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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감동·감흥 없는 무늬만 '파격 멜로'


입력 2022.02.23 12:00 수정 2022.02.23 12:00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연우진 열연, 기대 이상

지안, 연기력 부족…수련 무매력 캐릭터로 전락

의미있는 주제만으로 좋은 영화라고 확언할 수 없다. "나에게 주어진 삶을 제대로 살고있는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겠다며 전 세계가 주목한 노벨문학상 후보 옌렌커 작가의 동명의 소설 재해석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짜임새가 다소 실망스럽다. 탄탄한 이야기를 확보하고, 연우진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이란 패를 쥐었지만, 결과적으로 조악한 연출과 선정적인 노출·베드신에 시선을 빼앗겼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출세를 꿈꾸는 모범병사 무광(연우진 분)이 사단장의 젊은 아내 수련(지안 분)과의 만남으로 인해 넘어서는 안 될 신분의 벽과 빠져보고 싶은 위험한 유혹 사이에서 갈등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수련은 고위 간부의 아내로 권력을 갖췄지만 성불구자 남편으로 인해 고독함에 몸부림치는 인물이다. 그런 수련의 눈에 젊은 병사 무광이 들어온다. 무광은 수련을 밀어내려하지만, 권력으로 압박하는 탓에 결국 굴복하고 만다. 굴욕스러웠던 마음은, 정을 통하며 결국 애틋해지고 두 사람은 그렇게 선을 넘는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구호는 마오쩌둥이 만든 사회주의 사상 슬로건으로, 수련이 무광과 함께하고 싶을 때 보내는 신호다. 인민은 권력자의 아내인 수련을 의미하고, 그를 위해 몸을 던져 복무하는 건 부하인 무광의 몫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금기된 행위로 사회주의 시대 억압에 저항한다.


사회주의 체계를 구현하기 위해 장철수 감독은 1970년대 가상의 국가를 설정했다. 그러나 누군가는 표준말을 쓰고, 누군가를 사투리를 쓰며 정돈되지 못한 인상을 남긴다. 중국과 북한의 모습을 떠올리게 설정해놓고, 끝까지 가상의 국가라고 주입시키니 온전히 몰입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파열음을 내는 건 배우 지안이다. 장철수 감독은 사상에 갇혀 있는 인물의 특성을 위해 일부러 경직된 대사톤을 주문했다고 밝혔지만, 대사를 읊을 때마다 고혹적이어야 하는 수련은 우습고 괴상해진다. 옷을 벗으라고 무광에게 명령하는 장면에서는 곳곳에서 실소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엇박자를 내는 환경 속에서 연우진의 열연만은 살아남았다. 연기력 부족으로 감정선을 짚어내지 못하는 지안과의 호흡 속에서 홀로 중심을 잃지 않는다. 그는 출세에 못마르지만 결국엔 유혹에 무모하게 뛰어드는 무광을 생동감 있게 그려내 제 몫 그 이상을 해낸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개봉 전부터 수위 높은 베드신을 예고한 바 있다. 배우들의 전라 노출과 전체 러닝타임 중 베드신 비율이 높다. 하지만 반복된 성관계 장면은 피로감을 유발하고 두 사람이 목숨을 걸만큼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다소 불친절하다. 23일 개봉. 러닝타임 147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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