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반도체 생산에 제약"…체감되는 후폭풍, 투자심리 위축될까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6.03.21 07:17  수정 2026.03.21 07:17

'최소 전쟁'서 '에너지 전쟁'으로 확산?

화학제품 중동 의존도 높은 韓 비상

美 본토도 국제유가 상승분 곧 반영

고물가로 한은 연내 금리인상 전망까지

아랍에미리트(UAE)의 한 석유 시설에서 화염과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자료사진). ⓒAP/뉴시스

중동 전쟁 초기, 미국이 공격을 삼갔던 이란의 에너지·화학 시설에 대한 폭격이 이뤄짐에 따라 경제적 후폭풍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추출되는 화학제품 상당량을 중동에 의존해 온 한국 산업계 피해는 물론, 미국 본토 소비자들의 고유가 불만도 본격화될 수 있어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주(16~20일) 코스피 지수는 5448.75~5934.35포인트 사이에서 움직였다.


중동 불확실성에 외국인이 강한 매도세를 보였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폭풍 매수에 힘입어 지난주 급등락 장세가 다소 안정되는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중동 정세가 핵·군사 시설만을 제거하는 '최소 전쟁'에서 에너지·화학 시설까지 타격하는 '에너지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일례로 자체 역량 덕에 고유가 파고에서 비켜선 미국 본토조차 조만간 유가 상승을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미 본토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3주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이르면 다음 주부터 미국 소비자들도 전쟁 후폭풍을 피부로 겪게 되는 셈이다.


블룸버그 산하 에너지 전문 리서치 기관(NEF)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총괄하는 알리 이자디-나자파다드는 최근 금융투자협회 세미나에서 "미국 소비자가 국제유가 상승을 체감하기까지 3주 이상이 소요된다"며 "휘발유 및 경유 가격은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선거를 고려해 자국민 불만이 고조되기 전, 승전 선언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이란 행보에 따라 불확실성은 커질 수 있다.


미국을 직접 겨냥하기보단 주변국 에너지 시설을 타격하며 전 세계 공급망에 충격을 주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액화천연가스(LNG) 세계 3위 수출국인 카타르는 이란 측 공격을 받아 수출 용량의 17%를 잃었다.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한 주유소에서 오토바이에 기름을 넣고 있다(자료사진). ⓒAP/뉴시스

중동 에너지 전쟁이 심화될 경우, 우리나라는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국가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인공지능(AI) 사이클의 최대 수혜 업종으로 떠오른 반도체 관련 생산 차질까지 예상된다.


권효성 블룸버그 한국·대만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헬륨가스가 없으면 여러 반도체 공정이 이뤄질 수 없다고 한다"며 "LNG를 생산하면서 헬륨가스를 추출하는데, 한국은 헬륨가스 60~70%를 카타르에서 수입한다"고 말했다.


물론 견조한 AI 관련 수요 덕에 반도체 분야 이익 증가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원가 부담 높아질 종목들은 부진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는 "반도체 이외 업종은 유가 충격에 노출될 수 있다"며 "원가 부담을 판가로 전가할 수 없는 업종은 주식시장에서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자료사진). ⓒ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전쟁 여파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시점 한국은행의 경우, 연내 동결·내년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지만, 중동 불확실성으로 유가가 110달러 선을 유지하면 연내 인상이 예상된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하지 않을까 한다"면서도 "유가가 110달러에서 한두 달가량 유지되면 환율 충격까지 더해져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본다. 어쩌면 3분기부터 금리 인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투증권 리서치본부는 "차기 한은 총채 성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률에 대응해 한은이 올해 10월 금리를 한 차례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고물가 방어를 위해 금리 1회 인상 시, 코스피 목표 PER(주가수익비율)은 약 0.2배 하향 조정된다"며 "코스피 상단 목표는 기존보다 200포인트 안팎의 감소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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