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작 2편 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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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권상우가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을 통해 첫 사극, 첫 악역 도전에 나섰다. 그동안 멜로, 코미디, 액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속 선두에서 극을 이끌어갔던 권상우지만, 이번에는 긴장감을 유발하는 악역으로 우리가 알고 있던 권상우의 이미지를 깨뜨렸다.
권상우는 '해적: 도깨비 깃발'에서 왕실의 사라진 보물을 노리는 부흥수로 분해 권력을 향한 욕망과 뛰어난 검술로 무치와 해랑의 일당을 위기 속으로 몰아넣는다. 권상우는 자신의 연기를 확장시킬 수 있겠다는 확신과 '탐정: 더 비기닝'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정훈 감독과의 신뢰로 합류했다.
"언젠가 사극을 할 거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어요. 때마침 김정훈 감독님 연출 소식을 듣고 함께 '탐정'을 같이 했기 때문에 조금 더 신뢰할 수 있었어요. 다른 캐릭터들이 모두 유쾌한데 부흥수가 혼자서 긴장감을 주는 역할인데, 그 지점을 잘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권상우란 배우가 총각 땐 멋있는 역을 많이 했는데 다른 역할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겠다 생각했죠. 배우의 확장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아요."
권상우는 고려 말기 전쟁터에서 목표에 방해가 된다면 아군의 목도 베어버리는 잔혹함을 가진 인물이다. 여기에 뛰어난 검술 실력까지 갖췄으니, 부흥수의 등장만으로 극의 분위기는 전복된다. '화산고', '말죽거리 잔혹사', '신의 한 수: 귀수편' 등 액션 영화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줘왔던 권상우는 이번에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다만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 후반부 무치(강하늘 분)과의 대결 장면을 촬영한 것은 개인적으로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저는 맨몸 액션이 더 편해요. 그동안 액션 영화를 많이 촬영했고 몸이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검으로 하는 액션은 조금만 실수해도 상대가 다칠 수 있어서 정신적으로 조심스럽더라고요. 까다롭지만 최선을 다해 촬영했죠. 그런데 촬영 중 아킬레스건이 파열돼 아쉬웠어요. 그래도 제작진의 도움을 받아 어색하지 않게 나왔더라고요. 그것만으로도 감사하지만 부상이 아니었다면 더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드네요."
이번 '해적: 도깨비 깃발'에서는 강하늘, 한효주 등 후배들이 주도한 현장이었기 때문에 권상우는 한 걸음 뒤에서 편안한 촬영 현장 분위기를 만들려 했다. 어느덧 촬영 현장에서 가장 선배가 된 권상우는 주변을 더 잘 살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저는 스물여덟 살에 멈춰있고, 어른인척하며 사는 것 같아요. 제가 '야왕'이란 드라마를 찍을 때 있었던 조연출에게 입봉하면 출연해 준다고 약속했는데 이제 입봉 드라마를 찍는다고 연락이 왔더라고요. 또 얼마 전 드라마 특별 출연을 갔는데 B 팀 감독님은 서른두 살이었고요. 격세지감을 느껴요. 사실 나이를 먹을수록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어릴 땐 잘못해도 '어려서 그런 거야'라고 넘어가 줬는데 이제는 그러면 안되죠."
이제 권상우는 꼭 주인공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말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역할의 분량에 집중하기보다는 좋은 작품을 함께 만드는 일원이 되는 일에 더 의의를 두기 시작했다.
"노화라는 건 누구에게나 오잖아요. 잘 관리해서 최대한 늦추고, 신체적인 움직임이 둔해지지 않게 하느냔의 문제인 것 같아요. 저는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어요. 저는 흥행보다는 내용이 좋은 시나리오를 더 선호해요. 좋은 작품 안에서 제가 맡을 수 있는 역이 있다면 하고 언제든지 마음의 준비가 돼 있어요. 그런데 아직까지 그렇게 생각 안 하는 제작사도 있더라고요. 저는 충분히 열려있고, 마다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권상우는 코로나19로 힘들어진 극장가에 '해적: 도깨비 깃발'이 2022년 한국 영화의 시작을 알릴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랄 뿐이다. 권상우는 차기작 '크리스마스 선물'과 최원석 감독의 '우리들도 자란다'로 다시 관객을 만난다. 데뷔 21년 차지만, 여전히 하고 싶은 역할과 장르가 많다. 권상우가 열심히 달리는 이유다.
"제 필모에 가장 멋진 액션 영화, 감동적인 코미디 영화, 제 나이에 맞는 멜로 영화를 찍고 싶어요. 그게 제 목표예요. 우선 우리나라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좋은 성과를 이루길 바라요. 또 올해 영화 두 편을 더 찍어놨으니 기대해 주세요. 재미있는 작품을 만드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