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호조에 지급보증 1년 새 7조↑
글로벌 교역조건 악화 전망 '긴장감'
국내 4대 은행들이 고객의 빚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대신 책임지겠다고 보증한 금액이 1년 새 7조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5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수출이 연간 최대 기록을 다시 쓸 정도로 힘을 되찾으면서 관련 기업들에 대한 보증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올해는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것은 물론 교역조건 악화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은행의 빚보증을 둘러싼 위험도 다시 한 번 기로에 설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개 은행의 확정·미확정 지급보증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총 58조88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액수로 따지면 6조9065억원 증가했다.
지급보증은 표현 그대로 보증을 해준 고객이 돈을 갚지 못하게 됐을 때 해당 은행들이 이를 대신해 상환해주겠다고 약속한 돈을 의미한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의 지급보증 잔액이 15조521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8.4%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하나은행 역시 15조3225억원으로, 우리은행은 11조8337억원으로 각각 13.3%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국민은행의 지급보증 보유량도 9조6472억원으로 15.7% 증가했다.
◆경기 하방 리스크 전이 우려
은행권의 지급보증이 확대된 배경에는 수출 호조가 자리하고 있다. 대형 은행들의 지급보증이 대부분 수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다. 은행은 주로 신용장 거래를 비롯한 각종 무역거래나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차입하려는 기업이 담보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급보증을 해 준다. 이에 따라 무역 거래에 문제가 생기거나 기업이 부도를 냈을 경우 지급보증을 한 은행이 돈을 변제하게 된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6445억4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5.8% 증가했다. 3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함과 동시에 수출 플러스 전환을 달성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수출 증가세가 더뎌지면서 무역수지는 적자로 돌아선 상태다. 지난달 수출 증가율은 18.3%로 전월보다 13.7%p 낮아졌다. 수출 품목의 가격 상승에 금액은 늘었지만, 물량 기준으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어서다. 무역수지 적자는 수입가격 급등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 탓으로 풀이된다. 수입가격지수는 지난해 8월 27.9%에서 11월 33.4%까지 올랐다.
이런 와중 공급망 교란과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등이 경기 하방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계 산업생산과 교역량이 정체되며 수출 증가폭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세계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과 공급망 차질, 미국의 통화긴축 가속화 우려 등이 꼽힌다. 생산 및 물류 차질, 원자재 수급 불안 문제가 지속되면 경기 상황을 반영하는 산업생산과 교역량 등의 개선세가 악화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의 지급보증을 둘러싼 리스크도 악화될 공산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글로벌 경기가 하강 국면에 돌입하며 수출에 제동이 걸릴 경우 지급보증 등을 통해 은행권에도 악영향이 전이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