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삼성 시장점유율 60%↑
한화운용 등 관련 본부 신설 나서
“저성장 시대, TDF에 배분해야”
퇴직연금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연금 상품에 대한 투자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은퇴 시점에 자산을 배분하는 펀드인 타깃데이트펀드(TDF)가 노후 대비의 주요 투자처 중 하나로 부상했다.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도입을 앞둔 가운데 미래에셋 등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TDF시장 공략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확정기여(DC), 개인형(IRP) 퇴직연금에 디폴트 옵션이 도입되면서 퇴직연금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직접 연금자산에 대해 운용지시를 해야 하는 DC 퇴직연금 자산을 금융사가 알아서 굴려주는 자동투자 제도다. 대부분 확정급여형(DB)으로 가입되는 퇴직연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해 수익률을 개선할 수 있다.
현재 사실상 방치된 퇴직연금 중 상당수는 TDF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될 것으로 전망된다. 은퇴 시기를 고려해 투자 자산 비중을 알아서 조절해주는 펀드인 TDF는 최근 순자산이 10조원을 돌파하는 등 급성장을 나타내고 있다. 퇴직연금에 투자된 TDF 규모는 2017년 3036억원에서 2021년 3·4분기 6조1000억원으로 최근 4년간 20배 급증했다.
미래에셋운용은 전체 연금펀드뿐만 아니라 개인연금펀드, 퇴직연금펀드 수탁고 모두 국내 운용사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래에셋 연금펀드 성장을 견인한 상품은 미래에셋TDF 시리즈다. 현재 국내 TDF 전체 설정액 7조6000억원 중 미래에셋운용의 설정액은 3조2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시장의 42%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이어 삼성자산운용이 1조6000억원으로 21%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고 다음으로 KB자산운용 7900억원, 한국투자신탁운용 7800억원 수준이다.
앞서 미래에셋은 업계 첫 관련 연금 마케팅본부를 신설하는 등 공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해왔다. 특히 개인·퇴직연금 상품 라인업을 다양화한 것이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연금자산 증식과 다양화되는 연금투자자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글로벌 분산투자가 가능한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또 전통적 투자자산을 넘어 부동산 등 다양한 대체투자 상품도 제공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자산운용도 지난해 연금시장에 집중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개인솔루션본부 등 관련 본부를 신설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역시 최근 TDF 경쟁력을 키워 시장 내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상태다. 최근에는 MZ세대(1996∼1982년생) 등 젊은 층의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업계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실제 퇴직연금 운용에 대한 관심이 큰 MZ세대의 경우, TDF를 활용해 양호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MZ세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퇴직연금 자산 규모 및 자산배분 현황을 모두 알고 있는 집단은 퇴직연금에서 TDF의 편입 비중이 9%로 퇴직연금 자산 규모를 잘 알지 못하는 집단(6%) 대비 높았다. 특히 이들 중 최근 3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3.7% 이상인 상위 구간 집단의 경우 TDF의 편입 비중은 11%로 더 높게 나타났다.
이규성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연구원은 “구조적인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는 자동 자산배분형 장기투자 상품인 TDF와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함께 중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리츠(REITs) 등 인컴형 자산에 중점적으로 배분하고, 테마형 ETF를 포함한 미래 성장분야의 펀드 투자를 더해 초과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