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도 비싼데"…전기차로 눈 돌리는 소비자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3.20 06:00  수정 2026.03.20 06:00

기름값 폭등에…전기차 문의 늘어

지자체 보조금 소진에도 계약↑

단순 부담 넘어선 '불안심리' 깔려

"전기차 보급 확대 변곡점 될 것"

서울 시내 한 쇼핑몰에 설치된 전기자동차 충전소 모습ⓒ뉴시스




"하이브리드차를 계약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름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 전기차로 바꿔서 다시 계약했습니다."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유가 상승 부담이 일상화되자,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로 눈을 돌리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단순한 '연료비 절감' 차원을 넘어, 불확실한 에너지 가격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심리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충전, 주행거리 등에 대한 우려로 전기차를 망설이던 시장 분위기가 이번 중동 사태를 계기로 크게 개선될 수 있다는전망이 나온다.


20일 수도권의 한 국산차 대리점 관계자는 "3월 들어 전기차 상담 건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 계약이 30%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국산차 뿐 아니라 수입차 전시장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울에 위치한 한 수입차 전시장 관계자는 "전기차 관련 상담이 중동 사태 이후 크게 늘고 있다"며 "특히 수입차는 고급유를 넣어야하는 모델이 많다보니 기름값 상승으로 구매를 망설이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신차 뿐 아니라 중고차 시장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중고차 업체 케이카는 이달 1일부터 14일까지 전기차 판매량이 직전 2주(2월 14~27일) 대비 무려 40.8% 늘었다. 3월은 기존에도 중고차 시장 성수기로 꼽히지만, 전체 판매량이 같은기간 28.3%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전기차 증가세가 유독 가파르다.


전기차 보조금 소진 속도도 예년보다 빠르다. 지난 9일 기준 160개 지자체(광역·기초) 중 1차 지원물량이 소진된 지자체는 전기승용차 36곳, 전기화물차 48곳이다. 대구와 대전의 경우 전기승용·화물차 보조금이 모두 소진됐고 부천, 옥천, 천안, 공주, 아산 등 34개 기초단체에서도 전기승용차 보조금이 조기에 소진됐다.


전기차에 대한 높은 관심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독일에서는 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후 온라인 자동차 딜러 마인오토의 전기차 관련 트래픽이 40% 증가했다. 글로벌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카와우는 3월 2일~12일까지 열흘 간 방문객 최대 66%가 전기차를 검색했다고 밝혔다.


배경에는 단순한 가격 부담 이상의 '불안 심리'가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중동사태로 기름값 부담이 커진 것을 넘어 지정학적 리스크, 산유국 감산, 환율 변동 등 다양한 변수로 유가가 언제든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서며 단기간에 급등한 경험이 있다. 최근 5년 사이 최소 두번의 '유가 폭등'을 경험한 소비자들의 입장에선 내연기관차를 선택하는 순간 앞으로도 이런 변동성을 감내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 셈이다.


물론 전기차도 전력요금이라는 변수가 존재하지만,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 폭이 제한적이고 예측 가능하다. 특히 국내처럼 전기요금이 정책적으로 관리되는 시장에선 연료비 안정성이 더 크게 체감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이번 중동사태가 전기차 보급 확대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친환경 정책이나 규제보다 더 직접적인 경제적 압박이 소비자의 선택을 더 빠르게 바꿀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전문가는 "주요 지자체의 전기차 보조금이 상당 부분 소진됐음에도 수요가 지속된다는 건 시장이 보조금 의존 단계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는 의미"라며 "연료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소비자들의 구매 기준이 구조적으로 바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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