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조차 그대로…단순 실수 어불성설"
교보생명의 가치평가 조작 공방이 지속되는 가운데 삼덕회계법인 소속 회계사가 안진회계법인의 보고서를 그대로 베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삼덕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A씨에 대한 4차 공판이 열렸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박진호 교보생명 부사장은 피고측 변호인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구체적인 증언을 쏟아냈다. 피고인 회계사 A씨 변호인은 "다른 회계법인이 한 업무를 이어받아 작업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박 부사장은 "회계사 A씨가 삼덕회계법인 내규조차 무시하며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며 "전체 보고서가 동일하고, 목차 및 페이지뿐 아니라 오류조차 동일한 만큼 베낀 정도가 아니라 표지만 바꿔서 낸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은 다른 회계사의 업무를 이어받은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나, 삼덕 내부 규정에서도 다른 회계사 업무를 참고했을 경우 용역업무 위험평가검토표 등에 명시 및 보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박 부사장은 "용역업무 위험평가검토표에는 안진회계법인의 동의를 받고 안진회계법인 자료를 사용했다고 표시했으나, 동의를 받았다는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업무 수행기간 등 일부 오류는 단순 실수에 불과하다"고 해명했지만, 박 부사장은 수 차례에 걸쳐 동일한 내용이 적혀 있는 점으로 미뤄 단순 실수라고 볼 수 없으며, 여러 명이 검토 작업을 했다고 하면서 이런 실수가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교보생명과 연락이 닿지 않아 가치평가에 필요한 자료 자체를 받지 못했다는 주장은 회계사 A씨가 처음부터 교보생명 측에 연락을 취한 적이 전혀 없었음이 드러나면서 흐지부지됐다.
검찰 측은 삼덕회계법인이 'ICC 중재판정부에 제출한 최종 버전의 엑셀 파일'과 변호사가 법원에 증거로 낸 '안진회계법인에서 받은 엑셀파일'에 전혀 차이를 찾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부 영어 단어를 한국말로 번역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가치평가 방법이나 과정 적정성도 문제지만, 삼덕회계법인 회계사 A씨가 본인의 전문가적 판단에 따라 가치평가를 한 것이 아니라 복제만 했다는 것과 안진회계법인의 자료를 그대로 가져와 베꼈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피력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소명하겠다고 말했다.삼덕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A씨에 대한 5차 공판은 오는 2월 3일로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