결과나 소송 결과에 따라 거취의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