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교육감직선제 도입 이후 부정비리 끊이지 않아
유권자 관심 멀어져…선거제 개편 목소리 귀기울여야
"후보 3명이 조씨(氏)라서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가면 '조 누구였더라'하며 헷갈릴 거다. 조씨가 불리한 선거다."
6.1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자 캠프 인사의 말이다. 교육감 선거가 얼마나 '깜깜이 선거'인지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기호도 정당도 없는 교육감 선거는 무관심 속에 치러지고 있다.
선거 때마다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게 유권자들의 공통된 얘기였다. 교육감 선거에 유권자들이 무관심했다는 건 통계로도 증명된다.
지난 2018년 6.13교육감 선거에서 전국 무효표는 97만표(전체의 3.8%)로 광역단체장 49만 표(전체의 1.9%)의 2배에 달했다. 자신의 지역 광역단체장이나 구청장 등 정당이 있는 후보는 뽑고, 교육감 후보에 대한 투표는 포기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교육감 자리는 관심을 안 줘도 그만인 자리가 아니다. '교육 소통령'으로 불리며 지방교육의 예산편성권과 교원 인사권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교육감의 경우 승진·전보 등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치원 및 각급 공립학교 교원만 5만명이 넘는다.
현재 교육감 선거는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전문성, 자주성을 보장'을 위해 정당 공천 없이 치러진다. 그런데 선거판을 들여다보면 교육 전문성이나 정책‧공약보다는 진영논리를 내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거구도'에 승패 갈려…현장에선 "선거제도 개혁 절실"
"얼마나 많은 돈과 세력을 모았느냐에 따라 출마할 자격이 생긴다. 정치권에서 선거판을 뛰어본 '선수'들을 데려오는 것도 중요하다. 정작 선거 캠프에서 교육정책을 두고 회의를 하는 경우는 10번에 1번도 되지 않았다."
2014년부터 교육감 선거에 참여한 한 인사의 고백이다. 그간 교육감 선거에서는 교육 정책이 뒷전이고 각 시민단체와 정치권력의 지지를 얻기 위한 세몰이에만 열중할 수밖에 없었다. '진보 대표후보 000', '보수 단일후보 000' 타이틀을 얻어야만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교육적이어야 할 선거가 이념과 구도, 돈과 조직에 좌우되는 정치적인 선거가 되고 있던 것이다.
더욱이 2007년 교육감 직선제가 실시된 이후 선거는 진보 대 보수의 대결구도로 치러졌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의 경우 보수진영에선 한 번도 단일 후보를 내지 못하면서 연거푸 고배를 마셔야 했다. 선거를 구성하는 3요소 중 하나인 '구도'에서 사실상 모든 승부가 갈리게 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진영 간 극한의 대결을 벌인 이후 누가 교육감이 되더라도 선거과정에서 쌓인 '정치적 부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선거과정에서 도움을 준 세력과 특정인에 보은인사, 선거자금과 관련한 부정비리 사례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실제 직선제 도입 후 현재까지 수사나 재판을 받은 교육감은 20명에 달한다. 서울시 교육감은 직선제 후 당선된 모든 교육감이 법정에 서는 '비교육적 장면'을 연출했다. 곽노현 전 교육감은 후보 단일화 대가로 2억원을 건네 징역 1년을 선고받았고, 조희연 교육감은 선거 때 도운 사람을 부정 채용한 혐의로 현재 재판 중이다.
결국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려다 가장 정치적인 선거가 돼버린 것이다. 교육계 안팎에선 이제라도 교육감 선거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교육감 후보와 광역단체장 후보의 '러닝메이트' 선거를 치르는 것이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현장에선 교육감 직선제를 아예 폐지하자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최소한 '성씨'로 후보가 결정되는 일은 없도록 바꿔보자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