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가이드북’과 같은 느낌이 있어…프로그램에 대한 기대 지키려고 한다.”
“‘언제까지 좋아해 주실까’에 대한 불안감 있다…그럼에도 기록들이 쌓이면 새로운 의미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편집자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확대되고,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TV 플랫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창작자들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즐겁지만, 또 다른 길을 개척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PD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tvN의 푸드 탑티어 PD들의 작품이 모인 ‘더 밥 스튜디오’를 통해 공개 중인 ‘최자로드’는 벌써 시즌6째 방송되고 있는 대표 푸드 웹예능이다. 음식에 남다른 애정과 철학을 가진 다이나믹 듀오 멤버 최자의 맛집 탐방기를 담는 프로그램으로, 지난 2018년부터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지금은 연예계 대표 미식가로 인정받고 있지만, 이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만 해도 최자는 카리스마 있는 래퍼로만 대중들에게 인식됐었다. 최자 또한 음식에 대한 애정과는 별개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먹방을 선보이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한 PD는 최자의 매력이 담긴 음식 콘텐츠가 아니면 안 된다는 확신이 있었고, 이에 긴 설득 끝에 프로그램을 론칭할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을 하기 전까지는 나도 대중들처럼 래퍼로만 최자를 인식했었다. 술을 먹다가 최자를 재발견했고, 이를 영상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6개월간의 설득 기간이 있었다. (먹는 모습을 강조하는) 단순한 ‘먹방’ 처럼은 절대 안 찍겠다고 의도를 설명하며 설득했다.”
한 PD는 ‘최자로드’를 예능적 재미보다는, 다루는 음식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푸드 다큐’ 장르로 여기며 프로그램을 연출 중이다. 넷플릭스 ‘데이비드 장의 맛있는 하루’와 같은 ‘미식 다큐’를 레퍼런스로 삼았다는 한 PD는 음식에 대한 진지하고,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풀어내며 마니아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시선을 끄는 화려하고, 자극적인 재미는 없지만, 이것이 ‘최자로드’만의 매력이 된 것이다.
“음식점 소개로 시작을 한 것이 고정화돼서 오래 이어지고 있다. 변주를 주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최자로드’에 기대하는 부분들이 있다. ‘내가 보는 가이드북’과 같은 느낌이 있다. 기본은 지키려고 한다.”
물론 유튜브로 공개되는 콘텐츠인 만큼, 짧고 임팩트 있게 담아내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유튜브 콘텐츠 특유의 화려한 자막은 지양하면서 ‘최자로드’만의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다.
“‘최자로드’가 TV 프로그램이었다면, 여러 과정들이 들어갔을 것이다. 예를 들어 속초 편이었다면, 서울에서 출발하는 것부터 시작해 속초의 다른 곳들을 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인트로 후 바로 본론으로 진입한다는 차이점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영상 안에 자막은 빼고 싶었다. 있는 그대로만 전달하고 싶었다. 하지만 자막이 없으면 유튜브 콘텐츠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은 불편하다고 여기시더라. 그래서 최소한의 말 전달 자막만 넣고 있다.”
프로그램의 주인공 최자의 독보적인 매력 역시도 빼놓을 수 없다. 한 PD의 확신대로, 최자는 음식에 대한 확고한 소신과 해박한 지식, 시즌을 거듭할수록 능숙해지는 맛 표현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뽐내며 ‘최자로드’를 지탱하고 있다. 최자 또한 ‘최자로드’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프로그램에 진심으로 임하고 있다.
“이제 최자는 단순 출연자로 프로그램을 대하시지 않는다. 평생에 걸쳐 ‘최자로드’를 하고 싶다고도 하시더라. 최자 형 때문에 프로그램이 더 즐거워지기도 한다. 모두가 프로페셔널하게 ‘최자로드’에 임하고는 있지만, 늘 배려하고 챙겨주셔서 사실 놀러 가는 기분이 든다. 시즌1부터 꾸준히 함께하는 스태프들이 계신데, 모두 감정이 비슷할 것 같다. 현장에 놀러 간다, 먹으러 간다는 생각으로 가고 있다.”
물론, 긴 시간 사랑을 받은 만큼 어떤 변화를 통해 프로그램을 길게 이어가야 할지 고민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 PD는 길어지는 방영 기간만큼 함께 쌓이는 의미들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기록들이 쌓이고, 그러면 ‘최자로드’가 곧 기록물이자 역사가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영상물들을 남기고 있다.
“‘언제까지 좋아해 주실까’에 대한 불안감 같은 건 있다. 그럼에도 이것이 라이프타임 콘텐츠가 되면서 기록들이 쌓이면 새로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지난 시즌1 영상만 봐도 새롭다. 그곳에 나왔던 가게들이 나름의 이유로 사라지기도 하고. 그런 기록들이 남아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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