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프로그래머들이 개설…소통 수단으로 활용
한 웹사이트가 러시아 국민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의 실상을 알려주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연합뉴스가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일명 ‘스쿼드303’라고 불리는 폴란드 프로그래머들이 지난 6일 만든 웹사이트가 서방 국민이 러시아 국민과 소통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사이트는 러시아 개인과 회사가 소유한 휴대전화 번호 2000만건과 이메일 주소 1억4000만건을 기반으로 무작위로 번호를 제공한다. 누구나 이 번호를 복사해 러시아인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스쿼드303에 따르면 그간 러시아어로 된 메시지, 전쟁 영상,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공격하는 장면을 기록한 서방 언론 자료 등 수백만 건이 전송됐다. 전 세계 수천명이 사이트를 이용했으며 이중 상당수가 미국인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휴대전화 번호 2000건으로 문자를 보냈다는 30대 미국인 타이탄 크로퍼드는 “CNN 같은 미국 방송사의 우크라이나 전쟁 보도 사진을 보냈다”라고 WSJ에 말했다.
수신자 대다수는 답이 없었고 욕설이 적힌 답장도 일부 받았으나 15명과는 대화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는 “러시아 국민이 봉기해 자국 정부가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들에게 알리려 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러시아인은 이 통로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충격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네덜란드인으로부터 우크라이나의 파괴 실태와 민간인 사상자 사진을 받았다는 한 30대 러시아 여성은 WSJ에 “그 장면을 보는 것이 고통스럽고 심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스쿼드303 대변인은 “우리의 목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디지털 검열의 벽을 뚫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하는 일과 관련해 러시아인이 세계와 현실로부터 완전히 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반전 여론을 억압하고 강도 높게 미디어를 차단하고 있다. 서방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인 트위터와 페이스북 접속을 막았고 러시아군에 대해 ‘허위정보’를 유포하면 최고 15년형까지 받을 수 있는 법도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