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어린이를 비롯해 수백명의 민간인이 대피한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한 극장을 폭격했다. 이곳 피란민들은 러시아군의 공습을 막기 위해 극장 앞뒤 공터에 러시아어로 ‘어린이’(дети)라는 글자를 크게 써 놨지만 참극을 피하지 못했다.
17일(현지시간) 러시아군에 포위된 마리우폴 시의회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침략자들이 1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피란처로 삼은 극장을 파괴했다"며 "우리는 이를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AFP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극장에는 대부분 여성과 어린이가 있었다. 시민들은 건물 외부 바닥에 러시아어로 크게 '어린이'라 표시했으나, 러시아군의 공습을 피할 수 없었다.
당국은 정확한 사상자 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내부에 있던 민간인들의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모습이 찍힌 현지 사진을 보면 공격당한 극장 건물 일부가 완전히 붕괴돼 있다.
마리우폴 당국은 "극장 입구가 건물 잔해로 막혀 대피자들의 운명을 알 수 없다"며 "극장 주변으로 폭격이 끊이지 않아 수색 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리우폴은 지난 1일 러시아군 공격이 시작된 이후 보름 이상 무차별 폭격에 시달리고 있다. 식수, 난방, 전기 공급이 끊기고 보름 넘게 외부와 단절된 상태다. 현재까지 2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