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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올해 중고차 사업 좌절…10년째 '나쁜 규제'(종합)


입력 2022.04.28 23:29 수정 2022.04.29 01:54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중기사업조정심의회 '1년 유예' 결정…내년 1~4월 시범사업 후 5월 개시

중기적합업종 6년, 생계형적합업종 시간끌기 3년 이어 10년째 규제장벽

소비자 시장선진화 열망 외면…'인증중고차' 덕 보는 수입차와 역차별

서울 성동구 장안평자동차매매시장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올해 사업개시를 목표로 진행해 온 중고차사업을 1년 미루게 됐다. 생계형 적합업종의 장벽을 넘었지만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에 또 다시 가로막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이를 두고 '나쁜 규제'라고 비난했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28일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를 열고 현대차·기아의 중고차시장 진출을 1년 유예해 내년 5월부터 사업을 시작하도록 권고했다. 다만 내년 1~4월까지 중고차 시범 판매를 가능토록 했다.


이로써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막는 규제는 정확히 10년을 채우게 됐다.


중고차 판매업에 대한 대기업 진출 규제가 시작된 것은 2013년 3월 해당 사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부터였다. 3년 기한 일몰 시점에 중고차 매매업계가 연장 요청을 하면서 3년이 더해져 2019년 2월까지 규제가 이어졌다.


연장 기한까지 일몰되자 중고차 매매업계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하면서 대기업 진출 저지에 나섰다.


이에 따라 동반성장위원회는 법정 시한에 맞춰 2019년 11월 7일 중고차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 ‘부적합’으로 중기부에 의견서를 제출했으나, 중기부는 법정 최종 심의 종결일(2020년 5월 7일)이 지난 뒤에도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지 않은 채 2년 넘게 시간을 끌었다.


2020년 총선, 2021년 역대급 재보선, 그리고 2022년 대선 등 역대급 정치 이벤트가 있었다는 점에서 중기부가 ‘정무적 판단’으로 결론을 미뤄왔다는 의혹도 일었다.


결국 대선 후인 지난 3월 17일 중기부는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저녁 늦게 중고차 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중소기업·소상공인의 피해가 예상되므로 향후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에서 적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 뒤 한 달여 뒤 열린 심의회에서 또 다시 1년간의 규제 장벽을 친 것이다.


기아 인증중고차 디지털플랫폼 콘셉트 이미지ⓒ기아

그동안 현대차‧기아는 연이어 중고차사업 방향을 공개하며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혀왔다.


고품질의 인증중고차 공급을 통해 소비자 선택권 확대는 물론 전체적인 중고차 성능과 품질수준을 향상시켜 소비자 신뢰를 높이고, 고객을 위한 모빌리티 관점에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비전도 내놓았다.


중고차 업계와의 상생 차원에서 ▲5년 10만km 이내의 자사 브랜드 중고차만 판매 ▲인증중고차 대상 이외 매입 물량은 경매 등을 통해 기존 매매업계에 공급 ▲연도별 시장점유율 제한▲중고차 통합정보 포털 공개 ▲중고차산업 종사자 교육 지원 등의 방안도 제시했다.


그동안 낙후된 중고차 시장에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이같은 현대차‧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 계획이 실현되면 시장 선진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환영의 목소리를 냈지만 결국 또 다시 1년을 기다리게 됐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인증중고차 사업을 통해 막대한 재구매 수요를 끌어가는 수입차 업계와의 역차별도 1년을 더 감수해야 할 형편이다.


KAMA는 이번 심의회 권고안에 대해 “중고차시장 선진화에 대한 그동안의 소비자 요구와 국내산의 수입산과의 역차별 해소 필요성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결정”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KAMA는 “내년 1월부터 완성차 업체들은 중고차 시범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지만, 1년 유예기간 설정과 시범사업 기간 내 매집과 판매 상한 제한 등으로 시장선진화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열망을 외면했다”면서 “완성차업체로서는 플랫폼 대기업과 수입차 업체 대비 차별적 규제를 상당기간 더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KAMA는 “가장 나쁜 규제는 창의성과 혁신 그리고 경쟁을 제한하는 진입규제”라면서 “이번 사례를 계기로 기업들의 자유로운 시장 진입을 보장하되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위의 시장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부기능의 조정을 근본적으로 검토해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와 기아 역시 심의위 권고안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회사측은 “사업조정심의회가 권고한 현대차‧기아 중고차사업에 대한 사업조정 결과는 중고차시장의 변화를 절실히 원하는 소비자를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결과”라며 “사업개시 1년 유예 권고는 완성차업계가 제공하는 신뢰도 높은 고품질의 중고차와 투명하고 객관적인 거래환경을 기대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바람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아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현대차‧기아는 이의제기 없이 권고내용을 따르겠다는 방침이다. 회사측은 “대승적 차원에서 권고내용을 따르고, 중고차 소비자들의 권익 증대와 중고차시장의 양적‧질적 발전, 기존 중고차업계와의 상생을 목표로 중고차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 지금부터 철저하게 사업을 준비해 내년 1월에 시범사업을 선보이고, 내년 5월부터는 인증중고차를 소비자들에게 본격적으로 공급하면서 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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