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균주 등 영업비밀 도용" 주장
휴젤 "근거 없는 허위주장이며 법적 조치할 것"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에 이어 휴젤에도 소송을 제기했다. 휴젤이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와 제조 공정을 몰래 가져다 썼다는 게 메디톡스 측 주장이다. 같은 이유로 2019년 1월 대웅제약을 제소한 지 3년여 만이다.
메디톡스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휴젤, 휴젤아메리카, 크로마파마를 제소했다.
앞서 2017년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을 상대로 보톨리늄 균주 및 독소제제 제조기술정보의 사용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대웅제약이 나보타를 제조하는 데 쓴 보톨리늄 톡신 원료가 메디톡스의 영업비밀 침해를 통해 취득했다며 제조·판매 중단을 요구했다.
같은 유전형의 균주가 한국에서 그것도 용인시에서 발견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기 때문에 자사 균주를 훔쳐서 만든 것이라는 게 메디톡스 측 주장의 핵심이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6년 대웅제약과 휴젤에 균주 출처를 밝히는 공개 토론을 제안하고, 각 사에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휴젤은 2009년 부패한 통조림에서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분리해 개발했다고 밝혔지만, 2016년에는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처분하는 음식물을 부패시켜 균주를 확보했다고 말을 바꿨다.
보톨리눔 톡신 균주는 1g만 있어도 100만명을 살상할 수 있는 신경독으로 자연 상태에서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균주로 알려져 있다. 앨러간의 보톡스, 멀츠의 제오민,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등은 모두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유래한 균주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2016년 대웅과 함께 휴젤에도 같이 균주 도용 이슈를 제기했었다"면서 "예전부터 휴젤의 균주 출처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었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소송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ITC에 소장을 제출할 때 영업비밀 문서도 제출했다. 조사가 착수되면 휴젤도 우리가 어떤 증거를 갖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라며 "승소를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디톡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대규모 소송 준비
메디톡스는 지난해 8월 세계적인 로펌 ‘퀸 엠마뉴엘’을 선임하고 보툴리눔 톡신 관련 대대적 소송전을 준비해왔다. 소송 제기 시점도 휴젤의 미국 시장 진출이 결정되는 때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메디톡스가 ITC에 제소한 지난달 30일은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레티보)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 심사 결과가 나오기 하루 전날이었다.
일각에서는 미국 진출을 앞둔 휴젤의 발목을 잡은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ITC 제소가 당장 미국시장 진출이나 FDA 품목허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향후 수입 금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리스크를 떠안게 된 셈이다. 휴젤은 올 상반기 자사 보툴리눔 톡신 제품 '레티보'의 품목허가를 받아 연내에 미국에서 출시할 계획이었다.
이번 소송의 여파로 휴젤은 물론 업계 전체에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메디톡스가 휴젤 소송이 끝나면 국내 다른 기업으로도 손을 뻗을 것으로 예상되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업계 전체가 식약처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소송이라는 악재가 또 발생해서 전반적인 분위기가 침체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