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범 비롯해 100억대 계약 선수만 5명
팜 시스템 공급 부족으로 FA 영입이 현실적?
KBO리그 FA 시장이 사상 첫 1000억원을 돌파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 스토브리그에 FA 자격을 얻고 시장에 나온 선수는 총 15명이며 이 가운데 14명이 계약을 마친 상황이다.
한화 포수 최재훈이 5년간 54억 원으로 포문을 열며 심상치 않았던 FA 시장은 이후 100억원대 계약들이 줄을 지으면서 역대급 광풍이 불었다.
KIA 이적을 택한 나성범이 6년간 150억원으로 2017년 이대호(4년 150억원)가 기록했던 KBO리그 FA 시장 역대 최고액과 타이를 이뤘고, 두산 김재환(4년 115억원), LG 김현수(4+2년 115억원), KIA 양현종(4년 103억원), NC 박건우(6년 100억원) 등 무려 5명의 선수들이 100억 대 잭팟을 터뜨렸다.
그 결과 14명 FA들의 계약 총 액수는 역대 최고치인 971억 원이다. 당연히 한 시즌 FA 총액 역대 최고치이며 이제 마지막 남은 정훈이 29억 원 이상의 계약을 따내면 사상 첫 1000억 시대를 열게 된다.
일각에서는 KBO리그의 시장 규모에 비해 선수들 몸값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FA들의 몸값은 2010년대 들어 급등하기 시작했고 선수에 대한 영입 경쟁이 벌어지면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파격적인 계약이 성사되곤 했다.
결국 구단들이 천문학적으로 높아지는 선수 몸값을 견딜 수 없었고 최근 1~2년간 지갑을 닫으면서 FA 시장의 거품도 꺼지는 듯 했다. 하지만 이는 잠깐의 자정적 노력에 불과했다.
‘프로스포츠의 근간은 곧 성적’이라는 분위기가 다시 찾아왔다. 때 마침 9구단 NC 다이노스가 지난해 통합 우승을 차지했고 올 시즌에는 막내 구단 KT 위즈가 왕좌에 올랐다. 이들 모두 선수 영입에 적극적으로 매달린 팀들이었는데 ‘투자=성적’의 공식을 충실히 이행한 팀들이었다.
리빌딩은 언감생심이었고 모그룹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구단들이 다시 FA 시장에 뛰어들었다. 실제로 팀 재편에 나섰던 KIA가 당장의 성적을 위해 나성범, 양현종에게 250억원 넘는 돈을 투자했고, 최근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는 LG 역시 우승을 위해 돈을 풀었다.
물론 FA 시장을 관망한 팀들도 있다. 외부 FA 영입에 나서지 않았던 한화와 롯데, 키움이 그들이다. 이들 모두 어린 선수 육성에 나서는 팀들인데 성과는 제각각이다.
하지만 KBO리그와 같이 선수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시장에서 유망주 육성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선수들로 공급이 넘쳐나는 미국식 팜 시스템이 애초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실제로 이와 비슷한 기조를 유지 중인 한화와 롯데가 언제쯤 리빌딩이 완성될지 장담할 수 있는 이는 극히 드물다. 그러나 이정후와 같은 유망주 발굴이 꾸준히 이뤄지는 히어로즈의 성공적 케이스가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한다.
당장의 성적을 원하는 구단들은 즉시전력감이 대거 쏟아져 나온 이번 FA 시장에 적극적으로 달려들었고 1000억원에 가까운 돈이 선수들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게 됐다. 투자의 성공 여부는 결국 다음 시즌 팀 성적에 의해 결정될 전망이다. ‘우승이냐 아니냐, 가을야구냐 아니냐’를 놓고 돈을 퍼부은 구단들이 심판대에 오를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