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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리스크'에 바짝 엎드린 이재명, '김건희 리스크' 윤석열과 차별화


입력 2021.12.17 03:46 수정 2021.12.17 00:12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李 장남, 불법 도박·성매매 의혹 제기

신속 사과·해명, 논란 확산 차단 주력

어정쩡한 사과 태도 논란 尹과 차별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회대전환위원회 출범식을 마친 뒤아들 도박 의혹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여야 대선 후보들의 '가족 리스크'가 대선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자신을 둘러싼 대장동 의혹과 고발사주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시에 가족 리스크에 휘말리면서, 여야 모두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아들의 불법 도박'과 부인의 허위 이력 의혹 등을 대하는 이·윤 후보의 태도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 후보는 의혹이 제기되자 곧바로 인정하고 신속하게 사과하면서 논란 확산 차단에 주력했지만, 윤 후보는 '애매한 사과 태도'를 보이면서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이 후보는 16일 오전 장남 동호 씨(29)의 불법 도박 의혹 보도가 나온 지 약 4시간 만에 입장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발 빠른 사과로 논란 확산을 막고, 배우자 허위 경력 의혹을 두고 애매한 사과 태도를 취하고 있는 윤 후보와 확실한 차별화를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후보는 "언론보도에 나온 카드게임 사이트에 가입해 글을 올린 당사자는 제 아들이 맞다"며 "아들의 못난 행동에 대해 실망하셨을 분들께 아비로서 아들과 함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해당 보도는 동호 씨가 2019∼2020년 카드게임 사이트인 포커 커뮤니티에 올린 게시물 200여개를 근거로 불법도박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는 이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사회대전환위원회 출범식을 마친 뒤 기자들 앞에서도 "자식을 가르치는 부모 입장에서 참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또 이날 인터넷 언론사 공동인터뷰에서도 "형사처벌 사유가 된다면 당연히 선택의 여지 없이 책임져야 한다"며 바짝 엎드렸다.


당사자인 장남 동호 씨도 이날 오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저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상처 입고 실망하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모든 일에 대해 책임을 지고 속죄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이로부터 약 2시간 뒤에는 동호 씨가 한 포커 커뮤니티에 마사지 업소 이용 후기를 올린 사실도 언론 보도로 드러나면서 성매매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권혁기 민주당 선대위 공보부단장은 즉각 "이 씨가 해당 글을 쓴 것은 맞지만 성매매를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역시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 이력 논란이 계속 불거지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윤 후보 부부의 '사과 태도' 논란까지 겹치면서 파장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앞서 김 씨가 2007년 수원여자대학교 겸임교수 임용 지원서를 제출할 때 허위 경력을 썼다는 의혹이 지난 14일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됐다. 경력사항엔 2002년 3월부터 3년간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팀 기획이사로 재직했다고 적혀있는데, 실제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설립된 것은 2004년 4월로 드러났다. 수상 경력 중 '2004년 8월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는 내용을 두고도 허위·과장 의혹이 불거졌다.


결국 김 씨는 지난 15일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국민께 불편함과 피로감을 느낄 수 있어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는 "사과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가 "사과드린다"고 고쳐 말했다. 김 씨의 사과가 나온 뒤 윤 후보도 이날 "사과하겠다는 태도는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며 "여권의 공세가 기획 공세고 아무리 부당하다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눈높이와 국민의 기대에서 봤을 때 조금이라도 미흡한 게 있다면 국민께는 송구한 마음을 갖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씨의 사과가 나오기 전엔 "저쪽(여당)에서 떠드는 것만 듣지 말라"며 격앙된 태도를 보였었다.


여권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조오섭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16일 "두 사람(윤 후보 부부)은 제대로 사과할 마음이 없어 보인다"며 "김 씨는 죄송하다는 말도 없이 '사과할 의향'을 밝혔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기획공세고 부당하게 느껴진다 하더라도', '결혼 전 사인 신분에서 처리한 일들이라 해도'라며 조건을 달았다"며 "이런 가정법 해명, 조건부 변명이야말로 반성도 없고 진심도 없는 '기획사과'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대선 후보의 가족 리스크는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축소될 수도, 확대될 수도 있다"며 "이 후보의 확실하고 신속한 사과는 굉장히 좋은 전략"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후보가 윤 후보와 다르게 가족 문제가 불거지자마자 빠르게 사과하며 논란 확산 차단에 주력한 것은 아주 잘한 대응"이라면서도 "조카 살인죄 변호, 여배우 스캔들, 음주운전, 검사 사칭 등 여러 문제와 의혹들이 누적된 상황에서 아들 문제까지 터졌기 때문에 대응을 잘했다고 하더라도 여론이 여기에 호응을 해줄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한편 김 씨가 2003년 미술전시회 도록에 전시 경력을 실으면서 '삼성미술관 기획 전시'에 참여했다고 허위 내용을 기재했다는 의혹과 2001년부터 2004년까지 강사로 임용됐던 한림성심대에 제출한 이력서에 허위 수상 경력을 적었다는 의혹까지 새롭게 제기되면서, 상습적인 경력 조작 및 부풀리기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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