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500m 준결승서 무리하게 파고들다 실격
실격 이후 캐나다 선수에게 다가가 사과하는 매너
준준결승서 마지막 1바퀴 남기고 무려 3명이나 제쳐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에이스 황대헌(한국체대)이 남자 500m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경이로운 레이스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황대헌은 13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4번 레인에서 4위로 스타트를 끊은 황대헌은 기회를 엿보다 1바퀴를 남겨 놓고 3위로 달리던 우다징(중국)을 제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마지막 코너서 무리하게 파고들다 스티븐 뒤부아(캐나다)와 충돌하며 레이스서 이탈했다. 이후 비디오 판독 결과 레인 변경을 늦게 했다는 이유로 황대헌에게 실격이 주어졌다.
4년 전 평창올림픽 500m서 은메달을 획득했던 황대헌은 아쉽게 결승 진출에 실패하며 2연속 올림픽 메달이 좌절됐다.
하지만 황대헌은 준준결승서 엄청난 레이스를 보여주며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예선에서 비교적 저조한 기록을 세운 황대헌은 5명의 선수 가운데 가장 바깥쪽 자리에 위치했다. 스타트가 중요한 500m에서 다소 불리한 상황.
예상대로 황대헌은 가장 늦게 스타트를 끊으며 최하위로 레이스를 시작했다. 한 명씩 제치면서 조금씩 순위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였는데 다소 불안했다. 스케이트날 쪽에 문제가 생긴 듯 황대헌은 앞서 나가던 선수들과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계속해서 최하위에 자리했다.
결승선을 2바퀴 남겨놓을 때까지 황대헌은 최하위에 자리하며 이대로 준결승 진출에 실패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1바퀴를 남기고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마지막 바퀴에서 인코스를 절묘하게 파고들며 3위까지 치고 올라온 황대헌은 결승선에서 혼신의 힘으로 스케이트 날을 밀어 넣으며 극적으로 2위를 차지했다.
40초636의 기록을 남긴 황대헌은 아브잘 아즈할리예프(카자흐스탄·40초643)을 간발의 차이로 따돌리고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아즈할리예프 입장에서는 자신과 결승선에서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친 선수가 황대헌 일줄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극적으로 준준결승을 통과한 황대헌은 준결승에서도 선전을 펼쳤다. 아쉽게 실격 판정을 받았지만 막판까지 극적인 역전극을 노리며 분전했다.
특히 자신과 충돌해 순위 경쟁서 밀려난 뒤부아에게 레이스를 마친 뒤 다가가 무리한 추월 과정을 사과하는 매너를 선보였다.
황대헌의 사과를 받은 뒤부아 역시 괜찮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다행히 뒤부아는 어드밴스로 결승 진출에 성공하면서 황대헌도 조금은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4년 전 평창올림픽 은메달리스트답게 황대헌은 500m서 빼어난 실력은 물론 훈훈한 매너까지 선보이며 베이징올림픽 1500m 금메달리스트의 품격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