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공공기관 후임 인선 작업 중단
원추위 구성 답보, 업무공백 장기화
올해 상반기 주요 금융 공공기관장들의 임기가 끝나지만 아직 후임 인선 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정권 교체기와 맞물리면서 새 정부 눈치 보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일 임기가 만료된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은 현재까지 업무를 지속하고 있다. 한은이 지난달 금결원장 선임과 관련해 원장추춴위원회 규정 개정을 위한 임시총회 소집을 요청 했지만, 노조의 낙하산 인사 우려 반발로 무산돼 후임 인사 작업이 아직까지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결제원장은 사원 은행 대표 1명, 외부전문가 4명 등 모두 5명의 원장후보추천위원회(원추위)를 통해 선임된다.
한은은 그동안 금결원 원장후보추천위원회를 주도해왔다. 은행 대표자들로 구성되는 사원총회 의장은 한은 총재가 늘 맡아왔으며 사실상 한은 총재가 지명권을 가졌다.
그동안 금결원장 선임은 한국은행 총재 선임 이후 순차적으로 진행됐는데 올해 한은 총재 선임이 늦어진 점도 후임 공백에 영향을 끼쳤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 21일 취임했지만 통상 3월 초에 대통령이 지명하고 같은달 말 인사청문회가 진행된 것을 감안하면 약 한 달 가량이 늦어진 셈이다.
차기 원장 선임을 위한 서류 공모와 인사 검증을 거쳐 최종 선발까지 2~3개월 소요되기 때문에 그 기간은 상당히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정보원 인선 작업 역시 안갯속이다. 지난달 8일 신현준 원장의 임기가 만료됐지만 아직까지 원장후보추천위원회는 구성되지 않았다. 모집·서류 공모 절차 등을 고려해 임기만료 3개월 전부터 후임 인선 절차를 시작해야 하지만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6년 1월에 공식 출범한 신정원은 금융위원회 산하 유간기관으로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사들로부터 운영예산을 분담 받아 운영, 금융관련 데이터를 통합관리하고 있다. 설립 당시 민간 출신인 민성기 은행연합회 전무가 초대 원장으로 선임됐지만 이후 금융위원회 출신인 신현준 현 원장이 취임하면서 퇴직관료의 재취업 자리 만들기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현재 신 원장 후임 후보로 이호영 은행연합회 전무와 조방수 신용정보원 전무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들로 금융위 내 주류인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판 뉴딜펀드 등 30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한국성장금융도 성기홍 대표와 서종군 전무 이사 등의 임기가 만료됐지만 후임 인사는 아직이다. 성장금융은 앞서 강신우 스틱인베스트먼트 경영전문위원, 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 허성무 과학기술인공제회 자산운용본부장에 대한 면접을 진행하던 중 ‘알박기 인사’ 의혹과 새 정부 출범을 고려해 작업을 중단했다.
이처럼 금융 유관기관의 인사작업이 늦어지는 이유는 임원 인사를 놓고 차기 정부와의 마찰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금융권은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후임 인선에 집중하고 있는 분위기다. 신보 이사장은 내달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임기가 만료되는 첫 금융공공기관장으로, 새 정부의 금융기관 인사 기조를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윤대희 신보 이사장은 오는 6월 4일자로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신보는 지난 1일 이사회를 열고 후임 이사장 인선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구성을 완료했다. 신보 이사장은 임추위 추천과 금융위원장 제청, 대통령 임명 절차를 통해 선임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정권교체 시기 때마다 금융 공공기관의 후임 인사 작업이 지연되는 점을 우려한다. 인사 공백 장기화는 결국 전문성이 부족한 친 정부 출신들로 채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 정부와의 금융정책을 협의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섣불리 인사를 단행할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공백 장기화로 인한 조직 안정화 등 업무 차질이 예상되고, 이는 결국 낙하산 인사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