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국 에너지 회사 31곳 제재
유럽행 천연가스 3분의 1 줄어
아직까진 유럽 타격 없어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이 12일(현지시간) 폴란드를 가로질러 유럽으로 수송되는 야말-유럽 가스관의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우크라이나가 유럽으로 유입되는 천연가스 수송로 사용을 중단한 지 불과 24시간 만이다.
서방이 대(對)러시아 제재로 러시아를 옥죄자 보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CNN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이들 기업들과 더 이상 관계를 맺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크렘린궁이 제재를 가한 여러 외국 기업에 야말-유럽 가스관의 폴란드 구간을 소유한 유로폴 가즈가 포함됐다. 또 러시아 국영 RIA 노보스티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31곳의 외국 에너지 회사들을 제재 대상으로 선정했다.
야말 가스관은 천연가스 공급을 위해 러시아에서 벨라루스를 거쳐 폴란드와 독일로 연결된다.
이번 천연가스 공급 중단 사태로 인해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독일의 가스 공급량이 3%가량 줄은 가운데, 독일 정부는 대체 공급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가스프롬은 우크라이나를 경유해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공급량이 3분의 1가량 줄었다며, 공급량이 줄어든 이유는 우크라이나가 주요 루트의 가스 운송시설 가동을 중단한 데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11일 우크라이나 국영 가스운송 기업 GTSOU는 동부 격전지에서 러시아군의 방해를 이유로 소크라니우카 가스관을 통한 가스 수송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러시아는 지난달 27일 불가리아와 폴란드가 천연가스 대금으로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 지불을 거부했다며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CNN은 러시아가 유럽으로의 에너지 수출을 방해하려는 대담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중단된 가스관 비중이 유럽의 전체 가스 공급량의 2.3%에 불과한 만큼 아직까진 타격이 큰 편이 아니라고 전했다.
또 원활한 날씨 상태, 안정적 재고 관리, 지난달 천연가스 수입 물량이 기록적인 탓에 시장 반응은 '괜찮은' 수준이라고 CNN은 전문가를 인용해 전했다.
톰 마젝-맨서 원자재 시장 분석 업체인 ICIS 가스 분석가는 "현재 시점에서 모든 상황을 고려했을 때 (유럽의 천연가스) 시장은 꽤 괜찮게 공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CNN은 공급에 타격을 받을 때마다 유럽이 의지했던 러시아의 천연에너지에서 긴급히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경고했다.
사이먼 탈리아피에트라 브뤼겔 싱크탱크 선임연구원은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중단으로 인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며 "유럽이 왜 천연가스 공급을 당연시해서는 안 되는지 보여주는 예시"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은 비상상황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NN은 EU가 연말까지 러시아 천연가스 소비를 66%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달성하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CNN은 전쟁이 지속됨에 따라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중단은 유럽의 가스 공급에 추가 차질을 불러올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유럽의 시장이 흔들리고 이미 치솟은 에너지 가격이 훨씬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