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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81)] 밴드 ‘상자루’가 걸어온, 또 걸어갈 길


입력 2021.12.08 15:15 수정 2021.12.08 15:15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전통이란 '상자' 안에 창작이란 '자루'를 담다

"스스로에게 당당하고 떳떳한 음악...대체 불가능한 팀 될 것"

ⓒ상자루

“고리타분하고 따분하다” “나이 많은 분들만 듣는 음악이다” “트렌드를 못 따라간다”


지난 수십 년간 국악이 싸워온 ‘편견’이다. 그리고 한국 대중음악이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을 타고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국악 역시 과거보다 더 과감하게 이러한 편견을 깨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밴드 상자루가 있다. 한예종 출신 동갑내기 3명(권효창·남성훈·조성윤)으로 구성된 밴드 상자루는 전통 국악에 현대적 해석을 더해 새로운 음악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을 통해 느낀 스스로의 이야기를 음악에 담아내고, 당시 모습을 다큐 영화로 선보이기도 하는 등 이색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이밖에도 국내외 곳곳을 유랑하며 지역별 리듬을 직접 현장에서 배우고 체험하면서 연구하고, 그 안에 자신들의 가치관을 녹여내면서 상자루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음악을 통해 들려주고 있다.


-한예종 전통예술원 출신 동갑내기 세 친구가 팀으로 뭉친지 벌써 8년차라고요.


네, 2014년 11월 11일 빼빼로데이 때 조성윤이 권효창과 남성훈을 기숙사 방으로 모아 대학 4년간의 플랜과 함께 스터디 같은 팀을 해보자는 이야기를 했던 게 ‘상자루’의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조성윤은 당시 ‘연습실에 가장 오래 붙어 있는 자의적 음악학도들’을 찾아 제안했다고 하네요(웃음).


-‘상자루’는 무슨 뜻인가요?


전통이라는 상자 안에 창작이라는 자루를 담다. ‘상자루’는 단체의 음악적 가치관을 담고 있는 이름인데요, 상자와 자루를 합친 합성어입니다. 자세하게는 상자는 어떤 것을 넣어도 그 형태가 변하지 않지만, 자루는 어떤 것을 넣느냐에 따라 유연하게 그 형태가 변하는 것처럼 우리도 ‘21세기를 살아가며 느끼는 창작적 요소들은 유연하게. 다만 전통이라는 틀은 유지하며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최근엔 국악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도 높아진 것 같습니다. 상자루도 ‘스케치북’ ‘달뜨는소리’ 등 TV 프로그램에 출연하셨죠.


사실 상자루는 그런 관심에 크게 반응하고 있지 않습니다. 기쁜 일이지만 이 현상은 잠깐의 큰 파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이벤트처럼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파도를 넋 놓고 그저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지라도 파도에 타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다음 같은 파도가 왔을 때 또 도전하고 잘 탈 수 있지 않을까요?


-많은 젊은 국악인들이 새로운 시도들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상자루만의 강점이나, 차별점이 있다면요?


‘젊음을 모두 받치는 것’이지 않을까 합니다. 쉽게 풀어내면 시간이 되겠죠. 20살부터, 8년간 활동을 이어나가며 단체뿐만 아니라 음악적 가치마저 함께 성장한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따라서 어떤 것이 가장 상자루답고, 어떨 때 상자루가 가장 빛나는 지 알아간 우리의 시간이 차별점이자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자루

-지난해 첫 앨범이 나왔죠. 이 앨범들이 상자루에겐 어떤 의미일까요?


상자루 정규 1집 앨범 ‘타령’은 본격적인 시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약 4년간의 준비와 변화를 한 앨범에 담아냈고 그것을 발판삼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낸 음악들 중 가장 의미가 깊은 곡 또는 애착이 가는 곡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1집 앨범의 타이틀 곡 ‘상자루 타령’이 가장 의미가 깊고, 애착이 갑니다. 상자루가 세상으로 나가기 직전, 마지막 준비의 ‘산티아고 순례길 프로젝트’가 음악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길을 걸으면서 했던 고민들, 대화들, 표정들, 풍경들 모두 녹여져있고 연주할 때마다 그때의 기억들이 겹치며 벅참을 선물해주는 곡입니다.


-순례길 여정을 담은 다큐 ‘상자루의 길’도 선보였죠.


몇 년 지나지 않았지만 그 순간을 기록해서 다시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했습니다.

그때의 고민과 열정을 담은 영화는 언제나 우리에게 용기를 줄 것 같습니다.


-당시 순례길을 걸으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환경을 접하면서 재미있거나 인상 깊었던 일화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걷느라 힘이 다 빠져 사실 웃음 가득한 에피소드는 없습니다. 하하. 다만 기억에 남는 건 미국에서 오신 어떤 한 순례자와 순례길 마지막 즈음 우연히 다시 만났는데, 우리가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순례길 여정이 생각나서 감정이 벅차올랐다며 눈물을 글썽이셨는데 그 장면이 너무 기억에 남고 인상이 깊습니다. 누군가에게 우리의 음악이 좋은 기억으로 또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었던 것에 참 감사합니다.


-기존의 전통적 리듬이 아니라, 그 안에서 변형하고 창작을 하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곡을 만들어 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전통 음악을 공부했기 때문에 변형과 창작이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전통의 시대와 우리의 시대는 너무 다른 삶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죠. 아, 추가로 게임 속 스테이지를 한 단계 한 단계 깨나가듯이 안정이 아닌 도전에 마음을 두려고 합니다. 사진으로 보는 것과 눈으로 보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까요.


-전통에 뿌리를 둔 현대음악을 만들 때 중심을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은데요.


상자루는 ‘악기별 올바른 표현’에 중점을 두는 편입니다. 이것을 넓게 보면 전통 음악적 요소를 유지시키는 것이 되겠네요. 모든 악기는 태생적 조건에 따라 특징과 약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특징과 약점을 적용해본 끝에 남겨진 예시인 ‘전통 음악’을 바탕하고, 어떤 변화와 창작의 과정을 거친 후에도 ‘한국 전통의 음악적 요소’를 유지하는 것이 될 것 같습니다.


ⓒ상자루

-멤버들이 각자 여러 악기를 다루고 있는 게 도움이 되겠네요.


맞아요. 자연스럽게 그 악기에 대한 특성을 공부할 수밖에 없기에 배운 경우도 있고, 접하다 보니 배운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저것 여행지가서 수집하듯 어떤 악기에 대해 궁금함이 배움으로 연결된 것 같아요. 한 예로 장구라는 악기의 이름 안에는 꽤나 많은 형태의 장구가 있습니다. 동해안 장구, 사물 장구, 장단 장구 등. 악기들마다 사용 때와 연주 운용 방식이 꽤나 다른데도 사람들에게는 모두 ‘장구’로 알려져 있죠. 열심히 배우고 공부해서 각 장구를 연주할 때 개별적인 특징을 잘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즉, 배움으로써 표현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세 명의 음악인들이 한 그룹으로 모였을 때, 음악적 견해 차이가 날 수도 있는데 상자루는 어떤가요?

저희는 삼각형입니다. 각자 좋아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 모두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지만, 어려서부터 같이 동고동락하며 지내온 시간이 삼각형의 중심이 되어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편입니다.


-그런 상자루에게도 슬럼프가 있었나요?


아직까지 상자루에겐 슬럼프는 없습니다. 앞으로 생길 수도 있지만, 지금 고민하는 것보다는 그때만의 시간과 흐름에 맞춰 극복하고자 합니다. 갈 길이 멉니다(웃음).


-지금까지의 곡들을 듣다 보니, 앞으로 또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더 궁금해집니다. 앞으로 상자루의 음악적 방향성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당당하고 떳떳한 음악을 계속해서 하는 것이 상자루의 방향성입니다. 이전에도, 앞으로도 모두 스스로에게 당당하고 떳떳한 연주, 음악을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상자루의 새로운 앨범 소식, 혹은 계획들이 궁금합니다.


본래는 올해 발매를 예정했던 ‘코리안 집시’(KOREAN GIPSY) EP 앨범 작업이 늦어져 내년 초에 발매하고자 합니다. 또 최근 초연된 ‘집시의 자루’도 EP 앨범으로 2022년 하반기 제작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2022년 상자루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상자루의, 상자루를 위한, 상자루에 의한 페스티벌”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하하.


-대중들에게 어떤 팀으로 읽히고 싶으신가요?


‘대체 불가능한 팀’으로 읽히면 좋겠습니다. 확실한 색깔과 아이덴티티를 지닌 단체. 대중들에게 바라는 점은 좋을 수도 싫을 수도 있지만, 우리를 좋아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 한번 요리조리 상자루를 찾아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상자루의 최종목표는?


‘죽을 때까지 나는 불멸의 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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