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살아나는 것과 별개로 모바일 관람에 대한 수요 확실…투트랙 흐름 이어질 것”
“고질적인 상영관 쏠림 문제 …코로나19 거치며 더욱 심각”
“관객분들이 (극장으로) 안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다.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범죄도시2’가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번처럼 남의 영화 잘 되기를 바란 적은 처음이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이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범죄도시2’의 400만 돌파 소식에 이 같은 반가움을 표했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위기를 맞은 영화계를 향해 ‘천만 관객 시대는 끝났다’, ‘회복이 예전처럼 이뤄지지는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지기도 했었다. 특히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급성장을 하면서 모바일로 편하게 콘텐츠를 관람하는 방식이 자리를 잡고, 이 사이 어려움을 겪던 영화관은 영화 티켓 가격을 인상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코로나19가 끝나도 관객들이 쉽게 영화관을 찾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 배경이었다.
그러나 ‘범죄도시2’가 천만 돌파라는 성과를 거두면서 이전의 우려들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입증했다. 200만 돌파 ‘마녀2’, 100만 돌파 ‘탑건: 매버릭’를 비롯해 7, 8월에는 ‘외계+인’, ‘한산’, ‘'비상선언’. ‘헌트’ 등도 개봉을 앞두고 있어 극장가가 더욱 붐빌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사이 OTT들은 잠시 주춤하면서, OTT가 영화관을 앞지르거나 혹은 공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결국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지난 4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153만명으로 전월 대비 5.4% 줄었다. 디즈니+도 이달 전월 대비 11.5%, 티빙은 3.1% 감소세를 보이는 등 주요 OTT들이 모두 하락세를 보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관계자들은 앞으로 극장 개봉 영화와 모바일 콘텐츠가 양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상황의 특수함 때문에 OTT의 공간적 자유로움이 각광을 받았었다. 그럼에도 영화라는 장르는 큰 스크린이 필요하다. 영화라는 콘텐츠는 물론 상영관 자체도 IT와 첨단 기술의 집합체가 아닌가. ‘역시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시장이 다시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또한 “극장이 살아나는 것과 별개로 이제는 모바일 관람에 대한 수요가 확실해졌다. 투트랙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지금처럼 ‘범죄도시’ 시리즈와 같은 프랜차이즈 영화나, 팬데믹 기간에도 극장가의 한줄기 빛이 돼 준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등과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들로만 영화관이 채워지는 것은 우려가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범죄도시2’가 기분 좋게 극장가 부활 신호탄을 쐈지만, 그럼에도 앞으로의 영화 산업 회복에 대해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영화-모바일 콘텐츠의 투트랙 흐름을 전망한 관계자는 “범죄도시2”는 개봉일에 2000개가 넘는 스크린으로 시작해 이후 2400개를 넘기기도 했다. 물론 영화관의 위기가 이어졌던 터라 독과점 논란이 불거지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범죄도시2’가 경쟁작 없이 스크린을 독점한 상황을 생각하면 앞으로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제작사 관계자 역시 “관객들이 다시 극장을 찾는 상황은 다행스러운 상황이다. 영화 업계 전반의 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고질적인 상영관의 독점문제가 여전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 독립영화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있었던 문제지만, 팬데믹을 거치면서 대중적인 영화, 즉 재미에 방점이 찍힌 오락 영화가 아니면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는 현상이 더욱 심화 된 것 같다”라며 “특히 팬데믹 거치면서 대규모 스케일의 영화처럼 극장 체험이 중요한 영화들만 영화관에서 살아남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는데, 사실 예술 영화처럼 몰입이 필요한 영화들도 극장 경험이 필요한 작품들이다. 다시금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는 진짜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