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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로그인⑰] 쓰레기 더미 위 녹색 미래 쌓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입력 2022.01.10 07:01 수정 2022.01.07 18:14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서울·인천·경기 폐기물 매립·관리

높은 기술력으로 주변국 ‘벤치마킹’

최근 ‘자원순환’ 중심으로 역할 진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자원순환타운 전경.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감염병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한 비대면 문화 확산,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들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공기관 역점 사업에 대한 관심은 크게 줄어든 상황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공공기관의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의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됐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로그인]처럼 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18세기 산업혁명 시작 이후 현재 4차 산업혁명에 이르는 동안 인류 문명은 상전벽해(桑田碧海)와 같은 변화를 보였다. 인간 삶은 편리해졌고, 빨라졌다. 활동 영역도 지구 밖을 도전할 만큼 넓어졌다.


산업화의 밝은 면이 경제적 윤택과 생활의 편리였다면 어두운 단면 가운데 하나는 ‘환경’이다. 인류의 산업화는 필연적으로 쓰레기를 발생시켰고, 이는 환경파괴를 넘어 지구 존립의 위험성으로 확대되고 있다.


2014년 우리나라 전국 일일 생활폐기물 배출량은 4만9915t이었다. 5년 후인 지난 2019년에는 5만7961t으로 늘었다. 공장과 건설 현장 등에서 나오는 폐기물까지 합치면 일일 폐기물 총량은 같은 기간 40만2000t에서 49만7000t으로 급증했다. 2019년 기준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일일 폐기물 총량은 17만4714에 달한다. 전국 폐기물의 35%를 차지한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불태우거나, 땅에 묻거나 다시 쓰면 된다. 다시 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적어도 현재로선 불태우거나 땅에 묻는 방법을 가장 많이 쓴다.


인천 서구에 위치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이하 SL공사)는 수도권 17만4000여t의 쓰레기를 매일 처리하는 곳이다.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땅에 묻고 이를 관리하는 공공기관이다. 1992년부터 수도권 지역의 폐기물 반입을 시작하면서 2000년 환경부 산하 국가공사로 정식 출범했다.


출발을 폐기물 관리에서 비롯했고, 지금도 폐기물 관리가 주요 업무지만 SL공사는 단순 폐기물 매립을 넘어 자원순환이란 더 큰 역할로 진화하고 있다. SL공사 1차 기능이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적정한 처리’였다면 2차 기능은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자원화 촉진’이다. 나아가 3차 역할로 ‘주변지역 주민의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까지 담당한다.


SL공사는 설립 이후 현재까지 수도권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친환경적으로 매립할 뿐만 아니라, 자원·에너지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사용이 종료된 매립장과 연탄재 야적장은 친환경 골프장, 공원 등 시민 휴식공간으로 조성했다. 최근에는 정부의 자원순환 대전환 추진계획에 발맞춰 생활폐기물 반입총량제, 건설폐기물 직반입 금지 등의 매립량 감축 정책을 추진하며 자원순환사회 구축을 선도하고 있다.


매립지 위에 조성한 야생화단지 모습.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외국 벤치마킹 대상 된 세계 최고 폐기물 처리기술


SL공사는 수도권매립지를 위생 매립장으로 철저히 운영·관리하면서 폐기물 처리시설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 데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크게 복토와 매립가스 포집, 안정적 침출수 처리 등으로 대표되는 친환경 매립기술로 환경부 주관 폐기물처리시설 운영실태 평가에서 매립시설 부문 3년 연속 전국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SL공사는 폐기물 하역 후 20cm 이상 두께로 흙을 덮는다. 그 위에 다시 50cm 이상 두께로 흙을 추가한다. 그 결과 매립지 외부로 노출된 폐기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악취의 원인이 되는 매립가스는 매립장 내부로 설치된 1000여 개의 배관으로 빨아들여 발전소로 보낸다. 이를 통해 악취 발생을 차단하고 2020년 기준 하루 평균 3800만원 상당의 전력도 생산한다. 폐기물이 썩으면서 발생하는 침출수는 별도의 처리장에서 법정 기준치보다 약 3분의1 이하로 처리하고 있다.


SL공사의 이런 노력은 인천시가 수행한 ‘수도권매립지 주변 자연부락 환경개선대책 수립 용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인천시가 2020년 8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4개월 동안 수도권매립지 주변 11개 지역을 대상으로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악취,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의 오염 기여도를 조사한 결과, 수도권매립지의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밝혀졌다.


SL공사의 폐기물 처리·관리기술은 한국을 대표한다. 나아가 해당 기술을 해외에까지 선보이고 있다. 해마다 관련 기술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하는 외국인이 2019년 기준 3144명에 이른다. 이들은 친환경 매립장 운영 노하우와 자원순환타운 조성 과정을 배워간다.


SL공사는 지난해 6월 에콰도르 수도권종합고형폐기물관리공사와 업무협약을 맺어 친환경 매립지 운영 경험을 제공하고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와 주변 지역 주민의 쾌적한 환경 조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2006년 처음 해외사업을 시작한 후 인도네시아·베트남·스리랑카·모잠비크·몽골·네팔 등지에 폐기물 처리기술을 전수해 왔다.


제3매립지 전경.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매립지 ‘관리’ 넘어 ‘자원순환’ 중심으로 역할 확대


해외에서 매립기술과 함께 특히 관심을 보이는 대목은 SL공사의 폐기물 자원화 기술이다. SL공사는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친환경적으로 매립하는 것에서 나아가 폐기물을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자원화하는 기술을 연구해왔다. 그 결과물로 자원순환타운을 조성하고 폐기물을 통해 다양한 자원을 실제 생산해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가연성폐기물자원화 시범시설이다. 이곳에서는 생활폐기물 내에 포함된 가연성폐기물을 활용해 고형연료(SRF)를 만들고 이를 화석연료 대체재로 판매하고 있다. 또한 찌꺼기(슬러지)자원화 시설에서는 하수 찌꺼기를 건조해 고형연료로 만들고 이를 발전소에 공급한다. 음폐수바이오가스화 시설에서는 음식물폐수(음폐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하루 평균 약 3만3458㎥의 바이오가스 연료를 생산하고 있다.


2020년 9월 정부는 생산단계에서부터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선별·재활용을 극대화해 생활폐기물의 직매립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에 SL공사는 폐기물 발생부터 처리까지 종합 개선방안을 담은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라 SL공사는 생활폐기물 반입총량제를 시행했다. 2020년에는 2018년 반입량의 10%를, 2021년에는 15%를 줄이기로 했다. 올해부터는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5t 이상 건설폐기물 직반입을 금지해 건설폐기물 중 태우거나 재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선별하기로 했다.


SL공사는 앞으로 자원순환 기능 확대에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사명도 ‘수도권자원순환공사’로 바꾸고 폐기물의 자원화 연구 등 사업 영역을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SL공사는 “폐기물은 더는 단순 쓰레기가 아닌, 전기·열·물질을 생산하는 원자재이며 또 하나의 자원”이라며 “사람과 자연이 상생하는 친환경 자원순환 전문기관이 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신창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폐기물, 단순 매립 넘어 자원·에너지로 재탄생 필요한 시기”

[인터뷰] 신창현 SL공사 사장


“SL공사의 기술력에 놀랐다. 2020년 기준으로 SL공사가 보유한 지식재산권만 108건에 이른다. SL공사는 2000년 7월 출범 당시부터 현재까지 연구전담부서를 구성·운영해 매립시설에 대한 단순관리를 뛰어넘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접근을 시도해 온 덕분이다”


신창현 SL공사 사장은 지난해 7월 부임해 가장 놀란 사실이 바로 SL공사가 가진 폐기물 처리 기술력이라고 한다. 신 사장은 “108건에 달하는 지식재산권을 바탕으로 2019년 국내 최초 생활폐기물과 건설폐기물을 분리 매립하는 공법을 적용했고, 그 결과 악취 유발 물질인 황화수소의 발생을 획기적으로 저감할 수 있었다”고 자랑했다. 더불어 지난해 침출수 환원정화설비를 도입해 침출수 무방류와 매립장 조기 안정화를 꾀한 점도 강조했다.


그는 SL공사 업무 가운데 가장 중요한 항목을 “폐기물의 안정적 처리”로 꼽으면서 “이는 공사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신 사장은 “수도권매립지가 단 일주일이라도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으면 수도권 지역에 쓰레기 대란이 발생할 수 있을 만큼 수도권매립지가 갖는 중요성이 크다”며 “이 때문에 서울시와 인천시, 경기도, 그리고 주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이 가장 풀어내기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그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지역 상생’을 꼽았다. 지역 상생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고 이를 실천하는 게 다양한 이해관계에서 오는 문제점을 슬기롭게 풀어갈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설명했다.


신 사장은 “SL공사는 설립 이후 지역과 상생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며 “대표적으로 사용이 끝난 제1매립장에 골프장을 조성해 주민에게 개방했고, 연탄재 야적장으로 활용되던 부지를 야생화공원으로 조성하는 등 지역 휴식공간으로 조성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SL공사 창립 이후 2020년까지 모두 4449억원의 지원기금을 조성해 인근 주민을 위해 사용한 사실도 언급했다.


폐기물을 처리의 대상이 아니라 또 하나의 자원으로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신 사장은 “우리는 폐기물을 단순 매립하는 것에서 나아가 자원·에너지로 재탄생시키고 있다”며 “앞으로는 폐기물의 자원·에너지화가 중요해지는 흐름에 발맞춰 수도권자원순환공사로 재탄생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수도권매립지를 둘러싼 여건들을 고려할 때, SL공사 운영 전반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국가 폐기물 정책이 급변하는 시기인 만큼 주어진 역할 뿐만 아니라 관련 정책이 단계적으로 잘 시행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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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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