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아크' '리그오브레전드' 등 게임 OST 콘서트 인기
지난 20일 오후 6시, 예매 사이트 티켓링크에 오케스트라 콘서트 티켓이 오픈되면서 3만여명의 접속자가 몰린데 이어 대기자만 5만3000여명에 달했다. 무려 1200여 석 규모의 롯데콘서트홀은 예매 시작 1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주로 인기 아이돌 콘서트, 흥행 뮤지컬에서나 볼 수 있는 ‘피켓팅’(피 튀기는 듯한 티켓팅) 현상을 부른 건 다름 아닌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로스트아크의 OST를 풀 오케스트라와 함께 만나는 OST 콘서트 ‘디어 프렌즈’(Dear. Friends)였다.
내달 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이 콘서트는 KBS 교향악단이 지휘자 안두현, 연출가 왕용범과 만나 풀 오케스트라 연주로 로스트아크 OST를 연주한다. 오케스트라 공연뿐만 아니라 재즈, 오페라, 헤비메탈,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만나볼 수 있도록 기획됐다.
해당 게임 OST의 인기는 음원 사이트에서도 증명됐다. 로스트아크는 지난 18일 정식 발매한 OST 앨범 ‘스위트 드림스, 마이 디어’(Sweet Dreams, My Dear)가 발매 직후 벅스 실시간 음원 차트 1위를 비롯해 각종 음원 차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른 바 있다.
게임 OST 인기는 로스트아크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인터파크 5월 월간 클래식 공연 랭킹에 따르면 ‘리그 오브 레전드 디 오케스트라 MSI 부산’ 공연이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라이엇게임즈의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수록곡과 e스포츠 대회 테마곡 등으로 구성된 이 콘서트는 지난해 인기리에 공연된 세종문화회관의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브’ 공연의 후속 공연이기도 하다. 이들 역시 게임 내 캐릭터를 이용한 가상 걸그룹 ‘K/DA’를 통해 꾸준히 앨범을 발매해왔고, 글로벌 음원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넥슨도 11일과 12일 양일간 게임과 전통예술을 접목한 공연 ‘보더리스’를 선보였다. 게임 콘텐츠를 활용한 실험적인 예술 창작을 지원해 게임의 문화 콘텐츠 가치를 확산한다는 취지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다.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바람의나라’ 등 넥슨의 대표 게임에 전통예술을 접목한 공연이다. 이에 앞서 넥슨은 지난 3월 메이플스토리 OST를 연주하는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를 열기도 했다.
해외에선 2000년대 초부터 클래식계가 게임음악을 적극 수용하고 있지만, 국내 공연계에서 게임 OST 콘서트가 새로운 장르로 떠오른 건 최근의 일이다. 2017년부터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가 ‘게임 속의 오케스트라’ 공연을 연 것을 시작으로 게임 유저들의 콘서트 수요를 확인한 이후 꾸준히 협업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단순히 게임의 배경음악으로서의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콘텐츠로서 2차 창작물로의 역할까지 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공연계 입장에서는 게임 음악 콘서트를 확실한 타깃 관객과 저변 확대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통로로 인식하고 있다.
한 공연 관계자는 “기존 클래식 관객을 넘어 일반 관객, 게임 유저들에게 클래식이라는 장르의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게임 OST 콘서트가 해주고 있다. 실제로 클래식의 경우 기존 일본 공연 관객의 80% 이상이 2030 여성임에 반해 게임 OST 콘서트의 경우 새로운 관객층인 남성 관객들을 다수 흡수하고 있다”면서 “게임 업계에서도 2차 창작물을 염두에 두고 OST에 더 집중하고 있는 상황으로 앞으로 게임 음악 콘서트의 내실도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