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시작한 의총, 오후 8시 넘어 마무리
냉랭한 분위기…갈등 봉합 과정, 쉽지 않았다
의원들에 충분한 발언 시간 준 尹,
의총 참석해 "모든 게 내 탓" 갈무리
국민의힘이 6일 선거 기구 쇄신 하루만에 '내홍'에 휩싸였다 극적으로 이를 봉합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의원총회를 열고 이준석 당대표 '사퇴 결의'에 나서면서 시작된 갈등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되다, 윤석열 대선 후보가 의총장에 나타나 "모든 게 내 탓"이라며 이 대표를 감싸안으며 끝이 났다.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가 이날 오전 비공개 의총에서 이 대표의 사퇴 결의를 제안하면서 사태가 시작됐다.
이날 오전 이 대표가 전날 쇄신한 선대본부 관련 인선에 제동을 건 게 발단이 됐다. 이 대표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권영세 사무총장, 이철규 전략기획부총장 임명안 상정을 보류시켰다. 일부 의원들은 선거 기구 쇄신 하루 만에 당 대표가 훼방을 놓는다며 격노했다.
윤 후보가 이 대표가 '연습문제'라고 표현한 3가지 제안 중 하나인 '출근길 인사'에 나섰음에도, 이 대표가 "관심없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인 것도 의원들의 불편한 심기를 자극했다.
이날 의총에서 의원들의 압도적 다수는 이 대표 사퇴 결의에 찬성하며,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하태경 의원 등은 사퇴 결의에 반대했지만, 이는 소수에 그쳤다. 당시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훨씬 높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준석, 박수 못 받은채 단상에 서서 30분 연설
잠시 정회했다 이날 오후 2시에 속개된 의총은 이준석 대표의 참석과 모두발언 공개 여부를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이 대표는 공개 발언을 해야 참석하겠다고 한 반면, 몇몇 강경파 의원들은 비공개를 요구하며 맞섰다.
이 대표는 당대표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원총회에서 당대표의 공개발언 자체가 지금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무엇보다 조속히 의원총회를 통해서 의원들과 소통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통상적으로 대표가 할 수 있는 공개 발언을 하지 못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상당한 의문을 갖고 있다. 모든 토론 과정을 공개로 할 것을 제안한다"고 강조했고, 그의 요구는 결국 받아들여졌다.
오후 5시 20분께, 이 대표가 의총장에 들어서 단상에 섰을 때 의원들 중 박수를 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30분 가량 이어진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도 의원들은 '항변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저를 아끼는 많은 의원이 선당후사를 말했다. '당을 위해 이 대표가 마음을 접어주고 당을 위해 이렇게 하자'는 말, 외람되게도 그 방법론에 동의할 수 없었다"며 "제 나이 때쯤 되면 '당을 위해 네가 희생해라'라는 말은 애초 들리지도 않는 표현일 것이고, '당을 위해 무조건 따르라'는 표현은 설득 방법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젊은 세대에 최근 들어 지지율 고전을 겪는 이유는 와닿지 않은 명분 하나만 내세우기 때문"이라면서 "너 이재명 찍을거야? 문재인 정부 연장 바라니? 정권교체 안 할거야? 이 말로 접근해서는 젊은 층 지지를 회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갈등이 봉합된 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모두발언에서 진정성이 좀 떨어졌다. 약간 항변 이런 걸로 느껴져서 그랬는데, 의원들의 얘기를 들으며 표정과 자세가 좀 바뀌면서 많이 (의원들이) 누그러졌다"고 전했다.
갈등 해결 적극 나선 윤석열 "이준석, 우리가 뽑았다…힘 합치자"
이후 이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의 비공개 대화가 진행됐다. 대화가 진행되며 분위기는 다소 잠잠해졌으나, 여전히 명쾌한 답은 찾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김은혜 의원은 "흉금을 터놓는 자리가 되고 있고, 또 대표님도 경청을 하고 계셔주신다"며 "진지하게 진행되고 있고, 파도가 몇 번 쳤고, 지금은 파도가 약간 잔잔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7시 50분이 넘어서 의총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대표의 마무리 발언이 진행중인 때였다. 이 대표는 "저는 오늘내일 후보와 진솔한 대화를 할 것"이라며 "서로 오해가 풀리고 국민이 감동받는 선거가 되길 기대한다. 그 과정에서 의원들께 보답하게 되길 바란다"고 발언을 마쳤다. 그는 처음과 달리 의원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후 발언대에 올라선 윤 후보는 "이준석 대표를 여러분이, 국민이 뽑았다. 저와 대표와 여러분 모두 힘 합쳐서 3월 대선을 승리로 이끌자"고 외쳤다.
이어 "모든 게 다 후보인 제 탓이다. 오늘 의원들도 대표에게 하고싶은 말을 다 하고, 이 대표도 의원들에게 본인 입장을 다 설명하신 걸로 안다"며 "자가 미흡한 점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당이란 게 뭔가. 선거의 승리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 아닌가. 저희가 대의를 위해 지나간 걸 다 털고, 오해했는지도 아닌지도 다 잊자"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세 번째 도망가면 당 대표 사퇴하겠다"며 "지난 2~3주 기간이 제게도 애달픈 기간이었다. 선거 중독자인 저에게 얼마나 아픈 시간이었겠느냐. 당원과 국민에게도 죄송한 시간이었다"고 사과했다.
尹 등장 이후 '갈등 봉합'까지 속전속결…"원팀으로" 외치며 마무리
윤 후보가 등장하자 갈등 봉합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윤 후보는 이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추경호 수석원내부대표, 권영세 사무총장, 서범수 후보 비서실장 등과 이른바 '6자회담'을 가진 후 8시 20분쯤 브리핑을 열고 갈등봉합을 공식화했다.
이들이 다시 회의장으로 들어서자 의원들은 "윤석열"을 연호했다. 다만 "이준석"도 연호하자는 사회자의 신호에 의원들은 응답하지 않으면서, 여전히 약간의 감정이 남았음을 시사했다.
윤 후보는 "자, 이제, 다 잊어버립시다. 오늘 3.9 대선과 6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그 승리를 통해서 우리 당이 재건하고 또 우리나라가 정상화되고 국민에게 행복한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수권정당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다 함께 뜁시다, 여러분!"이라고 외치며 재출발 의지를 다졌다.
윤 후보와 이 대표, 의원들은 "다시 시작!" "초심으로!" "국민만 바라보고 원팀으로"라는 구호를 세 번 제창하고 의원총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