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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시대②] 역대급 기록 세운 수출…‘반도체’ 중심 취약구조 숙제 남겨


입력 2022.02.08 15:25 수정 2022.02.08 15:26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지난해 수출 6445억4000만 달러 달성

반도체 1280억 달러…전체 20% 차지

미·중 수출 의존 심화, 무역 적자도 과제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부산항 모습. ⓒ뉴시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이 연간 6445억4000만 달러를 달성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경제 발전 효자 노릇을 제대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경제가 암흑기를 보내는 동안에도 우리 수출은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우리 경제의 4.0% 성장에 가장 큰 버팀목 역할을 해줬다.


다만 굳건한 버팀목 속에 숨어 있던 크고 작은 균열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웃돌면서 단일 품목에 지나치게 집중되는 문제와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수출국에 대한 의존이 커지는 등의 한계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연간 수출액은 6445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18년 6049억 달러보다 366억 달러 늘어나면서 3년 만에 역대 최대 수출액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년도 대비 성장률은 28.3%로 2010년 이후 가장 높았다.


기록만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실적이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숨겨진 위험 요인들이 적잖이 드러난다.


지난해 우리 수출은 20대 품목 모두가 늘었다. 그런데 이는 전년과 비교한 수치다. 2020년은 코로나19가 발병한 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온 세계 경제가 경험하지 못한 전염병으로 위기를 겪을 때다.


당시 우리나라 수출은 1~3분기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20년 전체 수출 실적은 증가했지만 20대 품목 가운데 12개가 전년보다 줄었다. 석유제품(-40.6%), 자동차부품(-17.3%), 석유화학(-16.4%), 철강(-14.5%) 등 7개 품목에서는 두 자릿수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전 품목 수출 증가는 이런 ‘기저 상황’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도 반도체가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커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마냥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지난해 반도체 단일 품목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0%(1279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다음으로 많았던 석유화학 품목이 8.5%(550억8000만 달러)에 그치는 것과 비교된다.


반도체 비중 확대는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에서도 확인된다. ICT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26.6%에서 2021년 29.5%로 2년 만에 2.9%p 늘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 가운데 컴퓨터와 반도체만 수출 비중을 높이고 있을 뿐 무선통신기기나 가전, 디스플레이 등은 부진한 모습이다.


대기업 중심의 반도체와 달리 중소기업이 다수를 차지하는 자동차 부품, 가전, 무선통신 등 수출은 1~3%대 소폭 증가에 그치면서 기록적인 실적 속에서도 수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도드라졌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데일리안 DB
역대급 수출 실적에도 지난 2개월 무역 수지 ‘적자’


전문가들은 반도체 수출 쏠림 현상은 지난해 반도체 대란과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치명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올해 세계 주요국 경제성장률이 전년보다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수출에 지난해와 같은 높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5월 ‘산업 의존도 요인 분해를 통한 우리 경제 IT산업 의존도 평가’를 통해 반도체 쏠림 현상은 수출 안전성을 해치고 장기적 측면에서 경쟁력 적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하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우리나라 대(對) 중국 수출액은 1629억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약 25%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22.9% 늘어난 수치다. 미국 역시 959억 달러(약 15%)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29.4% 증가했다.


미국과 중국에 편중된 수출은 현재 미-중 무역갈등 등과 같은 대외 불확실성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출 구조는 장기적으로 수출 경쟁력이 저하될 수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정부도 미·중 수출 의존 확대를 우리 경제 위험 요소로 판단하고 있다. 산업부가 지난해 작성한 ‘미·중 통상 분쟁에 따른 한·중 통상구조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갈등으로 국내 산업이 연간 1조9024억원에서 최대 3조5846억원에 이르는 피해가 예상된다.


반도체 집중과 미·중 무역 의존 확대는 최근 무역적자 상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달 연속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 적자를 기록했다. 2개월 연속 적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번 무역수지 적자는 최근 에너지 가격이 치솟은 게 주요 원인으로 손꼽힌다. 더불어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는 상황에 다양한 거래망을 갖지 못한 우리나라 수출시장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수출 품목과 지역 편중 현상이 심해 장기적으로 수출 경쟁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큰 만큼 품목과 지역을 다양하게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우리나라 수출 품목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정체 상태”라며 “4차 산업혁명,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도할 새로운 성장동력 부재는 미래 수출 경쟁력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극화 시대③] 쏟아부은 재정…일자리 수는 늘고 질은 하락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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