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 PD들⑦] ‘터키즈’ 유튜브로 날개 단 심우경 PD의 ‘감성’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인물과 날것 그대로의 인터뷰, 이 두 가지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각화된 플랫폼 덕분에 내 코미디 감이 먹히는 날도 왔다고 생각한다.”

<편집자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확대되고,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TV 플랫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창작자들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즐겁지만, 또 다른 길을 개척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PD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CJ ENM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와플에서 공개 중인 웹예능 ‘터키즈 온 더 블럭’(이하 ‘터키즈’)은 터키 아이스크림 판매원으로 분한 코미디언 이용진이 게스트와 이야기를 나누는 길거리 토크쇼다. tvN에서 방송 중인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콘셉트를 차용해 토크를 나누고 퀴즈를 풀지만, 유튜브라는 플랫폼 특성에 맞춰 B급 감성을 강조하고 있다. 신기루가 출연한 에피소드는 조회수 600만 뷰를 돌파할 정도로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CJ ENM

‘집밥 백선생’, ‘SNL 코리아9’, ‘플레이어’ 등 tvN에서 다양한 예능프로그램들을 연출해 온 심 PD는 ‘터키즈’를 통해 유튜브 콘텐츠에 첫 도전했다.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다. TV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인물을 새로운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이 목표였고, 이 과정에서 ‘터키즈’의 B급 감성이 자연스럽게 표출됐다.

“초기 기획은 TV에서 볼 수 없는 인물들과 날것 그대로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유튜브 콘텐츠 특성상, 짧은 시간 안에 웃음이 터질 수 있도록, MC에게 캐릭터도 입히고, B급 오프닝도 구성하게 됐다. 시작하자마자 웃긴, 그리고 웃다가 끝나는 콘텐츠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제작하게 됐다.”

오랜 시간 TV 콘텐츠를 제작해 온 심 PD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이게 맞나?’라는 질문을 수차례 던지기도 했다. 이에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고, 지금은 구독자들의 적극적인 호응까지 끌어내며 유튜브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오랜 시간 TV 콘텐츠를 제작해왔기 때문에, 그 습관이 남아있었다. ‘과연 이렇게 촬영하고 편집하는 게 맞나?’ 하는 시간이 길었다. TV와 달리 유튜브 플랫폼 구독자들은 콘텐츠 집중도가 굉장히 높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굳이 설명을 안 해도 모두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된 후, TV처럼 설명적인 자막은 다 빼고, 화면을 억지로 꾸미지도 않았다. 오히려 시청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댓글창에서 ‘이거 아님? 저거 아님?’ 이런 이야기가 오가는 놀이의 장을 만들었다.”

재미있는 게스트를 섭외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이를 촬영하는 방식에도 신경을 썼다. ‘터키즈’가 추구하는 날것 그대로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기존의 촬영 방식은 과감하게 포기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프로그램의 콘셉트와 어우러져 ‘터키즈’ 구독자들의 호평 원인이 되고 있다.

“회의실에 있으면 김우경 작가가 휴대전화로 몰래 인터뷰하듯 촬영을 한다. 그 카메라의 느낌이 나쁘지 않더라. 친구가 내 모습을 찍은 영상은 누구나 하나쯤 있지 않나. 그 느낌을 최대한 살려보고자 했다. 시청자들도 익숙한 영상일 거라 믿었다. 그래서 친구를 찍듯 게스트를 찍었다. 날것의 느낌이 충만하게.”

ⓒCJ ENM

영향력이 커진 만큼 게스트를 섭외하는 기준이나 내용에 대한 고민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지금의 인기를 유지하며 롱런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지만, 그럼에도 ‘터키즈’만의 색깔을 잃지 않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게스트 의존도가 높은 토크쇼다 보니, 어떤 게스트를 모셔야 시청자들이 좋아할지 늘 고민한다. 오래가려면 건강한 변화를 줘야 하는데, 어떤 식으로 변화를 해야 할지도 고민 중이다. 이런 고민이 쌓일 때마다, 초기 기획으로 돌아간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인물과 날것 그대로의 인터뷰, 이 두 가지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심 PD는 ‘터키즈’의 감성이 통한 이유를 ‘플랫폼’에서 찾았다. 다수의 대중들이 좋아하는 감성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색깔을 확고하게 구축한 것이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하는 비결이 된 것이다.

“‘터키즈’ 전까지는 제 코미디 감성이 굉장히 마이너 하다고 생각했다. 고장 난 시계도 하루 두 번은 맞듯이, 다각화된 플랫폼 덕분에 제 코미디 감이 먹히는 날도 왔다고 생각한다. 다음 유행은 어떤 코미디 감각을 요구하는지, 유튜브 외의 플랫폼에서도 제가 추구하는 코미디 방향성이 먹힐 것인지. 계속 도전하고 싶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