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제주 외 전승했더라면 새 정부 초부터 기고만장할 뻔
겸손한 국정 수행으로 2년 후 국회 과반 확보하는 게 더 중요
민주당엔 독, 완패 불구 거짓 승리감 안고 당권 싸움만…….
민주, 0.15% 승리로 尹의 0.73% 승 타령 부를 수 없게 돼
큰일 날 뻔했다.
여당이 ‘완승 마이너스 1승’을 해서 말이다. 다음날 오전까지 이어진 경기도지사 선거 개표에서, 수도권 위성도시들의 사전투표함 개봉이 김은혜를 울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대통령 윤석열과 집권 보수 정당 국민의힘은 이제 세상은 내 것이라는 정복감에 젖었을지 모른다.
물론, 말이야 ‘국민의 뜻을 받들어 더욱 겸손하게 섬기겠다’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속마음은, ‘오만한 거대 야당은 심판 당하고 일 열심히 하려는 소수 여당과 새 정부에게는 기대와 응원을 보낸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기고만장하지 않았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인간이기 때문이다.
국민은 대단히 의미가 큰 선택을 했다. 그들은 과연 하늘이다. 김은혜를 0.15% 포인트 차로 석패(惜敗)시키면서 민주당 후보 김동연에게 월계관(月桂冠)을 씌워줬다. 그는 다 죽은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에게 큰 위안을 안겨주었고, 자신은 ‘씨가 마를 뻔했던’ 이 진영의 차기 대권 후보군 선두에 이름을 굵게 새기는 1석3조를 거뒀다.
윤석열은 의회주의와 협치를 강조해온 사람이긴 하지만, 그의 밀어붙이기 스타일과 0선의 정치 신인 경력으로 볼 때 사실상 전승(全勝)했을 경우 독주(獨走) 드라이브를 걸었을 가능성이 높다. 실력은 없고 발목 잡기에나 능한 야당을 무시하고, 나라를 위해 독주하는 게 뭐가 나쁘냐고 생각하는 보수우파들이 꽤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독주는 적(敵)을 만들게 돼 있고, 적이 많아지면 세력화가 되고 여론을 등에 업게 된다. 그 적은 조작과 선동에 관한 한 세계 최강급인 대한민국 진보좌파 여론 주도자들이다. 그들은 사소한 문제 하나 가지고도 대통령 탄핵을 운운하는, 호시탐탐(虎視貪貪) 반역의 달인들이다. 자나 깨나 경계해야 할 일 아닌가?
그녀의 막판 통한의 뒤집기 퇴패에도 속이 상하고 그 중요한 경기도를 잃어 ‘이겼어도 진 것 같은’ 상실감에 빠져 있던 지지자들을 위로해주는 패배 인정 연설을 김은혜는 했다. 선거 승복(承服)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모범을 보여준 명문이다.
윤석열은 복이 많은 사람이다. 자기는 상대 후보 이재명에게 5% 포인트 이상을 진, 호남 출신과 민주당 지지 젊은 층이 밀집한 지역에서, 취임 20여일 만에 대등한 경쟁을 펼치며(물론 윤석열 효과 덕이 크긴 하다) 천금과도 같은 경종을 울려줌과 동시에, 그의 새 정부 성공과 협치를 당부하는 아름다운 패자의 변을 읽는 ‘측근’을 두어서다. 그는 이 선거의 교훈을 잊지 않을 것이다.
오세훈의 서울시 전승 아닌 대승도 윤석열에게는 다행이다. 애초에 구청장 스코어가 25-0까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었으나 결과는 17-8, 황금분할(黃金分割)이었다. ‘하늘’인 시민들이 줄투표 대신 ‘시장은 오세훈, 구청장은 민주당’이라는 전략적 선택을 많이 한 탓이다.
서울시의회도 종전 11-101이 76-36으로 바뀌었다. 싹쓸이 수준이 아닌 딱 좋은 구도다. 김어준 같은, 공영방송에서 가짜뉴스 등으로 진영 선동질이나 하는 이를 퇴출시키고 시장의 어젠다를 무턱대고 방해하는 걸 막을 다수 의석이라 이상적이다.
경기도 또한 도지사는 야당에게 내주었지만, 기초자치단체장과 광역, 기초 의회는 여당이 동률 또는 압도적 우위를 점했으므로 이재명식 의혹투성이 도정(道政)은 이제 불가능하게 됐다.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이 점에서도 이번 지방선거로부터 받은 선물 보따리가 아주 두둑하다.
열성 보수우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인천 계양 을은 윤희숙을 내세우고, 경기도는 강용석과 단일화를 했어야 했다면서 이를 반대하거나 소극적이었던 당 대표 이준석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이준석이 잘한 건 없지만, 계양과 경기도를 다 먹었으면 체 할 확률이 매우 컸을 것이다.
지방선거보다 더 중요한 것이 2년 후 총선이다. 국회 입법 권력을 가져와야 비로소 정권교체가 완성된다. 그래야 검수완박 같은, 나라를 흔드는 만행이 일어나지 않고, 세비(歲費) 주는 게 아까운 ‘처럼회 코미디’ 꼴불견을 더 볼 일이 없다.
이런 중차대한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앞으로 2년간 낮은 자세로 조심조심, 저쪽 진영의 대선 불복 준동(蠢動)을 단호하게 쳐내가면서 점수를 쌓아 올려야만 한다. 계양, 경기 포함 완승은 이 과업을 위한 정신 무장을 위해 해(害)가 되는, 불필요하게 너무 좋은 선거 결과가 될 수 있었다.
김동연의 극적 역전승은 윤석열에게 약(藥)이지만, 민주당 쪽에는 위안인 한편 독(毒)이 될 것이다. 사실상의 전패 모면으로 당을 완전 혁신하는 계기가 찾아오는 듯 했으나 ‘크게 졌어도 이긴 것 같은’ 거짓 승리감에 의해 다시 가버린다면 독이다. 그들은 내로남불 위선과 무능, 오만, 거짓말, 협잡(挾雜)의 당을 이끈 인물들 청소 없이는 윤석열과 상대할 수 없다.
격차는 3개월도 안 돼 차이 나게 벌어졌다. 0.73% 포인트에서 약 10% 포인트로다. 민주당은 이 무서운 의미를 겸허히 새기지 않고 친문(親文)과 친명(親明)으로 나뉘어 당권 싸움에만 몰두한다면 이번에 광주가 보인 37.7% 투표율(지지율은 약 30%)을 앞으로 전국에서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경기도에서의 0.15% 포인트 차 승리로 더 이상 ‘윤석열의 0.73% 승’ 타령도 부를 수 없게 됐다. 이젠 10% 승(勝)이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