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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그룹 충당금 1조 축소…금융당국 압박 아랑곳


입력 2022.02.22 06:00 수정 2022.02.21 10:46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지난해 3조2509억…전년比 21%↓

금융지원 잠재 위험에 우려 목소리

국내 4대 은행 본점 전경.ⓒ데일리안

국내 4대 금융그룹이 대출 부실에 대비해 쌓는 충당금 규모를 1년 새 1조원 넘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직후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해 뒀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금융지원 정책으로 대출 부실이 억눌려 있는 와중, 적극적인 충당금 확대를 주문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압박에도 리스크 대비 비용을 축소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개 금융그룹의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총 3조2509억원으로 전년 대비 20.8%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액수로 따지면 8560억원에 달하는 감소폭이다.


신용손실충당금은 금융사가 고객들에게 빌려준 돈의 일부가 회수되지 못할 것을 대비해 미리 수익의 일부를 충당해 둔 것이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우선 하나금융의 신용손실충당금이 5326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40.1% 줄며 최소를 기록했다. 우리금융 역시 5368억원으로, 신한금융도 9964억원으로 각각 31.6%와 28.3%씩 해당 금액이 감소했다. KB금융의 신용손실충당금만 1조1851억원으로 13.6% 늘었다.


금융그룹들은 코로나19 사태 직후 충당금을 워낙 많이 쌓아둔 탓에 상대적으로 그 규모가 축소돼 보인다는 입장이다.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해둔 만큼, 이제는 어느 정도 속도조절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2020년 조사 대상 금융그룹들의 신용손실충당금 적입액은 4조1070억원으로 전년 대비 49.3% 급증한 바 있다.


4대 금융그룹 신용손실충당금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금융당국 수장 직접 나서 '경고'


하지만 이 같은 충당금 감축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지원 정책이 대출 건전성을 좋아 보이게 만들고 있는 착시효과를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책이 종료되면 대출 부실이 불거질 가능성이 큰 만큼 충당금 적립을 소홀히 할 때가 아니란 비판이다.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은행 여신을 둘러싼 위험이 축소된 배경에는 정책적 효과가 자리하고 있다. 금융권은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 방안에 따라 2020년 4월부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원금 상환의 만기를 연장해주고 이자 상환을 유예해주고 있다. 당장 원금이나 이자를 갚기 어려워 연체로 잡혀야 할 대출이 수면 아래에 억눌려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의 충당금 축소에 결국 금융당국이 경고음을 내고 나섰다. 금융당국은 이번 달 초 금융그룹과 은행의 리스크 담당 임원과의 회의를 열고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최근 금융당국 수장들이 직접 충당금을 언급한 뒤 나온 후속 조치다. 앞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예상되는 충격을 충분히 고려해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은보 금감원장도 "전년보다 충당금 규모가 줄어든 모습"이라며 "더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는 당국의 압박이 강화되면서 금융사의 충당금 비용 부담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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