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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오디션 프로그램, ‘무한 경쟁’ 빠지니 더 흥하네


입력 2021.12.24 08:33 수정 2021.12.24 08:32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싱어게인2’ 시즌1이어 ‘착한’ 매력으로 호평

박진영과 싸이가 나서도, 온갖 ‘매운맛’을 첨가한 자극적인 편집을 선보여도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의 부진 행렬을 끊기가 쉽지가 않다. ‘라우드’부터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 ‘극한데뷔 야생돌’, 현재 방송 중인 ‘방과 후 설렘’까지. 대다수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 1~2%대의 시청률을 전전한다. 이 가운데, ‘착한 오디션’을 표방한 ‘싱어게인2’가 시즌1에 이어 다시 한번 큰 사랑을 받으면서 오디션의 새로운 가치를 전하고 있다.


현재 MBC에서 방송 중인 ‘방과 후 설렘’은 걸그룹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등교전 망설임’이라는 프리퀄 프로그램까지 제작하며 이목을 끌기 위해 노력했으나, 현재 1% 내외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앞서도 ‘걸스 플래닛999: 소녀대전’과 ‘극한데뷔 야생돌’이 0% 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라우드’ 또한 2%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시청자들은 ‘방과 후 설렘’에 대해 설렘보다는 피로감이 느껴진다고 지적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고질적 문제인 악마의 편집이 그 이유 중 하나다. 최근 심사위원 유리가 편파적으로 심사를 한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유튜브에 올라온 비하인드 영상에는 방송에 담긴 것과 다른 의도의 평을 하는 모습이 담겨 상황이 반전된 바 있다. 기계 오작동으로 인해 결과를 번복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다시 무대 위로 불러 두 번 상처를 주는 상황을 연출, 지나치게 잔인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투표 조작 정황이 드러나 떨어진 신뢰감도 한몫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 ‘국민가수’는 최근 대국민 응원 투표 과정에서 부정 투표가 발견돼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 가운데 치열한 경쟁보다는 참가자들의 이야기와 목소리에 집중하고, 날카로운 평가보다는 장점을 찾아내 위로와 응원을 전하는 심사위원들이 활약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시즌1에 이어 여전히 착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JTBC ‘싱어게인2’가 그 예다.


새로운 스타가 아닌, 활동은 하고 있지만 주목받을 기회를 놓친 무명 가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는 이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의 이름이 아닌 번호로 그들을 호명한다. 탈락해 무대를 떠날 때가 되어서야 이름을 공개할 수 있다. 이름을 숨겨 오히려 궁금증을 유발하려는 목표로 설정된 콘셉트지만,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정성이 확보되기도 한다. 특히 시즌2에는 이미 알려진 기성 가수들도 대거 출격했는데, 이들 또한 이름을 감춘 채 오롯이 무대로만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참가자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준다는 프로그램의 콘셉트에 맞게, 그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무대를 보여줄 기회를 충실하게 제공하며 ‘착한’ 오디션의 매력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오히려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는 이유가 되고 있다. 참가자들의 간절한 도전 이유와 실력이 뒷받침된 무대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을 느끼게 한다.


심사위원도 그들의 무대를 진지하게 감상한 뒤 진정성 가득한 평을 내놓는다. 날카로운 말이나 냉정한 평가보다는 참가자들의 장점을 먼저 살핀 뒤 정확한 표현으로 감상평을 전하는 방식이다. 참가자는 물론, 심사위원 한 명 한 명의 말과 표현도 정성껏 담아내는 것이 ‘싱어게인2’만의 매력이 된 셈이다.


올 한 해 가장 뜨거운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 역시도 그간 누군가의 뒤에서만 춤을 췄던 여성 댄서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그들의 실력을 집중 조명한 것이 흥행 원인이 됐다. 방송 초반 그들의 갈등을 부각하고자 관계를 파고들 때는 오히려 ‘올드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이다.


물론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과 ‘싱어게인2’는 목표부터가 다른 프로그램이다. 데뷔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억지로 꾸미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치열한 경쟁이 유발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싱어게인2’는 경쟁 구도나 갈등 없이도 웃음과 감동, 나아가 다음을 궁금하게 만드는 힘까지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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