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덴마크·스웨덴·나토 영공 침범
푸틴, 2차 세계대전에 빗대 '정당화'
우크라 측 "전승절 몰도바 침략 예상"
러시아가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스웨덴 영공에 정찰기를 출격시켰다. 서방국가와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러시아는 오는 9일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전승절)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빗대며 '정당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1일(현지시간) 알자지라, AFP 통신 등 외신 따르면, 덴마크와 스웨덴 당국은 지난달 29일 저녁 러시아 AN-30 정찰기가 덴마크 발트해 연안의 보른홀름 섬 동쪽 덴마크 영공을 침범한 후 스웨덴 영공에도 진입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자국 주재 러시아 대사를 초치하기로 했다.
피터 헐트그비스트 스웨덴 국방부 장관은 이날 현지 언론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데 (영공 침범) 행동은 부적절하다"고 항의했다.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에 공습을 단행한 후, 중립국인 스웨덴과 핀란드는 나토 가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는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 가입 추진시 발트해에 핵무기와 극초음속 미사일을 배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러시아 정찰기가 나토 회원국인 덴마크 영공까지 침범한 것은 군사적으로 민감한 사항으로 평가된다.
예페 코포드 덴마크 외무장관은 "러시아의 덴마크 영공 침범을 용납할 수 없고 특히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때 매우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앞서 4대의 러시아 전투기는 지난 3월 초에도 스웨덴 상공을 통과한 바 있다. 지난달 12일에는 러시아가 핀란드 국경으로 군사장비를 이동시키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러시아 정찰기가 스웨덴과 덴마크 영공을 침범한 당일, 나토 영공 인근에서도 러시아 항공기가 포착된 것으로도 전해졌다.
나토 공군사령부는 발트해와 흑해 상공에서 식별되지 않은 항공기 다수를 포착했다며 "최근 나흘간 나토 영공 인근에서 포착된 러시아 항공기를 추적하기 위해 발트해와 흑해에 있는 나토 전투기들을 출격시켰다"고 밝혔다.
전승절 맞춰 몰도바 침략할 수도
일각에선 러시아가 전승절에 맞춰 몰도바를 침공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타임스는 우크라이나 군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몰도바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차지하려는 새로운 전선 구축을 위해 몰도바를 공격할 것”이라며 "몰도바는 운명의 기로에 놓여있다"고 전했다.
몰도바는 우크라이나 남서쪽에 있는 국가로, 친러 반군 분리주의 세력이 있는 동부 '트란스니스트리아'에는 러시아군이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주둔 중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분쟁과 유사성을 띤다.
해당 소식통은 "푸틴 대통령이 이미 몰도바를 공격하기로 결정했다고 믿는다"며 "몰도바 공격을 암시하는 많은 지표들이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트란스니스트리아 수도인 티라스폴 비행장에서 일부 활동을 감지했다고 언급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자치 정부를 주장하는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약 47만명 인구 가운데 55세 이하 성인 남성 전원을 대상으로 병력을 모집한 바 있다.
해당 소식통은 "러시아는 몰도바 점령 후 흑해 쪽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구를 통해 서쪽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러시아가 몰도바를 장악하기 시작하면 우크라이나는 군사적으로 더 취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러 "전승절 군사행동 안해"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서방과의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선을 서방과의 전쟁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세력들은 자신들에 비해 거대하고 독립적인 국가를 원치 않는다"며 "그들은 (우리) 존재 자체로 위험에 빠트린다고 믿고 있지만,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건 바로 그들이다"고 주장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 전략적 위협을 조성할 경우 재빠른 보복 공격에 나설 것"이라며 "러시아는 이를 위한 모든 도구를 갖고 있다. 필요하다면 사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WSJ는 러시아가 나치에 대항한 소련의 승리를 기념하는 전승절을 활용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을 동일시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아울러 올해 기념식에서도 푸틴 대통령이 유사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지도부를 나치로 묘사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 보호 차원의 '정당한 행동'으로 주장할 거란 관측이다.
다만 러시아 측은 전승절이 우크라이나 군사 작전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이날 한 이탈리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승절에) 우리 승리를 엄숙한 방식으로 기념하겠지만,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시기와 속도는 민간인과 러시아군 위험 최소화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은 특정 날짜에 맞춰 군사행동을 계획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