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이다영 자매 학폭 논란 후 그리스 리그행
조송화 항명사태, 배구계 민낯 드러내며 팬들도 실망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폭 논란부터 도쿄 올림픽에서의 선전, 그리고 터진 IBK기업은행의 항명 파동까지 한국 여자배구가 다사다난했던 2021년을 마무리한다.
흥국생명의 근간까지 뒤흔든 쌍둥이 자매 학폭 논란
지난해 FA 자격을 얻었던 이다영은 쌍둥이 언니 이재영과 한솥밥을 먹기 위해 흥국생명을 택했다. 여기에 ‘배구 여제’ 김연경까지 가세한 흥국생명은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와 함께 2020-21시즌을 맞았다.
흥국생명은 리그 중후반까지 압도적 선두를 내달렸으나 최악의 분위기로 시즌을 마감하고 말았다. 지난 2월 주력 멤버인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폭 논란이 터졌기 때문이다.
사회적 이슈로까지 부각됐던 ‘학폭 논란’으로 인해 쌍둥이 자매는 소속팀 흥국생명으로부터 무기한 출장정지를 받은 뒤 방출 수순을 밟았고 국가대표 자격까지 박탈당하면서 도쿄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었다.
더욱 큰 아쉬움은 대처였다. 쌍둥이 자매가 SNS에 올렸던 자필 사과문은 구단 측의 강압이 있었다고 주장, 슬그머니 삭제됐고 급기야 이들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피해자들을 고소한다는 방침까지 세웠다.
여론은 들끓었고 성난 민심은 진심어린 사과를 하지 않는 이들을 성토하기 위해 흥국생명 본사와 프로배구연맹(KOVO) 건물 앞에서 트럭 시위까지 펼쳐졌다. 이재영, 이다영의 복귀를 반대함은 물론 흥국생명의 느슨한 대처에 대한 항의였다.
한국 무대에서 설 자리를 이재영, 이다영 자매는 그리스 리그행을 택했고 결국 출국할 때까지 제대로 된 사과 한 번 없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굿바이 배구 여제, 도쿄올림픽에서의 투혼
쌍둥이 자매들이 실망을 주었다면 도쿄 올림픽에 참가한 여자배구대표팀은 ‘원 팀’을 이루며 팬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
대회 전,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강조했던 김연경은 적지 않은 나이로 인해 체력적 어려움에 봉착했지만 변함없는 ‘클래스’를 선보였고, 양효진, 김희진, 박정아 등이 뒤를 받치면서 숱한 명승부를 이끌어냈다.
특히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낸 한일전이 백미였다. 대표팀은 개최국 일본을 상대로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특히 무너져가던 5세트는 배구사에 길이 남을 장면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대표팀은 12-14 매치포인트에 몰린 상황에서 ‘클러치 박’ 박정아의 계속된 득점으로 기어이 따라붙는데 성공했고 8강에서도 세계적 강팀 터키를 꺾는 파란을 일으키면서 준결승까지 오르는 기적을 썼다.
비록 기대했던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배구대표팀을 나무라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주장 김연경을 비롯해 라바리니 감독, 그리고 선수단 모두가 미소를 머금은 채 금의환향할 수 있었다.
IBK 기업은행, 아직 아물지 않은 사상 초유의 항명사태
쌍둥이 자매의 학폭 논란은 배구대표팀의 선전으로 어느 정도 봉합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맞이한 2021-22시즌 V리그.
많은 전문가들은 전성기를 구가 중인 여자배구가 계속해서 흥행가도를 달릴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이번 시즌 V리그 여자부의 1라운드 전체 시청률은 지난 시즌 같은 기간보다 약 20% 상승한 1.12%로 집계됐다.
하지만 IBK기업은행의 세터 조송화가 팀을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구단 측은 감독을 경질한데 이어 조송화와 함께 팀을 무단이탈한 김사니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임명하는 최악의 수를 뒀다. 김사니 코치는 성난 여론과 마주해야 했고 급기야 타 구단 감독들로부터 외면 받는 굴욕을 겪은 뒤 자진 사퇴하고 말았다.
구단 측은 조송화와 함께 할 수 없다며 방출 조치를 내린 상황이다. 그러나 잔여 연봉 문제 등이 남아있기 때문에 양 측의 다툼은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IBK 기업은행은 명장 김호철 감독을 부랴부랴 임명했으나 아직 상처는 아물지 않았고 선수들은 따가운 시선 속에 올 시즌 일정을 치러야 한다.
‘뚜렷한 명과 암’ 뼈를 깎는 반성과 조치 이뤄져야
여자 배구가 큰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역시나 김연경을 위시한 여자대표팀이 2012년 런던 올림픽을 기점으로 국제 대회에서 뚜렷한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대표팀의 활약은 V리그가 발전하는 원동력으로 이어졌고, 실제로 여자배구는 남자부, 심지어 프로농구까지 뛰어넘어 최고의 겨울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인기는 곧 매출의 증가로 이어졌고 많은 선수들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연봉을 거머쥐며 스타대접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일부 선수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구단이 눈치를 보는 상황에 이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쌍둥이 자매의 학폭 논란, 조송화 항명 사태가 잇따라 터졌을 때 당사자들은 물론 이들 소속 구단들 역시 상식 밖 대처로 여론의 십자포화를 받았다. 이는 비단 두 구단의 문제만이 아닌, 여자 배구판 전체가 수술 칼을 들이대야 한다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여자 배구는 갑자기 찾아온 인기를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심지어 틀만 프로일 뿐 미숙한 시스템은 아마추어와 다름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팬들을 외면하고 팬들 뜻에 역행하는 행보를 취한 것은 아닌지, 배구판 관계자 모두가 뼈를 깎는 반성과 후속 조치를 내놔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