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병원 "진료 동참하고 싶지만 지침 있어야 현장에서 준비 가능해"
개원의협 "모든 병원에서 검사 가능하겠끔 진료 현장 중심의 대응 매뉴얼 필요"
일반진료 보러온 환자들에 대한 감염 우려…헤파 필터 공기청정기 등 보호구 착용 권고
1월 29일~2월 2일, 선별진료소에서 검사 키트 무료 제공…설 연휴 PCR 검사 수요 증가 대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정부가 동네 병·의원에서도 코로나19 관련 검사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다음달 3일부터 오미크론 대응체계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는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1차 의료기관에 자세한 가이드라인을 서둘러 제시해줘야 할 시점이라고 촉구하고, 일반 진료를 보러온 환자들에 대한 감염 우려에 대해서는 헤파 필터 공기청정기 등 보호구 착용을 권고했다.
오미크론 대응을 위한 진단검사·역학조사 체계 전환은 26일부터 광주, 전남, 경기도 평택·안성에서 먼저 시행됐다. 이들 지역에선 밀접접촉자나 60세 이상 고령자 등에 한해서만 기존처럼 선별진료소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이뤄진다. 고위험군이 아닌 경우 호흡기전담클리닉 등에서 신속항원검사와 관련 진료를 받도록 '오미크론 대응 방역 의료체계'를 우선 적용한다. 이들 지역에서 코로나19 진료체계에 참여한 호흡기전담클리닉은 현재 의원 8곳, 병원 22곳, 종합병원 13곳 등 총 43곳이다.
정부는 다음달 3일부터는 이들 4개 지역 외 전국 모든 지역에서 이러한 새로운 진단검사 시스템을 시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연휴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도 일선 병원들은 어떠한 안내도 받지 못해 현장에서는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시 중구의 A이비인후과는 "보건복지부 등에서 지침이 내려와야 따를 수 있는데 아무런 지침을 받지 못했다"며 "지침이 내려오면 일반 진료를 받는 환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게 나눌 준비도 필요한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A이비인후과 관계자는 "코로나19 진료를 동네 병·의원에서 하는 것에 동참하고 싶다"며 "그러나 지침이 내려와야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B이비인후과도 "아무런 고지를 들은 적 없다"며 "일반 병원 진료체계를 전환하는 사실조차도 몰랐다"고 전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회 회장은 "진료 현장 중심으로 의료전문가단체와 협의해 합리적인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며 "지역에는 다양한 병원이 없기 때문에 검사는 일부 병원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병원에서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진료 환자 감염 우려에 대해 김 회장은 "오미크론은 감염을 막는다는 것이 의미가 없다. 이렇게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는 가운데 접촉을 막는 것에 목적을 두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모든 병원이 동참했듯이 코로나19 진료 또한 동참할 것으로 생각한다. 지침 안내를 서두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일선 의료기관에서 감염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이지, 진단검사체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재택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 대해 어떻게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자세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1차 의료기관에게 안내해주는 등의 준비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설명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금도 늦었는데 설 이후에 의료체계를 마련한다는 것은 너무 늦다"며 "그때는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한 다음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일반 진료를 보러온 환자들에 대한 감염 우려에 대해서는 "보호구 착용 등으로 감염을 관리하는 방법도 있다"며 "바이러스와 미세먼지를 함께 제거할 수 있는 헤파 필터 공기청정기를 사용할 경우 바이러스 살균 효과도 90% 이상 있기 때문에 이러한 수단들을 활용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설 연휴 기간 PCR 검사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오는 29일부터 전국 256개 선별진료소에서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오미크론 확산으로 확진자가 늘어나 선별진료소 PCR 검사 대기가 길어질 수 있어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하는 분은 신속항원검사를 할 수 있도록 1월 29일부터 2월 2일까지 전국 선별진료소에서 무료로 자가진단키트를 공급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