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규모 2809억 vs 4184억…사외이사 2인 교체 놓고 경합
의결권 자문사 의견도 엇갈려…경영권 방어 vs 견제 '관심사'
경영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측과 조카인 박철완 최대주주가 25일 주주총회에서 배당액 규모, 사외이사 교체 등 안건을 놓고 표대결을 벌인다.
지난해 열린 주총에서 완패했던 박 최대주주는 금호석화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며 올해에는 자신이 제안한 안건을 채택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회사측 역시 각종 주주친화정책으로 주주 잡기에 나서는 등 팽팽한 경쟁을 예고했다.
금호석화는 이날 오전 시그니쳐타워스 동관 4층에서 제45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주총 안건 중 배당안과 사외이사 선임안에는 회사측 제안과 박 최대주주의 주주제안이 모두 포함됐다.
1라운드 배당안, 회사측 2809억 vs 박철완 4184억
회사측이 내놓은 배당안은 보통주 1주당 1만원, 우선주 1만50원이다. 총 배당금은 2809억원으로, 회사 재무 상태를 고려해 기존 보다 높은 배당정책을 수립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지난해 배당금 수준 보다 2.4배 늘어난 규모로, 회사측은 작년 말 발표한 주주환원정책(별도 재무제표 기준 배당성향 20~25%)을 기준으로 이익배당안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총 배당금에서 9870억원의 당기순이익(별도)을 나눈 올해 배당성향은 약 28.5%다.
금호석화는 아울러, 주주환원정책 일환으로 소각 목적의 자기주식 취득을 실시한다고도 했다. 총 1500억원 규모로 당기순이익(별도) 기준의 15.2%에 해당한다. 이번 자사주 취득 및 소각으로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 제고를 실현해 나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효과를 강조했다.
반면 박철완 최대주주가 제시한 배당안은 보통주 1주당 1만4900원, 우선주는 1만4950원으로 회사측 안건 보다 49% 높다. 상대적으로 고배당안을 내놓은 박 최대주주 측은 회사측의 배당안은 산정 기준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연결 순이익(1조9656억원) 기준으로 볼 때 배당성향이 14%에 불과한데, 지난해 배당성향 19.9%와 비교하면 감소한 수치라는 주장이다. 또 회사측이 별도 순이익으로 배당성향을 산정함으로써 전체 당기순이익의 절반을 차지하는 금호피앤비 등 우량 자회사 이익을 제외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최대주주는 금호석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현재 회사가 보유중인 자사주(17.8%) 중 10%를 연내 소각하고 내년까지 잔여 자사주를 모두 소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라운드, 사외이사 2명 교체안 놓고 각각 후보 제안
사외이사 교체 안건도 회사측과 박 최대주주의 주주제안이 각각 상정되면서 표대결이 예상된다.
금호석화는 사외이사 후보로 박상수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와 박영우 사단법인 에코맘코리아(NGO) 이사를 추천했다. 특히 박상수 후보자가 학계와 공공부문 외에도 20년 넘게 주요 상장기업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활동하며 경제·산업계에서의 저변을 확대해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에 대해 박 최대주주측은 박상수 후보자가 14년간 SKC에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을 역임했으며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최신원 전 SKC 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적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대신 박 최대주주측은 이성용 전 베인&컴퍼니 글로벌 디렉터와 함상문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그러면서 기존 이사회를 견제하고 균형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박 최대주주가 추천한 후보군은 최적의 구성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금호석화는 "주주제안 후보자는 업종 관련성, 부문별 전문성 등에 대한 제한된 정보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에 기여할 수 있는 지 상세히 평가하기는 어려우나, 후보자의 경력이나 전문성 보유 부문이 이미 당사의 이사회가 충분히 갖추고 있는 영역인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최적의 후보자 구성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의결권 자문사 의견도 엇갈려…연기금·소액주주 표심 '관건'
회사측과 박 최대주주의 안건을 놓고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라스루이스는 금호석화의 운영실적이 탄탄하며 경영진은 배당정책을 실질적으로 개선시켰다는 이유로 배당안과 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해 모두 ‘찬성’을 권고했다. 한국ESG연구소도 회사 측이 제시한 배당안, 박상수 사외이사 선임 및 박상수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안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반면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동종업체 대비 과소한 배당정책으로 주주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박 최대주주의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글로벌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청(NBIM)도 박 최대주주 편을 들었다.
여러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이 엇갈리게 제시되면서 주주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7% 가량의 금호석화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중장기 투자계획 등을 고려해 이사회 안건에 모두 찬성하면서 회사측이 유리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회사측 안건이 채택될 경우, 2년 연속 박 최대주주의 공세를 저지하게 된다. 만일 주주제안이 표를 더 얻게 되면 박 최대주주는 현 경영진 견제에 한층 힘을 실을 전망이다.
한편 금호석화그룹 지분은 박찬구 회장 6.73%, 박준경 부사장 7.21%, 박주형 전무 0.98%를 보유하고 있다. 박철완 주주는 8.58%를 갖고 있으며 누나 박은형씨, 박은경씨, 박은혜씨와 장인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 지분까지 합치면 10.13%로 지분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경영진을 제외한 금호석화 지분은 2021년 말 사업보고서 기준 국민연금 6.82%, 소액주주 53.20%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