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차주 증가에 선제적 대응
금융당국 "리스크 관리" 당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행보, 물가 상승 등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카드업계가 하반기 경영전략 새 판 짜기에 들어갔다.
당초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등 업황악화에 직면하면서 수익 다각화 등 ‘성장’을 강조해왔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생존’을 내세워 본격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최근 진행한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올해 하반기 경제 상황이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금리 인상 및 물가 상승, 경기침체 등 복합 위기가 현실화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결과 카드 업계 경영환경도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경기침체 등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내실 경영 기조로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카드사 역시 복합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기존의 변화, 혁신, 성장이라는 전략을 생존과 내실 다지기로 전환하며 분위기 전환에 돌입하는 분위기다.
신한카드는 다음달 15일 하반기 전략회의를 열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외적인 성장보다 가치 성장 기반으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는데 주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카드 역시 같은 달 초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한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 비용이 증가하면서 고물가와 대출금리 상승으로 자산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어 이에 대해 집중적으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카드는 하반기 경영전략 회의에서 대내외 시장 환경 변화를 대비하고 리스크 관리와 수익성을 집중 점검해 성장을 위한 전략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카드는 하반기에 플랫폼 기반 서비스 강화와 리스크 관리 강화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큰 하반기에는 내실을 통한 생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며, 그에 따른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채권시장 불안과 리스크 확대로 하반기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 지난 7일 카드사의 자금 조달 수단인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2012년 4월 이후 10년 만에 4%를 돌파했다. 카드사들은 여전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여전채 금리가 상승하면 그만큼 조달비용도 늘어 카드론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더군다나 연체자를 대상으로 하는 카드 대환대출 잔액 역시 카드론의 2배를 넘어 부실 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금리인상과 경기둔화 지속으로 이용자들의 상환능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신호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리 인상기에 이어 내달부터 DSR규제가 강화되면서 카드론을 이용하는 취약차주들의 부담이 크다”며 “카드사들 역시 카드론 금리 인상 여파로 고객 확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고심하고 있으며, 이는 곧 수익성 감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대폭 늘려왔다. 그러나 일각에선 오는 9월 소상공인 금융지원이 종료될 예정인 만큼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복현 금감원장은 다음주 카드사 최고경영자들과 만나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한 충당금 확충 등 강도 높은 금융 리스크 관리를 당부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2금융권의 건전성 관리 가 주요 논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