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금통위까지 3~4주, 시장 반응 보고 결정”
美 추가 0.75%p 인상 예고...연말 3.4%로 인상
금리 역전시 자본유출・인플레 심화 우려
미국이 최악의 물가 충격에 28년만에 정책금리(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올리면서(자이언트 스텝),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 대폭 빨라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으로 한미 금리 격차가 동일해지면서, 한국은행도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탄력을 받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날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75∼1.00%에서 1.50∼1.75%로 올렸다. 0.75%p를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은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 시절인 1994년 11월 이후 27년 7개월 이후 처음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더 나아가 “다음(7월) 회의에서 0.50%p 또는 0.75%p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예고하기까지 했다. FOMC 위원들이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반영한 점도표에 따르면 미국 기준금리 수준은 연말 3.4%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연준의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0.75~1.00p에서 0.00~0.25%p로 급감, 금리 하단이 같아졌다. 우리나라 기준금리에 변화가 없다고 가정하면 내달 한미간 금리 역전이 불가피해진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올렸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를 보유한 국가 입장에서는 외국 자본이 유출되고,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물가 상승이 자극될 수 있다. 한은은 현재 한국의 펀더멘탈(경제 기초체력)이 양호한 만큼, 기준 금리 역전만으로 급격한 자본 유출이 일어나기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한국 경제를 뒷받침하는 수출 둔화로,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서며 올해 경제 성장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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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미국 뿐 아니라 뉴질랜드, 캐나다, 호주 중앙은행 등 글로벌 주요국에서도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되고 있다. 국내 물가도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고공행진하며 빅스텝 명분이 짙어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4% 올라 약 1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달 물가 상승률은 6%대를 넘어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기대인플레이션도 자극받아 3%를 돌파하며, 약 10년 만에 최고수준을 기록한 것도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한은이 다음달 13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속속 나오고 있다. 당초 시장은 금통위가 연내 3~4차례 기준금리를 올려 연말 2.50~2.75%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으나, 내달 빅스텝을 통해 3.00%까지 근접할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린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은이 7월 빅스텝을 밟고, 8·10·11월 기준금리를 0.25%p씩 추가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3.0%에 도달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역대급으로 높은 수치가 예상되는데, 인플레 공포가 확산되면 한은으로서는 물가를 잡기 위해 빅스텝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다음달 금통위에서 금통위원들의 빅스텝 단행에 대한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나 이 총재는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이날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 행보로 한은도 빅스텝 시행을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다음 금융통화위원회까지 3~4주가 남아 있어서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시장 반응을 통해 결정할 문제”라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 통화정책 회의는 오는 7월 13일, 8월 25일, 10월 12일, 11월 24일 네 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