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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HDC현대산업개발의 행정처분…득일까, 실일까


입력 2022.03.24 16:51 수정 2022.03.24 16:51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50년 가까운 건설기업 노하우·수만 명 일자리 퇴출 위기

"안전 불감증 뿌리 뽑는 계기로 삼아야…퇴출 보단 엄중히 기회를"

다음주 국토교통부에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과 함께 행정처분에 대한 내용도 가닥이 나올 예정이다.ⓒ뉴시스

다음 주 HDC현대산업개발에게는 운명의 한 주가 될 것이다. 국토교통부에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과 함께 행정처분에 대한 내용도 가닥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에 앞서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국민적 비호감과 부정적 정서가 높아졌다해도 등록말소 처벌이 과연 근본적 문제 해결이 될지 살펴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건설업은 전후방 파급효과가 큰 산업 분야로 고용유발효과 또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업연구원의 산업통계 분석시스템(ISTANS)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건설업의 고용유발계수(매출 10억원이 증가할 때 늘어나는 취업자 수)는 8.36으로, 서비스업(9.20)에 크게 뒤지지 않고 제조업(4.72)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건설업 가운에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 부문의 경우에는 부동산중개업, 이삿짐센터, 인테리어, 청소, 도배 등 연관산업의 경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대출과 관련해 금융업과도 연계되는 등 내수경기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높다.


하지만 지난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건설업의 경기부양 효과를 경계하고 이전 정부의 SOC 투자를 ‘토건경제’로 비판하면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예산을 줄여왔다. 2016년 23조7000억원이었던 SOC 예산은 2017년 22조1000억원으로 줄어들었고, 2018년에는 19조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2019년(19조8000억원)부터 4년 연속 전년보다 예산을 늘렸고, 그 결과 올해 정부는 SOC 투자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 수준인 28조원을 예산으로 편성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끝날 줄 모르는 상황에서 침체된 내수경기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건설업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함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사례라 하겠다.


이처럼 건설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외면한 채, 산업 특성상 인명사고가 많이 발생한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앞장서 건설기업을 비난하고 처벌하는 데만 치중한다면 결국 국내 건설업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과도한 처벌과 대중의 부정적 인식을 견디다 못해 건설업을 포기하는 기업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물론 HDC현대산업개발이 저지른 죄과는 쉽게 씻어질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적 밉상’으로 전락했다는 이유만으로 50년 가까운 역사의 건설기업 노하우와 그 회사가 고용하고 있는 수천~수만 명의 일자리를 일벌백계 논리로 퇴출하기보다는, 업계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을 뿌리 뽑고 이와 같은 중대 재해의 발생을 최소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책임소재를 명백히 밝혀 법에 따라 처벌할 부분은 제대로 단죄하는 게 당연하지만, 업계 퇴출보다는 새롭게 거듭날 수 있도록 엄중히 기회를 다시 주어야 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50여년 세월 동안 아파트와 사회기반시설들을 만들어왔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사라진다면 반 백 년 가까운 건설 노하우와 수천 수만 명의 일자리까지도 사라질 것이며,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100만가구의 국민은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아파트에 산다는 생각에 불안감을 커질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의 주주제안도 받아들이며 변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엄중한 책임감으로 사고를 끝까지 수습하고 환골탈태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고려해볼 법하다.


잘못을 인정하고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할 때는 묵묵히 지켜봐 주는 것도 성장할 기회를 주는 방법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가장 낮은 자세로 국민의 신뢰를 다시 찾기 위해 임직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고 사과했다. 지금은 그 진정성을 확인해볼 때다. 달라진 게 없을 때, 개선의 의지가 없을 때 날이 선 비판은 그때 해도 늦지 않다.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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