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 1500원 뚫은 환율에 유가 뇌관까지…시중은행, 건전성 방어 '총력전'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03.18 07:06  수정 2026.03.18 07:06

전쟁 종료 시점 불확실에

기업 연체율 급등 우려 ↑

은행, 선제적 리스크 관리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이 격화되면서 국내 시중은행들의 건전성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원·달러 환율이 17년 만에 1500원 선을 뚫고, 국제 유가의 불확실성마저 커지면서다.


기업들의 자금난이 은행권 전반의 부실로 전이될 것을 우려한 시중은행들은 선제적인 건전성 사수에 돌입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9원 내린 1493.6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전 거래일에는 1501.0원으로 개장해 장중 내내 높은 변동성을 보인 바 있다.


정규 주간 거래에서 150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확전 우려로 위험 회피 심리가 극에 달하며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화로 매수세가 쏟아진 결과다.


국제 유가의 변동성 역시 중대한 뇌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의 원활한 에너지 수송을 위해 관련 수혜국들에 군사 파견을 요청했다.


또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역대급 비축유 방출과 중국·인도 선박의 해협 통과 소식이 전해지며 유가는 배럴당 90달러 초반대로 일시적인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문제는 유가가 하락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 발발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에너지 수급 불안으로 고유가 기조가 지속될 경우, 잠잠해지던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해 실물 경기 침체와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이 동반되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유가 공급 충격 가능성은 낮아졌으나 전쟁 종료 시점과 방식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전쟁 상황이 언제든 뒤바뀔 수 있어 시장 헤드라인에 따라 금융시장의 색깔도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한 시중은행들은 이러한 거시경제 지표의 급변동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급등으로 인한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가 결국 은행의 대출 부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자금력과 위기 대응 능력이 부족하고 환율 및 유가 변동에 즉각적으로 노출되는 수출입 중소기업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854조3288억원에 달하며, 이 중 중소기업 여신 규모는 2조1592억원에 이른다.


기업들이 비용 급증과 환차손을 견디지 못해 한계 상황에 직면하면, 이는 곧 은행들의 연체율 급등 등 건전성 지표의 직접적인 훼손으로 이어진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극대화되자 주요 시중은행들은 발 빠르게 비상 대응 체계로 전환했다.


산업별, 차주별 환율 및 유가 민감도를 세분화해 모니터링 강도를 높이고, 일시적인 유동성 경색에 빠진 수출입 기업에 대해 만기 연장이나 신규 자금 지원 등을 강구하는 식이다.


또 각 계열사의 외환 포지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룹 차원의 외환 익스포저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 시 은행의 주요 지표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그 영향도는 환율 상승 속도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단기 급등이나 고환율 고착화의 경우 리스크 관리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환율 수준별 대응 방안 등을 세워 즉시 가동하는 등 적극적인 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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