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반도체‧ICT‧배터리‧에너지‧바이오 등 국가경제 주축 업종 보유
사회적 가치, ESG 등 경영 트랜드 선도…위기대응‧재도약 해법 제시
대한상의 이끌며 정부-재계 소통창구 역할…'정책 동반자' 역할 자처
5월 10일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함께 재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이전 정부에 비해 전반적인 기업 경영여건은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기업별로 주력 업종과 새 정부 정책기조와의 연계성, 총수의 성향 등에 따라 상황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정부 출범을 계기로 주요 대기업 집단별 기상도를 그려본다.[편집자 주]
반도체, ICT, 배터리, 에너지, 바이오 등 대한민국 산업의 주축이 되는 업종을 모두 거느린 SK그룹의 수장이자, 재계를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를 이끄는 최태원 회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도 ‘고온다습’한 날씨를 견뎌야 할 것으로 보인다. 등에 땀나도록 뛸 일이 많아질 것이란 의미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은 공급망 불안과 고유가,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등 대외 악재 속에서 기존 산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미래 성장동력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최태원 회장은 여러 방면에서 윤 정부의 경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공급망 불안 관련 최대 이슈 업종인 반도체(SK하이닉스)를 비롯, 고유가 및 에너지정책(SK이노베이션‧SK E&S) 관련 핵심 기업들이 SK그룹 내에 포진해 있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SK온)와 미래 성장 동력인 ICT(SK텔레콤), 바이오(SK바이오팜‧SK바이오사이언스) 분야 관련 기업들도 SK그룹에 속해 있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육성이나 배터리, 반도체, 백신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최 회장에게 도움을 청했던 것처럼 새로 출범하는 윤 정부에서도 최 회장의 역할이 막중할 전망이다.
주요 업종 뿐 아니라 ESG 분야에서도 정부 정책 파트너 역할
최근 기업 경영 분야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에서도 윤 정부가 최 회장으로부터 조언을 구할 일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ESG 경영이 보편적 가치로 인정받기 이전부터 이 분야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재계에서 ‘ESG 전도사’로 불려 왔다. 그의 경영철학인 ‘사회적 가치 추구’도 ESG 경영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지난 2020년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재무성과 중심의 성장을 넘어 ESG, 일하는 문화 혁신, 사회적 가치 제고 등을 포함한 총체적 기업가치(토털밸류)를 높일 것을 주문했다.
그해 9월에는 전체 임직원들에게 이메일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기업 경영의 새로운 원칙으로 ESG를 축으로 하는 파이낸셜 스토리 경영을 설정하고 방법론을 구상하고 있다”면서 ESG 경영에 중점을 둘 것을 당부했다.
최 회장은 대외적으로도 ESG 경영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2020년 10월 ‘VBA 2020 코리아’ 세미나에서 “기업이 경제적 가치만 고려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사회와 더불어 성장할 수 있도록 ESG를 기업경영에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해 말 ‘도쿄포럼 2020’에서도 최 회장은 “기업들이 친환경 사업, 사회적 가치 창출, 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추구하는 ESG 경영을 가속화 하는 것이 환경위기와 코로나 팬데믹 등을 극복하는 해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모든 기업들이 ESG 관련 규제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최 회장은 일찌감치 ESG 경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이 새로운 국제 규제환경에서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한 발 앞서나간 것이다.
재계 대표하며 정부-기업 팀플레이 주도
재계를 대표하는 역할도 최 회장의 어깨에 지워진 짐이다. 최 회장은 4대그룹 총수간 모임에서 큰형님 역할을 맡고 있을 뿐 아니라 대표 경제단체인 대한상의 회장이기도 하다.
최 회장은 그동안 기업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건의와 경제 현장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는 한편, 경제계에는 정부 경제정책에 기여하고 기업을 향한 사회적 요구에 부합하는 ‘신기업가정신’을 강조하는 등 역대 어느 수장보다도 정부와 기업간 소통창구 역할을 유연하게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정부에서도 이같은 최 회장의 역할은 빛을 발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이었던 지난해 12월 최 회장과 만나 규제 개혁과 기업 주도의 성장전략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대통령 선거 직전인 올해 2월에는 대한상의 대선후보 초청 특별강연에서 최 회장과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당선인이 된 지난달 21일에는 경제 6단체장들과의 오찬 회동에서 최 회장과 세 번째로 함께 자리했다. 최 회장은 당시 “당선인께서 진행하시는 민간 주도, 역동적인 혁신 성장을 위해 투자 성장 요소를 자유롭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민관의 협동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조언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29일 ‘제49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이제는 민간도 정책의 조언자가 아닌 동반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정책수립 초기부터 민과 관이 원팀이 돼 당면한 문제를 하나씩 풀어간다면 우리 사회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윤 정부의 경제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지난달 31일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새 정부의 과제’를 주제로 열린 4대 학회 공동학술대회에서 최 회장은 저성장과 양극화를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한 방안으로 ‘민관 협력과 체계적인 미래 전략 구축’, ‘사회 발전을 위한 공동의 마인드셋(사고방식) 형성’을 제시했다.
새로 출범하는 윤 정부는 이전에 비해 자유시장경제체제 보장과 기업 경영환경 개선 측면에서 진일보된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최 회장이 이끄는 재계와의 팀플레이가 보다 원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SK뿐 아니라 재계, 국가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이슈들에 많은 관심을 가져 왔고, 여러 기업들이 참고해야 할 경영화두와 해법을 제시하며 재계에서 존재감이 크다”면서 “여기에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SK그룹을 이끌고 있어 윤석열 정부의 핵심 경제파트너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