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스케이팅 500m 은메달 획득..평창 이어 2연속 올림픽 메달
'깜짝 은메달' 표현에 서운했던 차민규, 한국 빙속 레전드로 부상
차민규(29·의정부시청)가 4년 전 은메달이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
차민규는 12일(한국시각)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서 펼쳐진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34초39를 기록, 중국의 가오팅위(34초32)에 불과 0.07초 차 뒤진 2위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10조 아웃 코스에서 출발한 차민규는 초반 100m를 9초64에 끊었다. 1위 가오팅위의 9초42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기록. 레인 체인지 구간에서는 함께 달린 마렉 카니아(폴란드)를 제쳤다. 쇼트트랙 선수 출신답게 차민규는 두 번째 곡선주로에 들어간 뒤 속도를 최대한 유지했고, 마지막 코너를 통과한 뒤 스퍼트하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올림픽 기록을 세운 가오팅위에는 못 미쳤지만 2위의 기록을 찍었다. 마지막 조 경기가 끝난 뒤 은메달이 확정되자 차민규는 태극기를 번쩍 들어 올렸다.
한국 선수단의 네 번째 메달을 따낸 차민규의 은메달은 이번 대회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나온 두 번째 메달이다. 앞서 김민석(성남시청)이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평창올림픽에에 이어 올림픽 2연속 은메달이다. 2010 밴쿠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모태범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다. 여자 선수로서는 이상화가 500m에서 올림픽 2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평창올림픽 당시 차민규는 전혀 주목받지 못한 선수였다. 하지만 올림픽 데뷔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하바드 로렌첸(노르웨이)과 단 0.01초 차이로 은메달을 따내는 반전을 일으키며 ‘깜짝 은메달’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였지만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도 크게 주목은 받지 못했다. 이번 시즌 월드컵 시리즈에서 랭킹 11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부상 여파와 장비 문제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차민규는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고 묵묵히 스케이트를 탔다. 평창에서의 성과가 ‘깜짝’으로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베이징에서도 차민규는 은메달을 따냈다. 평창 때 약점으로 지적됐던 스타트는 오히려 더 빨라졌다.
2개 대회 연속 메달을 획득한 차민규는 국내 취재진과 만나 “평창 때는 ‘깜짝 은메달’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이번에 또 땄다. 깜짝은 아니다”라며 “어머니도 깜짝 메달이라는 표현에 내가 고생한 것을 아시기 때문에 마음이 아프셨다. 나름 많이 노력을 해왔다. 많이 고생한 것만 알아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더 이상 차민규 이름 옆에 ‘깜짝’이라는 표현은 쓰이지 않는다.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2연속 올림픽 메달을 따낸 차민규는 ‘깜짝 스타’가 아니라 한국 빙속사에서 레전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