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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은행, 신입 공채에 MBTI 요구 논란…취준생 '시끌'


입력 2022.02.18 06:00 수정 2022.02.17 10:45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가짜 성격 연기라도 해야 하나"

비객관적 지표 활용 두고 '잡음'

서울 오금로 Sh수협은행 본점 전경.ⓒSh수협은행

Sh수협은행이 신입행원 공개채용 지원자에게 마이어스-브릭스 유형지표(MBTI)를 요구해 논란을 빚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가벼운 심리 테스트 정도로 유행하고 있는 간이 MBTI를 공식적인 채용 절차에 적용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수협은행은 MBTI가 합격을 가르는 절대적 기준이 아니란 입장이지만, 취업에 목마른 청년들 사이에서는 은행이 선호하는 성격처럼 연기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신입 공채를 진행 중인 수협은행은 입사 지원서 자기소개서 항목에 MBTI를 필수 기재하도록 했다. 자신의 MBTI 유형과 장단점을 소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본인과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직무 분야와 판단 근거를 구체적으로 작성해 달라는 요구다.


MBTI는 MZ세대 사이에서 재미 요소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개인별 성격 구분 방식이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와 그의 어머니인 작가 캐서린 브릭스가 스위스 정신분석학자인 칼 융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공동 개발했다.


MBTI는 개인마다 다른 성격을 알아보기 위한 검사로 인지 기능과 판단 기능, 생활양식 등 네 가지 지표를 활용해 성격 유형을 가려낸다. 대표적으로 I 유형은 내향형, E 유형은 외향형으로 나누는 식이다. 이밖에 ▲감각형(S)과 직관형(N) ▲사고형(T)과 감정형(F) ▲판단형(J)과 인식형(P)으로 구분된다. 예시로 이를 조합해 ISTJ라면 내향형+감각형+사고형+판단형이 된다.


Sh수협은행의 2022년 상반기 신입행원 공개채용 지원서 중 자기소개사항 문항.ⓒSh수협은행
◆취업 스펙이 된 심리 테스트?


문제는 MBTI가 과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검사라는 점이다. 전 세계 수십억명 인구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단정하는 건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개개인의 성향과 행동 유형을 파악할 수 있다는 객관적 근거가 부족한 MBTI를 채용 과정에 적용하는 건 무리란 비판이다. 더욱이 주로 온라인에서 홀로 이뤄지는 무료 검사는 정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개인이 원하는 대로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수협은행이 비교적 타당성을 가진 정식 MBTI 결과를 요구한 것도 아니다. MBTI 검사는 공식 판권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유료 테스트와 그렇지 않은 무료 테스트가 있다.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MBTI는 정식 검사를 도용해 간략화 한 지표에 불과하다. 하지만 수협은행이 인증 받은 결과만 사용해야 한다는 등 제한 조건을 건 것도 아니어서, 대다수 지원자는 근거가 부족한 MBTI를 기재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수협은행의 요구를 두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금융사 취업 정보 공유를 위한 비공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수협은행 지원하는 분들 MBTI 문항 어떻게 하시나요', '회사에서 좋아할 만한 MBTI인 것처럼 연기해야 하나요', 'ISFP여서 떨어지는 건 아니겠죠'라는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금융권 취업을 준비해 온 한 지원자는 "얼마든지 결과를 조작할 수 있는 MBTI를 채용 절차의 하나로 사용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원자는 "기업에서 원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MBTI 검사를 다시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는 스스로의 감정에 자괴감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수협은행 측은 MBTI이 항목이 당락을 좌우하는 요인은 아니란 입장이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자신의 장단점이 지원 직무에 어떤 연관성이 있고 어떻게 핵심 역량을 활용할 수 있을지 기술해 보라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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