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K제약·바이오기업 호실적
삼성바이오로직스 분기 매출 사상 첫 5000억 돌파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중에서 분기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한 사례가 나오면서 올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2조 클럽' 기업이 탄생할지 주목된다.
1일 금융감독원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기 매출이 사상 첫 50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1·4분기에 매출액 5113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의 두 배 수준에 이르는 매출을 달성한 것이다. 영업이익은 137% 증가한 1764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34.5%에 이른다. 이대로라면 연 매출 2조 클럽에 입성하는 것도 문제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1조1648억원의 매출을 보이며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매출 1조5680억원, 영업이익 5373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2017년 첫 흑자(660억원) 달성 후 4년 만에 8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같은 기간 매출액 역시 4646억원에서 1조5680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바이오젠사에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인수 1차 대금(10억달러) 납부를 완료하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로 공식 편입했다. 이로써 바이오젠과의 공동 경영 체제가 삼바의 단독 경영 체제로 전환됐다. 이를 통해 회사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독자적이고 신속한 의사 결정이 가능하게 됐다. 더불어 재무제표상에도 에피스 실적이 2분기부터 반영되면서 연 매출은 2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셀트리온도 올 1·4분기 매출이 5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투자는 셀트리온에 대한 리포트를 내고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및 영업이익을 각각 4995억원과 1879억원으로 추정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3% 늘어난 것이다.
이미 셀트리온은 지난해 매출 1조9116억원을 달성하며 2조 클럽에 근접했다. 셀트리온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이 유럽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판매되고 있고, 미국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하는 등 매출 성장이 꾸준하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는 2021년 2분기 기준 유럽 점유율 53%로 1위, 미국 점유율 21.2%로 2위(3분기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발목을 잡아왔던 고의 분식회계 혐의를 벗은 점도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는 동력이 될 전망이다.
전통 제약사들 중에서는 2015년 4분기 한미약품이 5899억원을 달성한 이후로 분기 매출 5000억을 넘긴 사례가 없다. 당시 한미약품은 얀센, 사노피, 베링거인겔하임 등에 초대형 기술수출을 잇따라 성사시키면서 실적이 크게 반등했다.
한미약품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잠정 실적으로 매출 3211억원과 영업이익 387억원, 순이익 248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8%,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9.4%와 6.9% 증가한 수준이다. 자체 기술로 개발한 아모잘탄패밀리, 로수젯 등 개량·복합신약들이 꾸준한 성장을 지속했고, 지난해부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의 실적도 보탬이 되고 있다.
유한양행은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2.3% 늘어난 3977억원, 당기순이익은 217.8% 증가한 888억원을 기록했다.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생활건강, 해외사업 부문이 고르게 성장한 덕분이다. 유한양행은 2014년 제약업계 최초로 매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른 산업에 비해 분기 매출 5000억원이 작은 규모일 수도 있지만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분기 5000억 매출 달성은 연매출 2조원으로 넘어가는 허들"이라며 "셀트리온이 지난해 1조9000억원 매출을 기록했고 전통 제약사들 중에서도 올해 사상 처음으로 2조 클럽 기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