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로커’
125만 관객 동원하고 극장서 퇴장
콘텐츠 홍수 시대다. 특히 드라마와 영화는 그 어느 시대보다 많은 숫자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콘텐츠가 호평 받진 않는다. 제작진과 배우들의 땀과 별개로 대중의 평가는 냉정하다. 관객을 끌어들이지 못하기도 하고, 낮은 평점을 받기도 한다. 그 가운데 아쉬운 작품들이 존재한다. 연출이, 연기가, 편집이, 음악이 칭찬할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뭔가 아쉬운 작품들. ‘아쉬운 작품 리포트’(아작 리포트)에서 그 아쉬움을 달래보려 한다. 이야기를 나누는 기자들의 사심은 어쩔 수 없다. (편집자 주)
홍종선 : 영화 ‘브로커’, 유 부장은 어땠어요?
유명준 : 전 거의 개봉 내려갈 즈음 봤는데, ‘어떻게 장르를 규정짓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만약 누군가 이것을 처음에 ‘로드 코미디 무비’ ‘로드 가족 무비’ ‘로드 로맨스 무비’라고 규정하고 좀더 가볍게 연출했다면, 다르게 보였을 것 같아요. 하지만 감독의 무게, 배우들의 인지도, 그리고 이런저런 메시지를 담고자 하였기에 다양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죠.
홍종선 : 로드 코미디ᆢ로 아예 다르게 연출하면 전혀 달라 보이긴 하겠네요.
유명준 : 고레에다 감독이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뭔가 연출이 허전? 느슨하더라고요. 우선 배우들 이야기를 먼저 해볼까요? 감독 연출 이야기는 뒤로. ^^
류지윤 : 저는 예상한대로, 짐작했던 대로 롤로 배우들이 연기해준 것 같아요. 예고편 보면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의 롤이 조금씩 보이는데. 거기서 유추 가능한 연기들이랄까요. ^^ 특히 이지은의 경우 ‘나의 브로커’.
홍종선 : 다른 배우들은? 송강호와 강동원의 롤도 궁금.
류지윤 : 송강호의 경우엔 우리가 봐왔던 익숙했던 모습들이 담겨있어서 이질감이 없었고, 이 작품으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탔지만 사실 어느 작품으로 타도 이상하지 않잖아요. 강동원은 생각보다 롤이 작았지만 그게 또 밸런스를 위한 그림일 거라고 생각했고. 배두나가 조금 아리까리? 아리까리란 말은 좀 그런가. 사실 강동원의 연기에 굉장히 소름이 돋는다거나 뭐 그런 경험은 없었던 터라. 뭐 무난하다고 해야 하나요. 기대가 조금 적었다고 해야 할까요. ^^
유명준 : 지윤이가 보기에는 송강호는 늘 봐왔던, 자신이 보여줘야 하는 역할이 뭔지 연기가 뭔지를 잘 표현했고, 강동원은 무난했고, 배두나는 모호하고. 이지은은 ‘나의 브로커’를 찍었다는 건가?
류지윤 : 오호 네 뭐 정리하자면 그렇네요
홍종선 : 칸에서 제가 송강호의 남우주연상을 예견하며, 영화 ‘헤어질 결심’ 너무 좋은데 ‘기생충’ 황금종려상 수상 영향으로 박찬욱 감독 빈손이면 어쩌지? 둘 다 받아야 하는데...라고 말했다가 좀 틀렸다고 비평을 들었어요. 어떻게 남우주연상을 타겠느냐고. 연출이 약하다 보니 저는 배우 송강호의 저력, 역할, 힘이 더 크게 보였어요. 영화 ‘브로커’의 운전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아니라 송강호로 보일 정도로요. 송강호와 강동원의 만남은 영화 ‘의형제’ 이상이 아닐 거면 이뤄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유명준 : 일본의 스타감독과 한국의 스타배우 중 누가 더 고삐를 쥐고 흔들었냐를 굳이 따진다면 송강호 쪽이죠.
홍종선 : 그러나 각자 보면 괜찮아요. 강동원은 이번에 한 발 물러선, 관찰자 같은 역할과 연기를 했는데 배우 강동원으로서는 진보라고 생각해요. 좀 밋밋해 보일지라도.
유명준 : 전 도리어 강동원과 송강호의 만남보다 강동원과 이지은의 만남이 더 어색해 보였어요. 로맨스도 아니고, 그렇다고 뭔가 형제 같은 끈끈함도 아니고. 송강호와 강동원은 그냥 각각 자기에게 ‘주어진’ 역을 수행했죠. 둘의 만남이 어색했거나 뭔가 시너지가 나오지 않은 건 연출의 문제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홍종선 : 그 어정쩡함이 감독이 추구한 인간미와 이성적 호감 사이의 어디일 텐데요. 이성적 호감 없이도 인간미만으로도 아이의 아빠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동화죠.
류지윤 : 아 저도 그 미묘한 로맨스는 살짝 아쉬웠어요. 조금 더 형제 같은 끈끈함으로 갔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근데 진짜 각자 연기만 떼고 보면 이견 없어요.
유명준 : 전 배두나는 이번에 별로. 특히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듣겠음. 용산CGV에서 봤으니 음향의 문제는 아닐텐데. ^^
류지윤 : 아, 대사의 의미가 아니라 말하는 대사 전달력 자체가 거슬리셨단 말씀이시죠?
유명준 : 전달력이 영.
홍종선 : 저는 배두나 연기는 너무 좋았어요. 송강호가 고레에다를 대신해 영화를 운전한다면, 배두나는 관객을 대신에 영화 안에 있는 느낌이랄까. 힘 쫙 빼고도 참 연기를 잘하는구나, 이 배우가 이제 경지에 이르렀구나 싶었어요. 저는 배두나 감성 연기 앞에서는 눈물이 솟아요. 힘이 있어요. (대사 전달력은) ^^ 너무 자신 있게 먹으면서 말하고, 숨 들이쉬며 말하고 그랬지. 감독이 한국어를 모르기 때문에 대사전달력 체크는 어려웠을까요. 모니터로 감성과 표정, 음색 등만 보면 최고라 느꼈을 듯.
유명준 : 아, 전 그 부분이 싫었는데. 영화 안에 없고 밖에 있는 듯한 모습. 같이 어울리지 않고 겉돌면서 마치 감독을 대신 끌고 가려고 하는 느낌.
홍종선 : 아, 영화 밖에 있다고 느낄 수도 있겠네요,
유명준 : 네 뭐랄까. 송, 강, 이의 연기를 관객들이 보는데, 마치 해설해주는 느낌? 특히 이지은의 행동, 아이를 버리고 대하는 모습을 일일이 훈수 두고 싶어 하는 중간자. 그래서 사실 마지막에 배두나 부부가 아이를 돌보면서 하는 모습이 갑자기 이질적으로 느껴졌어요.
류지윤 : 저도 이런 포지션의 캐릭터인데 전사가 많이 드러나지 않고 불친절해서 뭔가 걸리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배두나 연기보다 캐릭터가 불편한 걸 수도 있겠네요.
유명준 : 뭐 그렇지 정확히는 캐릭터지. 달리 보면 그렇게 잘못 포지션 된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서 배두나의 연기가 더 이상해졌을 수도.
홍종선 : 저는 이 모든 문제가 연출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아기를 매매해온 사람들이고, 해왔듯 이번에도 하는 건데 ‘올바른’ 새 부모를 찾아 주느라 전국을 떠돌고 돈을 주겠다는데도 거절을 하잖아요. 아무리 영화라지만 이 설정에서 현실성을 바로 느끼기 어려운 만큼 감독이 그 부분의 문턱을 우리가 넘을 수 있도록 해주었어야 하는데, 이번엔 잘하지 못했어요. 사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장점이자 미덕이 이렇게 일반적이지 않은 인간의 행동, 가족의 구성을 설득해 내는 것인데, 이번엔 완수하지 못했어요.
유명준 : 감독이 의도하고자하는 것이 저런 캐릭터였다면, 배두나가 잘 연기한 것이고...자연스럽게 연출로 넘어가는군요. ^^ 더구나 고레에다 감독은 직설적으로 뭔가 말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번에는 너무 직설적으로 다들 말하니,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난해하더라고요. 분명 무거운 소재인데, 이를 가볍고 직접 말하고, 이를 다시 다소 억지스런 상황과 대사로 분위기를 바꾸려 하는 것 같았어요.
홍종선 : 칸에서 고레에다 감독이 배 배우 극찬을 한 걸 보면, 내 속에 들어왔다 나갔다 식으로 얘기한 걸 보면 배두나는 정확히 연기해 준 것 같아요.
유명준 :그렇다면 역시 연출의 문제죠. ^^ 분명 웃으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장면인데, 전체 주제의 내용을 보면 웃을 수 없는.
홍종선 : 저는 이런 생각도 해봤어요.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일본 배우와 만들었다면 달랐을까.
류지윤 : 일본에서는 반응 좋다고 하더라고요. 6월 24일에 개봉해서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친구는 사실 조금 별로였다고. 그런데 편집장으로부터 우스갯소리로 영화를 잘 모르는 취급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
유명준 : 어쩌면 일본에서는 신선하게 보였을 수도. 일본의 영화 특히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는 캐릭터가 가족 혹은 집단에서 ‘어떻게 위치할 것인가’가 주 흐름인데, 이번 영화는 한국영화답게 ‘내가 어떤 표현을 하느냐’가 주 흐름이니, 일본애사람들에게는 신선할 수도. 하지만 한국 관객들 입장에서는 이 둘 사이의 모호한 위치만 보일 뿐, ‘일본 영화다운 위치 선정’도 ‘한국 영화다운 표현’도 못 느꼈을 듯. 일본에서는 그냥 한국영화이고, 강동원 이지은이 나와 중간에 로맨스 비슷한 것도 보여주니. ^^
홍종선 :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정말 좋아하고 감독이 쓴 책을 유일하게 사서 본 감독이 그인 점을 전제로 말하자면, 그동안 세상에 나온 그의 작품들을 전부 좋아했던 팬으로서 나는 이번에 실망감이 밀려왔어요. 그래서 도대체 왜, 어떤 부분이 이런 아쉬움을 불러왔을까를 한 달 넘게 생각했어요.
유명준 : 그 결과는요?
홍종선 : 그가 여러 작품을 통해 우리 지구인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 가족을 가족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해 왔어요. ‘아무도 모른다’처럼 혈연 가족을 통해서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처럼 혈연인 줄 알았는데 아닌 가족을 통해서든 ‘어떤 가족’에서처럼 혈연이 아닌 가족을 통해서든. 유의미한 문제제기였고, ‘어떤 가족’ 을 칸에서 보고는 황금종려상이 예견될 만큼 수작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정점이었을까요. 이제 주제를 바꿔야 하나 할 만큼, 언제나 반가웠던 그의 동어반복이 이번엔 처음으로 아쉬웠는데. 저는 고레에다 감독이 달라졌다고 생각지는 않아요.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 배우들과의 합작이 잘못된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해요. 무슨 얘기나면, 엉뚱한 해석일 수 있겠지만 본래 밋밋한 고레에다의 어조가 억양이 있고 강약이 센 일본어와 만나면 생기가 되는데 억양이나 성조가 없는 한국어와 만나니 지루하게 느껴진다고 할까요.
유명준 : 한국 배우들을 데리고 일본의 감정표현대로 할 수 없으니, 한국 배우들의 연기에 자신의 방식을 기존보다는 많이 낮춘 수준으로 적용을 시켰는데, 그게 그냥 한국식에 이상한 일본식 연출이 더해진 결과가 나온 느낌?
홍종선 : 맞아요. 또 고레에다가 포착해낸 일본 곳곳의 장소는 언제든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한국 장소에 대한 감독의 깊은 이해가 없다 보니 장소의 장점이나 특성이 영화에 배어나오지 않아 여기가 여수인지 인천인지 의미 없게 되어버린 것 같아요.
유명준 : 그래서인지 거꾸로 한국 배우들에게 일본식으로 연출하고 강제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해봤어요. ^^
홍종선 : 고레에다 영화에 있어서 일본어와 장소라는 제3의 주인공 역할을 이번에 알게 됐어요!
류지윤 : 오호 장소는 생각해 봤었는데 일본어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했던 시각이었네요!
유명준 :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감독이나 배우들도 자신들이 태어나고 자란 공간에 대한 익숙함, 언어들이 고스란히 연기에 표출이 되니. 그것을 벗어나게 되면 감정표현의 제약이 발생하니까요. 곽경택 감독이 영화 ‘친구’를 잘 만들었던 것처럼. 고레에다 감독이 한국을 자주 찾고 애정을 갖고 있는 것은 알지만, 작품 연출은 또 다른 영역이라는 것을 확실히 이번에 알았어요. 그래서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이 궁금해지더라고요.
홍종선 : 제가 거의 유일하게 못 본 고레에다 영화인데. ‘브로커’를 보고나니 한편으로 더 보고 싶지 않고, 다른 한편으로는 프랑스에선 달랐으려나 보고 싶기도. 같은 아시아인 게 더 어려울 수 있으니까요. 박찬욱 감독은 미국 가서도(‘스토커’) 영국 가서도(‘리틀 드러머 걸’) 잘했는데. ^^;;
유명준 : 아, ‘리틀 드러머걸’ ‘스토커’를 못 봐서. 누군가 “평론가가 좋아할 영화”라는 말에 안 본. ^^ 저도 궁금은 한데, 도전을 해야 하나 고민이.
홍종선 : 어머, 아주 대중적으로 누구나 즐길 만한 스파이 액션물과 심리 스릴러예요. 외국 돈으로 남의 나라에서 하자니 현지 분위기 많이 맞추신 우리 ‘깐느 박’ ^^. 그럼에도 본인 색깔은 남기면서.
유명준 : 여하튼 박찬욱 감독이 그 같았다면 고레에다 감독이 더욱 초라해지는데요.
홍종선 : 아시아였으니. 고레에다 감독의 해외 공조에 관한 평가는 잠시 미루는 것으로. ^^
유명준 : 결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배두나가 데려가고, 이지은이 그런 모습으로 끝나는.
류지윤 : 그 주유소에서 들어오는 차 맞이하잖아요. 그거 강동원이래요. 원래 “왜 이렇게 늦어”라는 뉘앙스의 대사가 있었는데 컷하면서 열린 결말을 의도한 것 같아요
홍종선 : 너무나 고레에다 감독답다. 마을 전체가 아이 하나 키우는. 가족의 의미를 하나의 집이라든가 장소마저 한정하지 않고 떨어져 사는 사람일지라도 아이를 위해 마음으로 애쓰는 모두가 가족이라고 우리에게 말하는 거죠. 가족이기 위해서 혈연도 하나의 공간도 필수조건이 아니다. 그러니 혈연 가족이 기본인 우리에게 어떤 모범답안을 보여주는 거죠. 가족답게 사는 것의 필수조건을.
유명준 : 그런데 그런 종선 선배의 말대로 결말을 생각하면, 영화의 전 과정이 정말 “뭐지?”라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버린 아이를, 매매하려던 아이를. 사실 전 그렇기 때문에 더 혼란스러웠죠. 대부분 기자들이 지적하듯이 돌아보면 다들 잔인한 범죄자들인데, 아이를 중심으로 선의의 인간으로 표현해내니. 그리고 결론을 “아이 때문에 바뀐, 혹은 아이를 위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라고 말하고 있으니.
홍종선 : 그래서 관객 평들 중에 개연성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글들이 꽤나 있더라고요
유명준 : ^^ 때려 부수거나 하는 영화가 아니면 한국 관객들은 개연성을 많이 따지니까요.
홍종선 : 엄마가 다시 우성이를 찾으러 왔다는 게 기존 아기매매 때와 다른 상황이라는 뜻이겠죠. 기존에는 엄마가 다시 오지 않아서 입양 기다려도 갈 수 없는 어린이, 청소년이 되기 전에 좋은 부모 찾아줘 왔다는 것을 이번에 엄마가 오니 함께 좋은 부모 찾아 삼만리를 하는 것으로 보여준 거죠. 어찌 보면 범죄지만 한 번도 범죄가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 아닐까요. 적어도 상현과 동수의 아기 브로커 작업은.