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중요한 방문지는 ASML…차세대 반도체 동향 파악에 도움”
BMW‧하만카돈도 만나…“불확실성 극복위해 유연한 문화 조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일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18일 귀국했다. 이 부회장은 대외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선 기술 경쟁력 확보가 무엇 보다 중요하다며 더 큰 도약을 위한 삼성의 지속적인 변화를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 40분쯤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 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했다.
그는 “(이번 유럽 출장을 통해) 헝가리에 배터리공장도 갔었고 BMW 등 고객들을 만났다. 하만카돈도 갔다”며 “급변하고 있는 자동차 업계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짧은 소회를 밝혔다.
이어 “제일 중요했던 것은 ASML과 반도체 연구소 방문이었다”며 “차세대,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대외 불확실성 극복을 위해선 기술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선 못 느꼈는데 유럽에 가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훨씬 더 체감됐다”며 “시장의 혼동과 변화, 불확실성이 많은데 이를 예측하고 변화에 적응 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 저희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며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출장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것은 이 부회장의 네덜란드 ASML 방문이다. 그는 ASML을 방문해 초미세공정 핵심 장비인 EUV 노광 장비 확보 측면에서 성과를 거뒀다.
이번 회동을 통한 구체적인 EUV 노광장비 추가 확보 내역에 대해 밝히지 않았으나 이 부회장과 베닝크 CEO간 장비 공급 확대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UV 노광장비는 반도체 초미세공정의 핵심 장비로, 네덜란드 업체인 ASML이 독점 생산하고 있다.
현재 5나노미터(nm,1nm는10억분의1m) 이하 초미세공정 기술을 구현해 낸 곳은 삼성전자와 대만 TSMC외에는 전무하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TSMC에 밀리고 있는 만큼 EUV 확보를 통한 초미세공정 경쟁력 제고는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실제 올해 ASML의 EUV 노광장비 출하량 51대 가량 중 22대를 TSMC가 확보했고 삼성 몫은 상대적으로 적은 18대라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민간 외교관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실제 그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총리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Mark Rutte) 네덜란드 총리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과 뤼터 총리는 최첨단 파운드리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확대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소 등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근 반도체 패권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부분이다.
재계에서도 이 부회장이 6년 만에 뤼터 총리와 만나면서 반도체 핵심 국가인 네덜란드와의 협력이 더욱 굳건해질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반도체 연구개발부터 설계, 장비, 전자기기 완제품까지 관련 산업 생태계가 고루 발전해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2016년 9월 뤼터 총리가 방한했을 때도 직접 만나 삼성전자의 사업 현황과 핵심 기술 등을 소개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기업인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적인 정‧관계 리더들로까지 확장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 부회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 트럼프‧오바마‧부시 전 미국 대통령,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반 자이드 UAE 대통령, 모디 인도 총리 등 다양한 글로벌 리더들과 교류해 왔다.
한편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 외에도 벨기에 아이멕(imec)과 BMW 등 다양한 협력 파트너들과도 만나 협력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아이멕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생명과학‧바이오 ▲미래 에너지까지 다양한 분야의 선행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삼성의 미래 전략 사업분야와 궤를 같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