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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명운 건 승부수…한동훈 지명에 담긴 세 가지 포석


입력 2022.04.14 00:00 수정 2022.04.13 23:25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민주 '검수완박' 당론이 명분 제공

尹 '승부사' 본능, 정치문법 뛰어 넘어

윤석열표 사법개혁 적임자 얻어

검찰 인적교체와 국정동력 확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에서 2차 내각 발표를 한 뒤 외부일정을 위해 나서며 기자들이 질문하자 1개만 받겠다고 말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기 내각 법무부 장관에 한동훈 검사장을 파격 임명했다. 한 후보자에 대한 다양한 거취 전망이 쏟아졌으나 모든 예상을 뛰어넘었다. 윤 당선인은 "법무행정의 현대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사법시스템을 정립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한 후보자는 윤 당선인의 검찰총장 시절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를 진두지휘했으며,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검찰개혁'에 온몸으로 저항하다 좌천돼 고초를 겪었다. 특히 민주당 측의 '검언유착' 프레임에 걸려 선후배 검사들에게 수사까지 받는 모진 시간을 보냈다. 한 후보자 지명에 더불어민주당이 겁을 먹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 민주당은 '정치보복 선언'이라고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인사참사 정도가 아닌 대국민 인사테러"라며 "통합을 바라는 국민들에 대한 전면적이고 노골적인 정치보복 선언"이라고 했다. 강병원 인사청문특위 간사도 "검찰왕국, 검찰제국을 완성하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했다.


충분히 반발을 예상했음에도 단행한 것은 윤 당선인의 승부사 기질이 발현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범죄가 발견되면 수사를 하는 것'이라며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권력을 수사했던 검사 시절의 '뚝심'도 엿보인다는 평가다. 인수위 안팎의 반대의견에도 취임 전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밀어붙였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명분은 민주당이 제공했다. 민주당은 전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검수완박은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직을 내던지면서까지 막으려 했던 사안으로, 민주당의 당론 추진은 새 정부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 것과 다름없다. 인수위는 "검수완박은 새 대통령의 국정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격하게 반발한 바 있다.


물론 윤 당선인은 한 후보자 인선은 "검수완박과 관계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한 후보자는 사견을 전제로 "검수완박은 모든 상식적인 법조인, 언론인, 학계, 시민단체가 전례 없이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국민이 크게 고통 받을 것이기 때문에 처리 시도는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고 그 뜻을 분명히 했다.


불명예 낙마 땐 리스크…"명운 건 정치적 도박"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2차 내각 발표 내용을 경청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한 후보자 지명으로 윤 당선인은 크게 세 개의 고민을 덜게 됐다. 첫째로는 한 후보자의 거취 문제가 해결됐다는 점이 꼽힌다. 이전까지 한 후보자를 두고 수원지검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하마평이 나왔으나 어느 자리에 가더라도 '정치보복 수사를 위한 인사'라는 논란은 피할 수 없었다. 진퇴양난 속에서 일반 검사로서의 날카로운 칼을 뺏는 대신 인사권 등 정치적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윤 당선인은 자신의 사법개혁 의지를 실현할 적임자를 얻게 됐다. 무엇보다 법무부 장관은 특별검사 수사 결정권을 가지고 있어 상설특검을 통한 중대 사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둘째로는 불필요한 논란 없이 현 검찰 지도부의 자연스러운 인적 교체로 나아갈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한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27기로 이보다 앞선 기수는 거취에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오수 검찰총장을 비롯해 이성윤 서울고검장 등 친정부 검사로 통했던 인사들 대부분이 한 후보자의 선배 기수다.


마지막으로는 새 정부 국정 동력의 확보다. 역대 정부 초기와 비교하면,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낮은 편이 사실이며,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권에 끌려다닐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한 후보자 임명을 관철하는 것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새 정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전망이다.


관건은 국회 인사청문회다. 검증 공세를 뚫어내고 임명이 된다면 '스타 장관'의 탄생도 가능하다. 윤 당선인 역시 2020년 국정감사 당시 민주당 의원들과의 일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국민적 기대를 모았던 경험이 있다. 한 후보자는 진보진영의 내로라하는 스피커인 유시민 작가와 논박을 할 정도로 내공이 깊다는 평가다. 하지만 불명예 낙마할 경우 정권이 흔들릴 정도로 리스크가 적지 않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혹독한 검증이 있을 것임을 예상했음에도 지명을 받아들였다는 것은 한 후보자 스스로 자신이 있다는 것"이라며 "윤 당선인이 국정감사 맞대응으로 정면돌파를 했듯이 한 후보자에게 똑같은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리스크도 크다"며 "잘못되면 제2의 조국이 될 수도 있다. 윤 당선인은 정치적 명운을 건 도박을 시작한 셈"이라고 해석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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