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자중지란 비판하면서도 반사이익 기대
與 "정당 역사상 이런 사태 처음…해괴망측
'준비 안 된' 윤석열이 만든 초유의 난파선
즐길 수 있는 입장 아냐…우린 갈 길 갈 것"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 조수진 최고위원과 갈등을 빚다 선대위 내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해괴망측한 일"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은근히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임선대위원장직과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선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의 허위경력 의혹에 대한 선대위 대응을 두고 이 대표와 조 단장이 격돌한 사태가 결국 파국으로 치달은 것이다. 이 대표와 윤 후보가 지난 3일 '울산 회동'을 통해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당 내분을 가까스로 수습한지 18일 만에 또 다시 국민의힘이 극한 내홍에 휩싸인 셈이다. 조 최고위원도 이날 오후 선대위 부위원장과 공보단장직에서 물러났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대선 70여일 앞두고 국민의힘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과 관련해 "정당 역사상 이런 사태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난감하면서도 해괴망측하다"고 했다. 이어 "옆집 경쟁자가 정신 못 차리고 집안 식구들끼리 싸우고 있는 게 (우리 당 입장에서) 나쁜 일은 아니지만, 즐길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며 "우리는 열심히 갈 길을 갈 것"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법한 일"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특히 이번 사태에 대해 이 대표를 두둔하며 윤 후보의 리더십 부족과 연결 짓는 모습이다.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내부 갈등을 조정하지 못한 것은 오로지 윤 후보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신현영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중앙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치사에 한 번도 보지 못한 해괴한 사건"이라며 "애초에 내부의 갈등을 미봉책으로 덮고 억지로 출범 시킨 선대위의 예견된 참사"라고 했다.
신 대변인은 이어 이번 사태를 준비 안 된 윤 후보가 만든 '초유의 난파선 사태'라고 평가하며 "모든 책임은 윤 후보에게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 선대위는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팍팍해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해소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차별화된 모습을 강조했다.
전용기 대변인도 이날 "조수진 공보단장은 당원과 국민이 선출한 당 대표의 지휘에 반발하고 공개적으로 항명했다. 참으로 민망한 노릇"이라며 "당 대표에게도 저렇게 안하무인이라면 일반 국민을 어찌 생각할지 의구심이 든다. 조 단장의 행태는 개인의 정치적 자질 문제를 넘어 '반(反)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 찍어내기에 여념이 없는 세력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했다.
한편 윤 후보는 이번 사태의 수습을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에게 맡기기로 했다. 윤 후보는 이날 저녁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이 문제는 나에게 일임해 달라'라고 해서 '잘 좀 해결해 달라'고 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욕을 먹더라도 내가 (선대위를) 완강하게 끌고 가는 자세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