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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ABS·PVC, 석화업계 발목 잡는 이유는?


입력 2022.04.06 12:47 수정 2022.04.06 12:48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ABS 가격 1년새 20% 하락…PVC·NB라텍스 모두 약세

'코로나 특수' 꺾인데다 대규모 설비 증설로 공급과잉 겹쳐

"상반기 실적 감소 불가피…일부 설비 탄력적 운영해 마진 방어"

LG화학 NBL 사진ⓒLG화학

석유화학업계가 '코로나 특수' 거품이 꺼지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팬데믹 여파로 한 때 잘 나갔던 주력 제품이 지난해 말부터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표적인 효자품목이었던 ABS, PVC, NB라텍스는 지난해 기저효과와 글로벌 공급과잉 등이 맞물리면서 지속적인 마진 하락을 예고하고 있다. 석화업계는 오미크론 확산세가 진정되는 하반기부터는 수요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등의 주력제품 중 하나인 ABS(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 최근 가격은 t당 1911달러로 1년 전과 비교해 20.6% 하락했다.


ABS는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충격과 열에 강하고 성형성도 우수해 가전제품과 자동차 내외장재 등에 주로 활용된다.


2020년 팬데믹 여파가 글로벌 전역을 강타하면서 그 해 하반기부터 TV, 냉장고, 청소기, 노트북 등 가전 수요가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고 이는 원자재인 ABS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이 같은 탄탄한 수요는 다음해인 2021년에도 이어졌다.


당시 중국의 정책도 글로벌 수요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오토바이 운전자에 헬멧·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하는 '일회일대' 정책 시행으로 헬멧 등 관련 수요가 급증하면서 제조사들은 ABS는 풀가동 체제를 유지했었다.


그러나 치솟던 수요가 한풀 꺾이면서 ABS 가격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t당 2400달러를 훌쩍 넘어섰던 가격은 지난해 말 1900달러대로 떨어지기 시작해 올해 1월에는 1800달러선으로 미끄러졌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고급 가전 등에 활용되는 ABS는 지난해 워낙 수요가 높았던 탓에 기저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중국 등을 중심으로 관련 설비 신증설도 진행되면서 공급과잉 영향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호, 바닥재 등 건축 내외장재로 쓰이는 PVC(폴리염화비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4월 t당 1400달러를 넘어섰던 가격은 올해 초 1200달러대로 미끄러졌다.


PVC는 중국의 에너지 정책으로 석탄 가격이 급등하면서 한화솔루션, LG화학 등 국내 제조사가 수혜를 본 대표적인 품목이다.


한국 기업들이 PVC 생산에 에틸렌을 원료로 쓰는 'EDC 공법' 활용하는 것과 달리 중국은 대부분의 업체가 석탄을 주 원료로 사용하는 '칼슘카바이드(탄화칼슘) 공법'을 택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환경 규제 강화와 호주산 석탄 수입 중단으로 공급이 줄어들면서 석탄 가격이 급등했다.


원가 부담이 높아지면서 중국 PVC 생산업체들은 가동률 조정에 나섰고, 생산 축소에 아시아 PVC 가격은 작년 9월 t당 1400달러에서 10월 한 때 1600달러대로 뛰었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롯데케미칼

PVC 수요가 중국 대신 한국 등으로 쏠리면서 한화솔루션, LG화학은 반사이익을 톡톡히 봤다. 그러나 이 같은 에너지 정책 이슈가 해소된 이후 치솟았던 PVC 가격은 약세로 전환됐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책 등의 이슈로 PVC 수혜가 지난해 국내 기업에 몰리면서 한화, LG 등의 실적을 끌어올린 바 있다"면서 "석탄 파동 등 에너지 공급 이슈들이 해결된데다 공급과잉 역시 겹치면서 가격이 조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니트릴 장갑'으로 알려진 의료용 라텍스 장갑원료로 사용되는 NB라텍스도 지난해만큼의 호황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2분기 t당 2094달러로 치솟았던 NB라텍스는 올해 3월 969달러로 급락했다. 금호석화 등은 코로나 여파로 의료용 장갑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동률 증가, 마진 상승 효과를 톡톡히 봤지만 현재 이 '특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어진 상황이다.


특히 NB라텍스 대규모 증설은 공급과잉 우려를 낳고 있다. 금호석화는 2023년까지 연산 23만6000t 규모의 신규 설비 증설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NB라텍스 국내외 생산능력은 94만6000t으로 늘어나게 된다.


LG화학도 2025년까지 글로벌 기준 100만t 생산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중기 목표를 세운 바 있다. 경쟁사들의 설비 신증설이 단기간에 대폭 늘어나면 NB라텍스 스프레드(제품가격-원재료값)는 더욱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석화업계는 상반기 주력 제품 마진 축소로 실적이 지난해와 비교해 적잖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일부 화학사들은 NCC 가동 조정으로 마진 방어에 나섰다. 한 화학사 관계자는 "시황이 좋지 않아 나프타 등 원료 투입양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도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또 코로나·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등 대외 이슈가 회복되면 하반기부터는 수요가 점진적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미크론 확산세가 진정되면 록다운을 시행한 중국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기간 각 기업들은 설비 가동 조정 등 마진 확보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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