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상호 보유 지분 정리로 요건 충족...내년 상반기 완료 전망
구본준 마지막으로 오너 3세 분리 완료...독립 경영 체제 강화
LG와 LX가 14일 상호 지분을 정리하며 계열분리 요건을 충족하면서 불확실성을 줄이고 각자 독립경영 체제를 더욱 공고히할 수 있게 됐다. 내년 상반기에 계열분리가 마무리될 전망으로 계열 분리를 통한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가문의 전통을 이어가게 됐다.
14일 양 그룹에 따르면 구광모 ㈜LG 회장과 구본준 LX홀딩스 회장이 각자 보유한 LX홀딩스와 ㈜LG 지분을 이날 거래소 개장 전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면서 지분을 정리했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구본준 회장 일가가 보유한 ㈜LG 지분이 2.96%만 남게 돼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 기준인 동일인 관련자 지분 3% 미만 요건이 충족됐다.
이를 통해 구본준 회장 및 특수관계인은 LX홀딩스 지분을 총 40.04%(기존 지분 7.72% 포함)를 보유하게 돼 안정적인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해 LX그룹을 독립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구광모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LG 지분은 기존 45.88%에서 41.7%로 소폭 낮아졌으나 여전히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하는데는 문제가 없다.
이번에 구광모 회장과 숙부인 구본준 회장간 상호 지분 정리가 완료되면서 계열 분리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다. 양 그룹은 향후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 분리를 신청할 예정이며 내년 상반기에는 계열 분리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계열분리는 대규모 기업집단 내에 속해 있던 계열사를 기업집단으로 분리해 별도의 독립적인 단일기업으로 떼어내는 것을 말한다. 보통 지분 매각이나 대출금의 출자 전환 등의 방식을 통해 이뤄지게 된다.
양 그룹의 계획대로 내변 상반기 계열분리가 마무리되면 구본준 회장의 독립을 마지막으로 오너 3세들의 계열분리가 완료된다. 가문의 장자 승계 전통에 따라 계열분리를 통한 아름다운 이별이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LG그룹은 그동안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안정적으로 경영 승계가 가능하도록 하는 전통을 이어왔다. 선대 회장이 별세하면 경영권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장남이 그룹 경영권을 승계하고 선대 회장의 형제들은 계열사들을 가지고 분리 독립하는 전통을 유지해 왔다.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 동생들은 각각 1999년 LG화재(현 LIG·구철회), 2005년 LS그룹(구태회·구평회·구두회) 등으로 분리했다.
구인회 회장의 장남인 구자경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은 2세대에서는 차남이자 구자경 회장의 동생인 고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의 자녀들이 지난 2006년 LG패션을 분사해 독립했고 2014년 사명을 LF로 변경했다.
구인회 회장의 3남 구자학 회장도 지난 2000년 1월 LG유통 식품 서비스 부문을 독립시켜 아워홈을 만들었다.
LG그룹은 동업자와도 계열사 분리를 통해 아름다운 이별의 전통을 만들기도 했다. 지난 2004년 구인회 창업주의 동업자인 고 허만정 회장의 손자 허창수 당시 LG건설 회장이 GS홀딩스를 세워 정유·유통·건설 계열사를 분리해 GS그룹으로 독립했다.
구자경 회장의 장남인 구본무 회장이 그룹 경영을 시작한 3세에서는 지난 1996년 구자경 회장의 차남인 구본능 회장이 희성금속 등 6개사를 떼내어 희성그룹으로 계열분리했다. 내년 상반기 LG와 LX 계열 분리가 마무리 돼 구본준 회장이 완전히 독립하면 3세 계열 분리는 완료되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상호 지분 정리는 이미 예정돼 있던 수순”이라며 “내년 상반기 계열분리가 완료되면 구본준 회장도 독립 경영 체제가 강화되면서 기업 가치와 경영 성과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